명절 상차림에서 빠지지 않는 나물 반찬이 바로 시금치무침이다. 데쳐서 양념에 조물조물 무치면 금세 한 접시가 완성된다.
그런데 손질 과정에서 잘라내는 시금치 뿌리는 대부분 그대로 버려진다. 붉은 기가 도는 단단한 뿌리 부분은 흙이 많고 질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알고 보면 이 뿌리야말로 맛과 영양이 응축된 부분이다. 잘만 손질하면 훌륭한 별미 반찬으로 다시 태어난다.
유튜브 '주부나라'
시금치 뿌리는 잎보다 단맛이 강하다. 데치면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살아나는데, 이 맛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이 바로 전이다. 나물을 무치고 남은 뿌리를 모아 한 번 더 활용하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밥상도 풍성해진다. 명절처럼 재료가 많이 오가는 시기에는 특히 유용한 아이디어다.
먼저 손질이 핵심이다. 시금치 뿌리는 흙이 깊숙이 박혀 있어 대충 씻으면 안 된다. 뿌리 밑동을 십자 모양으로 살짝 갈라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흔들어 씻는다. 칼끝이나 솔을 이용해 틈 사이 흙을 제거하면 훨씬 깨끗해진다. 이 과정을 충분히 해야 전을 부쳤을 때 흙 씹히는 식감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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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씻은 뿌리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20~30초만 살짝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단맛이 빠지고 질겨질 수 있다. 데친 뒤에는 찬물에 헹궈 색을 살리고, 물기를 꼭 짜준다. 수분이 많으면 전이 퍼지고 기름이 튀기 쉽다.
전 반죽은 간단하게 준비한다. 밀가루 3큰술, 부침가루 2큰술에 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바삭함을 원하면 물 대신 탄산수를 일부 섞어도 좋다. 여기에 달걀 1개를 넣으면 결속력이 좋아진다. 소금은 아주 소량만 넣는다. 시금치 뿌리 자체의 단맛을 살리기 위해 간은 약하게 잡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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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에 데친 시금치 뿌리를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너무 많이 섞으면 뿌리가 부러질 수 있으니 조심한다. 취향에 따라 다진 양파나 당근을 소량 넣어도 좋지만,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뿌리다. 재료를 과하게 추가하면 본래의 고소함이 묻힌다.
팬은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두른다. 중불에서 한 숟가락씩 떠 올려 동그랗게 펴준다. 너무 두껍게 올리면 속이 익는 동안 겉이 탈 수 있으니 얇게 부치는 것이 요령이다. 한 면이 노릇해지면 뒤집고, 뒤집은 뒤에는 살짝 눌러주면 더 바삭하게 완성된다. 전체 조리 시간은 3~4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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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흙 제거가 미흡하면 맛을 망칠 수 있다. 둘째, 물기 제거를 소홀히 하면 반죽이 질어지고 기름이 튄다. 셋째, 센 불에서 오래 부치면 뿌리의 단맛 대신 쓴맛이 올라올 수 있다. 중불을 유지하며 짧고 빠르게 조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시금치 뿌리는 영양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붉은 부분에는 항산화 성분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뿌리 쪽에는 잎보다 당분과 미네랄이 농축돼 있어 피로 회복과 면역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도 많아 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버리기엔 아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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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시금치 뿌리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달큰하다. 간장에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린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느끼함 없이 깔끔하다. 명절 상에 남은 전 옆에 함께 내도 좋고, 간단한 술안주로도 어울린다.
시금치 한 단을 사서 잎만 쓰고 뿌리를 버리는 습관을 이제 바꿔볼 때다. 손질만 조금 더 신경 쓰면, 그동안 몰랐던 별미가 완성된다. 명절 나물 준비 후 남은 시금치 뿌리, 오늘은 그냥 버리지 말고 바삭한 전으로 다시 한 번 식탁에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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