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수석열전]②봉욱 민정수석...'고르디우스의 매듭' 서초동 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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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수석열전]②봉욱 민정수석...'고르디우스의 매듭' 서초동 현자

이데일리 2026-02-15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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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데일리는 이번 설 연휴를 맞아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소개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일대기보다는 그들을 특징지을 수 있는 사건·사안 위주을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가까이서 본 기자의 시각이 담겨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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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편견’을 안고 산다. 특히 검찰이나 기자처럼 ‘집단’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에 대해 강하다. 그곳에 속한 개인도 집단의 특질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검사의 이미지는 불친절하고 딱딱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검사도 많다.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의 첫’ 민정수석인 봉욱도 마찬가지다. 그는 겸양어린 태도로 완고한 검찰조직 안에서 일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2019년 검찰총장이 ‘윤석열’이 아닌 ‘봉욱’이었다면 어땠을까? 당시 법조를 출입했던 기자들도 ‘달랐을 것 같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2020년대 역사에 있어 그토록 큰 격변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봉욱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온화함의 표상이다. 본인 결혼식 때 부친께서 축가를 불러줬던 것처럼, 봉욱 자신도 본인의 아들 결혼식 때 축가를 불렀다. 술김에 마이크를 든 게 아니라 성악 레슨을 받으며 준비했다. 힘겨웠던 20세기를 살았던 ‘아버지’들에게 보기 힘든 ‘다정다감’이다. 우리나라 관료사회에 ‘가화만사성’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는 것을 놓고 봤을 때도, 그가 2019년 검찰총장으로 선택받았다면 달랐을 것 같다.

검찰 퇴임후 변호사로 일하면서 강연하는 봉욱 (사진=봉욱 민정수석 SNS)


2019년 후배였던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되고 봉욱 본인은 관례에 따라 검찰 조직을 떠나야 했다. 검찰을 떠나면서 남겼던 그의 육필 메시지는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국민적 신뢰를 잃어가는 검찰 조직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누구보다 공정한 검찰 조직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런 인상이었을까. 바깥에서 보기에 봉욱은 검찰 식구였다. 특히 민주당에서 봤을 때 도드라져 보였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지명됐을 때 많은 이들이 반대했다. 청와대 고위 참모 중 누군가는 대통령에게 재고를 수차례 요청했다고 한다.

이들이 보기에 검찰 개혁은 꼬인 실타래와 같았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검찰개혁을 부르짖었고 공수처 등이 출범했지만 좀처럼 눈에 띄는 효험을 내지 못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 되어 담당하려다 산화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반(反)민주당’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검찰이란 조직도 단순한 부처로 보기 힘들었다. ‘조선시대 사헌부와 같다’라는 자부심도 컸다. 우리 사회 최상층부 엘리트에 속하는 이들이다. 많이 친근해졌다고는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들에 대한 경외감과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

(문학적 수사로 많이 등장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린 고대 마케도니아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같은 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법치국가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행복권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봉욱 민정수석(사진=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온화한 이미지의 봉욱이 검찰 개혁의 선두 역할을 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윤석열과는 반대적 성향이 명확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핵심참모들이 보기에 최선의 선택이라는 의미다. 누구보다 검찰을 잘 알고 검찰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 같다. 그에 대한 평가는 훗날에야 비로소 가능할 듯 하다.

봉욱은 퇴임 이후 경제지를 통해 여러 칼럼을 남겼다. 그는 부친의 조언으로 경제신문을 구독했고 1997년 독서모임을 운영했다. 근 20년간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으며 모임을 유지했다. ‘사형수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고(故) 김홍섭 판사를 존경한다고 밝혔고 안중근이 살아온 삶에서도 큰 감명을 받았다. 법조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검사마저 탄복시켰던 그(안중근)의 인품과 행적을 존경했다.

서슬퍼런 재벌 수사 검사였음에도 배임죄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었다. 배임죄의 처벌 범위와 규정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도전과 혁신 의지를 꺾는다고 그는 봤다. 명확한 법률 해석과 판례가 세워져야 한다고 봤다. 지금의 배임죄에 대해서는 폐지가 맞다고 본 것 같다. 그의 겸손은 끝없는 자기반성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그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나만의 단련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단련법을 ‘법리력’, ‘팩트력’, ‘설득력’, ‘관계력’, 마음력‘, ’체력‘으로 구분했다.

나만의 단련법

법리력 : 육법전서 / 판례 즉시 찾아보기, 기록 정독

팩트력 : 현장 확인, 30년 경제신문, 20년 독서모임

설득력 : 역지사지, 페이퍼 작성, 사서삼경 대학원

관계력 : 솔선수범, 동고동락, 먼저 인사하기, 피드백

마음력 : 겸손, 배려, 경청, 시 낭송, 30년 화내지 않기

체력 : 매일 10분 기(氣) 스트레칭 체조, 아침 운동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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