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창] "재외동포 체류자격 F-4로 통합…동포 정착의 전환점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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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의 창] "재외동포 체류자격 F-4로 통합…동포 정착의 전환점될 것"

연합뉴스 2026-02-15 12:25: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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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순 고려인협회장 "20년 만의 차별 철폐…국적 회복 등 후속 조치 이어져야"

출신국 따른 '비자의 계급화' 종언… 10개 단순 노무 직종 추가 개방해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이 14일 인천 연수구 연수동 함박마을에 있는 대한고려인협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 2. 14. phyeonsoo@yna.co.kr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방문취업(H-2)이라는 이름 아래 동포들을 출신국과 소득 수준으로 나누던 차별의 벽이 드디어 허물어졌습니다.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20년 만에 일어난 가장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우리 고려인 동포들이 모국에서 당당한 일원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이 마련됐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11일 재외동포(F-4) 체류자격과 방문취업(H-2) 체류자격을 F-4로 통합한다는 전격적인 발표를 내놓은 가운데, 국내 12만 고려인 동포를 대표하는 대한고려인협회 정영순 회장은 14일 연합뉴스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고려인 동포들은 독립운동의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출신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만으로 F-4 비자 대신 취업 범위와 체류 기간에 제약이 많은 H-2 비자를 주로 받아왔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해묵은 차별 논란을 종식하고 86만 국내 체류 동포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동포 체류자격 통합 조치'의 핵심은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나 F-4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 점이다. 기존에는 미국이나 서유럽 등 선진국 출신 동포에게는 F-4가, 중국·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출신 동포에게는 H-2가 주로 부여돼 '비자의 계급화'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 동포 체류자격 통합 정책 설명회 법무부 동포 체류자격 통합 정책 설명회

(서울=연합뉴스) 지난 12일 법무부 주최로 열린 재외동포 체류자격 통합 정책설명회에서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고려인협회 제공]

정 회장은 "지난 20년간 동포 당사자와 시민사회는 이 제도가 인권 침해적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며 "늦었지만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한 것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개편안에 따라 기존 H-2 사증의 신규 발급은 전면 중단된다. 현재 H-2 자격을 소지한 동포들은 체류 기간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언제든지 F-4 자격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특히 F-4 체류자에게 엄격히 제한됐던 단순 노무 및 서비스업 분야도 취업 문턱을 낮췄다. 47개 제한 직업군 중 건설 단순 종사원, 수동 포장원, 하역 및 적재 단순 종사원 등 현장 수요가 높은 10개 직업에 대해서는 이제 공식적인 취업이 허용된다.

법무부는 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질서 있는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어 능력과 사회통합프로그램 수강 및 이수 여부에 따라 체류 기간을 1~3년으로 차등 부여할 방침이다. 이는 동포들의 한국 사회 적응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또한, 한국어 우수자와 우수한 자원봉사 실적을 가진 동포들에게는 영주(F-5) 자격 신청 시 요구되는 소득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동포들에게 영주권 취득의 길을 넓혀준 것은 이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실질적인 보호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사말하는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인사말하는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서울=연합뉴스) 정영순(오른쪽) 대한고려인협회장이 지난 7일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설날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열고 떡국과 행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고려인협회 제공]

법무부는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12일, 동포 단체와 동포체류지원 센터,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정책 설명회를 열고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상세히 공유하며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

정 회장은 "이번 통합 조치를 반기면서도,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협회와 사단법인 '너머'가 함께 고민해 온 네 가지 추가 요구 사항을 정부에 제안했다.

먼저 '국적 회복'이다. 정 회장은 "고려인 동포들은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독립운동 후손이자 한민족 고난 극복의 상징"이라며 "단순한 체류 정책 개선을 넘어 이들이 완전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적 배려다. 갑작스러운 비자 통합 과정에서 정보 부족으로 인해 동포들이 겪을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전담 지원 창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고용 안전망 강화다. 정 회장은 "10개 업종이 개방됐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취업 제한을 점진적으로 철폐하고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내에서 동포들이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후속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국민적 인식 개선을 꼽았다. "제도가 바뀌어도 동포를 향한 사회적 편견이 그대로라면 진정한 통합은 어렵다"며 "동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홍보와 교육 사업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인 정착 방안 주제발표하는 정영순 회장 고려인 정착 방안 주제발표하는 정영순 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주최 '국내 동포 정착지원을 위한 정책 대화'에서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25. 8. 29. phyeonsoo@yna.co.kr

대한고려인협회는 전국 17개 지부를 둔 국내 거주 12만 고려인의 대표 자치 조직이다. 2017년 '고려인 강제 이주 80년 만민회의' 당시 고려인 4세들의 동포 자격 인정을 요구했던 140인 선언을 계기로 시작돼, 2018년 12월 안산,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의 대표들이 모여 공식 발족했다.

정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단합하여 위기를 헤쳐 온 우리 고려인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이번 비자 통합이 모든 동포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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