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대통령 질책' 사건과 대조…정의연 "2차 가해 방치"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현장의 모욕 사건은 4년째 수사기관 사이를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지난 2022년 3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김병헌 대표 등을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만 4년이 된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김 대표 등이 "위안부는 몸 파는 창녀"라는 발언으로 피해자를 모욕하고, 수요시위 장소에 스피커를 설치해 비명을 송출하는 등 집회를 방해했다며 정의연이 고소한 건이다. 위안부 모욕 논란의 '원조' 격에 해당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얼빠진 사자명예훼손"이란 강한 질책에 서울 서초경찰서가 김 대표의 '고교 앞 소녀상 철거 시위'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이 '원조 사건'을 두고 관할인 종로경찰서와 검찰이 지루한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 4년간 검찰로부터 총 3차례나 사건을 되돌려 받았다. 2023년 9월 첫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재수사 요청을 받았고, 이후 2024년 9월과 지난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 의지와는 다르게 되는 부분이 있다. 사건을 방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발언을 한 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송치하고 일부는 불송치하는 등 일관된 기준이 없어 보여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조만간 보완수사를 마무리해 다시 검찰로 넘길 방침이다.
정의연은 수사가 공전하는 4년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절정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 측은 2019년 12월부터 수요시위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며 "위안부는 매춘", "위안부와 정의연 등이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수사기관들의 '핑퐁'으로 아무 제지를 받지 않자 온라인 공간에서의 모욕과 고교 앞 소녀상 철거 시위 등으로 가해 행위가 번졌다는 게 정의연의 시각이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안타까운 건 피해자가 모욕당하고, 집회 참가자가 성희롱을 당하는 참담한 상황에 공권력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 때는 눈치를 보느라 전혀 움직이지 않던 경찰이 이제 와 이 대통령 때문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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