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STN을 만나다.] 류승우 기자┃젠지가 2026 LCK컵 플레이오프 승자조 2라운드에서 디플러스 기아를 3대 1로 꺾고 ‘홍콩행’ 티켓을 가장 먼저 손에 넣었다. 2세트를 내주며 무실세트 흐름은 멈췄지만, 바텀 초반 설계와 오브젝트 운영, 결정적 순간의 ‘쵸비’ 캐리로 다시 판을 뒤집었다. POM에 오른 쵸비는 “오늘 내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다”며 “다음도 시도하다 망하면 아쉬운 거지,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무실세트는 깨졌지만…21연승은 더 선명해졌다”
14일 서울 종로 롤파크. 젠지는 DK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며 PO 승자조 3라운드로 직행, 홍콩행을 ‘1등’으로 확정했다. 이날 경기로 젠지는 DK전 연승 기록을 21까지 늘렸다. 2세트 패배로 ‘무실세트’ 행진은 끝났지만, 시리즈의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젠지에게 DK는 또 한 번 ‘넘기 힘든 벽’이었다.
1세트 “유미 꺼낸 DK…젠지는 더 빨랐다”
DK가 바텀에서 유미를 꺼냈지만, 젠지는 시작부터 바텀을 집요하게 두드리며 더블킬로 시동을 걸었다. 탑에서 DK ‘시우’가 솔로킬을 만들며 반짝했으나, 젠지는 드래곤 스택과 교전 선택에서 한 박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전령 구간에서 ‘쇼메이커’ 아지르가 먼저 끊기며 흐름이 급격히 젠지 쪽으로 기울었다. 20분 무렵 글로벌 골드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젠지는 드래곤 영혼과 바론을 연달아 챙기며 1세트를 정리했다. DK가 미드에서 변수 교전을 열어 잠시 숨통을 틔웠지만, 격차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2세트 “DK의 반격…장로 드래곤으로 균형 맞췄다”
2세트도 출발은 젠지가 좋았다. 바텀 다이브로 ‘룰러’ 코르키가 더블킬을 챙겼다. 하지만 DK는 젠지의 반복되는 바텀 압박 의도를 읽고 맞대응에 성공하면서 킬 스코어를 빠르게 맞췄고, 교전마다 ‘스매쉬’의 화력이 살아나며 드래곤 3스택까지 선점했다.
젠지는 바론으로 버텼지만, 가장 중요한 장로 드래곤 구간에서 DK가 끝내 오브젝트를 가져가며 시리즈를 1대1로 돌려놓았다. 젠지의 ‘완벽’에 금이 간 순간이었다.
3세트 “판테온 투입, 바텀부터 다시 잠갔다”
승부가 1-1로 출발선에 서자, 젠지는 다시 바텀에서 먼저 칼을 뽑았다. ‘캐니언’ 판테온을 투입해 선제 득점을 만들고, 상체에서도 연쇄적으로 점수를 쌓았다.
한때 방심에서 비롯된 끊김이 나오며 DK가 틈을 노렸지만, 젠지는 오브젝트 운영으로 다시 간격을 벌렸다. 바론과 드래곤 영혼을 챙긴 뒤에는 ‘돈으로 찍어누르는’ 전형적인 젠지식 마무리로 2대1을 만들었다.
4세트 “쵸비의 오로라, 승부처마다 혈을 뚫었다”
마지막 4세트 초반, DK가 바텀에서 먼저 킬을 올리며 기세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미드에서 ‘쵸비’ 오로라가 ‘쇼메이커’ 애니비아를 상대로 솔로킬을 따내며 균형을 되찾았다.
중반 드래곤 한타에서 DK가 승리하고 바론까지 챙기며 흔들림이 생겼으나, 젠지는 바론 타이밍을 버틴 뒤 역으로 바텀 한타를 열어 핵심 딜러를 빠르게 지웠다. 이후 바론과 드래곤 영혼을 차근차근 가져오며 주도권을 완전히 회수했고, 장로를 둘러싼 마지막 교전에서도 젠지가 승리하며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POM 쵸비 “오늘 내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다…다음도 ‘시도’하겠다”
POM은 쵸비에게 쏠렸다. 그는 승리 직후 “개인적으로 오늘 내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던 경기”라고 했다. 홍콩행 확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담담히 말하면서도, 만장일치 POM에는 “그만큼 잘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웃었다.
DK 지목 이유를 묻자 “감독님이 그러자고 하셨다”고 짧게 정리했다. 밴픽에 대해서는 유미, 라이즈-말자하 같은 ‘오랜만의 얼굴’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 유미를 거의 못 봤다”, “말자도 오랜만이라 예상은 못 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라이즈는 좋다고 봤고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봤다.
특히 탑 개입 장면에 대해선 “집 가는 길에 탑을 봤는데, 빼는 쪽이 더 손해인 싸움 같아서 그냥 달렸다”고 본인 판단을 강조했다. 4세트 운영에 대해서는 애니비아를 상대하는 ‘편한 각’을 계속 계산했고, “죽지 않고 성장하면 상대 딜러를 한 방에 보낼 힘이 생긴다”며 안전과 성장의 균형을 핵심으로 짚었다.
딜량이 크게 찍힌 장면에는 “욕심으로는 언젠가 10만 딜도 띄워보고 싶다”고 말해 현장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 각오는 더 또렷했다. “오늘은 계속 시도하면서, 망하면 아쉬운 거지 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했더니 잘 됐다. 다음도 그렇게 해보겠다.”
룰러 “2세트는 ‘신내서’ 미안…그래도 전체적으론 만족”
경기 후 함께 마이크를 잡은 룰러는 2세트를 아쉬운 대목으로 꼽으며 “너무 신내서 팀을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그걸 빼면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바텀 구도에 대해선 “요즘은 라인전이 중요해진 지 오래라 픽과 운영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고, 4세트에 대해선 바텀 호흡과 구도가 쉽지 않았던 장면들을 솔직하게 언급했다. 팀 교전 콜에 대해서도, 상대 압박이 올라오는 타이밍을 보고 “어느 선까지 나오면 한 번 보자”는 식으로 싸움을 열 준비를 했다는 취지로 풀었다.
다음은 ‘결승 직행’ 길목…젠지, 또 한 번 시험대
이 승리로 젠지는 승자조 3라운드에서 T1과 피어엑스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결승 진출과 함께 ‘더 큰 무대’가 걸린 길목이다. 젠지는 DK전 21연승이라는 숫자보다 더 무서운 걸 보여줬다. 한 번 흔들려도, 다시 자기 리듬으로 경기를 되돌리는 힘. 그리고 그 중심에, “망하면 아쉬운 거지”를 실제 플레이로 증명한 쵸비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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