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러시아가 독극물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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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러시아가 독극물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 살해했다'

BBC News 코리아 2026-02-15 12:32: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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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나발니
Getty Images

영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화살개구리에서 추출된 독성 물질로 제조된 독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시베리아 교정식민지(penal colony, 교도소)에서 사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영국과 동맹국들은 그의 시신에서 발견된 물질 샘플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크렘린궁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했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연설한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나발니가 러시아에 수감돼 있던 당시 "러시아 정부만이 해당 독을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동기, 기회를 모두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분석 결과를 "정보 공세"라며 일축했지만, 쿠퍼 장관은 에피바티딘으로 알려진 이 독성 물질이 검출된 데 대해 "그 어떤 설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쿠퍼 장관이 해당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영국·스웨덴·프랑스·독일·네덜란드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쿠퍼 장관은 이번 주말 회의장에서 나발니의 미망인 율리아 나발나야를 만났다.

쿠퍼 장관은 행사에서 "러시아는 나발니를 위협으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 정부는 이 형태의 독을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비열한 수단을 스스로 드러냈고,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해 얼마나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동맹국들은 공동 성명에서 "시베리아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나발니를 겨냥해 이 치명적 독성 물질을 사용하는 수단과 동기, 기회는 러시아 정부에만 있었으며, 우리는 그의 사망에 대해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에피바티딘은 남미 야생의 독화살개구리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된다. 사육되는 독화살개구리는 이 독을 생성하지 않으며, 이 물질은 러시아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발니의 몸에서 이 독이 검출된 데 대해 무고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러시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이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나발니의 "엄청난 용기"를 치켜세우며 "진실을 밝히려는 그의 결단은 오래도록 남을 유산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스타머 총리는 "나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의 살의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가치, 삶의 방식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나발니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러시아를 위한 투쟁 때문에 살해된 것"이라고 시사하며, 프랑스는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반부패 운동가이자 러시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였던 나발니는 2024년 2월 16일, 47세의 나이로 교도소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는 2020년 노비촉 신경작용제에 중독된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러시아로 돌아온 직후 공항에서 체포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에 앞서,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2024년 북극권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남편이 독살됐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제기해 왔다.

지난해 9월 나발나야는 밀반출된 생체 샘플을 두 개 국가의 실험실에서 분석한 결과, 남편이 "살해됐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사용됐다고 주장되는 독성 물질이나 샘플, 분석 과정에 대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실험실에 결과를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발표에 대한 반응에서 나발나야는 "첫날부터 남편이 독살됐음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에 걸쳐 정밀한 작업을 통해 진실을 밝혀낸 유럽 국가들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율리아 나발나야
German Federal Foreign Office via Getty Images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자신의 남편이 러시아에 의해 독살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모든 논의와 성명은 서방이 직면한 시급한 문제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정보 공세"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발니가 살아 있을 당시에 그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것과 달리, 그의 사망 한 달 뒤 "사람의 죽음은 언제나 슬픈 일"이라고 짧게 언급한 바 있다.

나발니가 사망했을 당시, 그는 날조된 혐의로 3년간 수감돼 있었으며 최근 교정식민지(북극권 교도소)로 이송된 상태였다.

러시아 측 설명에 따르면, 당시 47세였던 나발니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짧은 산책을 한 뒤 몸이 좋지 않다고 말했고, 곧 쓰러진 뒤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극도로 희귀한' 신경독

알렉세이 나발니를 살해하는 데 사용됐다고 영국이 밝힌 독개구리의 독소 '에피바티딘'은 남미 북부에 서식하는 독화살개구리에서 처음 추출된 물질이다.

BBC 러시아어 서비스의 인터뷰에서 독성학 전문가 질 존슨은 이 물질이 "모르핀보다 200배 더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에피바티딘은 진통제나 폐의 염증성 통증 완화제로 연구된 적이 있으나, 독성이 지나치게 강해 임상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존슨은 이 물질이 중추신경계의 수용체에 작용해 "근육 경련과 마비, 발작, 서맥, 호흡부전을 일으키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 극도로 희귀한 신경독은 야생 상태의 단 하나의 개구리 종이 특정 먹이를 섭취했을 때에만 극미량으로 생성된다고 강조하며, "사람을 독살하는 방법 가운데서도 믿기 어려울 만큼 희귀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존슨은 "올바른 장소에서, 해당 알칼로이드를 생성하는 특정 먹이를 섭취한 야생 개구리를 찾아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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