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취임 후 첫 공연…"한강·남산 주제로 작품 발굴하고 싶어"
"합창도 기악만큼 예술적 가치 지녀…한계 넘은 시도 보여주고파"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서울시합창단만이 할 수 있는, 서울의 정체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영만(63) 서울시합창단 단장이 다음 달 12∼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취임 후 첫 공연 '언제라도, 봄'을 연다.
공연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4일 연합뉴스와 만난 이 단장은 "서울시합창단 단장은 지휘자들에게는 일생의 목표와도 같은 자리"라며 "이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영광이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단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꺼내든 화두는 '정체성'이었다. 합창단 정체성의 브랜드화를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단장은 "서울을 상징하는 한강, 남산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발굴해 작품화하고 싶다"며 "국악 관현악단과의 협업 등 서울시합창단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단장은 한강의 옛 이름인 '아리수'와 남산 꽃구경 등 서울의 지리와 역사를 담은 소재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그는 "이런 시도가 합창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관객들에게 서울만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여수시립합창단 단장 시절 만든 '진해루의 결의'와 같은 작품을 서울시합창단에서도 꼭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진해루의 결의'는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출정 전 고뇌와 결단, 조정과의 갈등을 담은 합창곡이다.
이 단장은 "서울에도 아직 다루지 않은 역사적 이야기가 많다"며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구상하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합창단에 새로운 색깔의 옷을 입히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그는 "단원들은 이미 각자 완성된 음악가들이지만, 지휘자의 기획과 해석에 따라 합창단의 톤과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서울시합창단만의 독특한 색깔을 찾고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기악에 비해 성악, 특히 합창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클래식계 현실에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기악은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해석의 여지가 넓지만, 합창은 가사가 있어 의미가 한정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만큼 동시대 목소리와 다양한 시도를 담아낼 수 있는 장르가 합창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창과 성악이 기악 못지않게 깊은 감동과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더 많은 관객이 경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열리는 '언제라도, 봄' 공연은 이 단장의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무대가 될 전망이다. 공연은 헨델의 대관식 찬가 '왕이 기뻐하리라'로 시작한다.
이 단장은 "헨델이 영국에서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으로, 바로크 음악의 의례적이고 장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초연되는 일레인 하겐버그의 '빛을 비추소서'(Illuminare), 대만 원주민인 하카족 언어로 노래하는 '꽃나무 아래에서', 스페인 곡 '공기가 춤을 춘다'(El Aire Baila) 등 다양한 언어와 문화의 곡들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 창작곡으로는 '불회사의 다도에 가면', '봄이 온다기에'와 위촉 초연곡 '깨엿장사', 새로 편곡된 '뱃노래' 등이 준비됐다.
이 단장은 "서울시합창단 단원들은 기량이 매우 높아서 솔리스트로도 손색이 없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관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와 언어, 리듬을 담았다. 합창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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