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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에서 신세경은 등장인물 모두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조과장(조인성)의 휴민트 였고, 박건(박정민)의 헤어진 연인이었고, 그 때문에 황치성(박해준)의 먹잇감이 된다. 그렇기에 신세경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각각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의 시선의 끝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 영화 '휴민트'의 장르가 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경은 조심성이 많은 성격에 모든 작품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한다. '휴민트'에는 그 '도전'이 하나가 아니었다. 북한 사투리도 처음이었고, 약 3개월이라는 긴 로케이션도 처음이었고, 류승완 감독이라는 액션 장르성이 짙은 감독의 작품에 서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 도전에 대해 신세경은 "좋은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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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채선화는 굉장히 강인한 여성이다. 끝까지 저항하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틈만 보이면 달려가 망설임 없이 총을 쥐기도 한다.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어떻게 보면 제가 그런 여성을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다. 제가 본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인물이 채선화인 것 같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서사 안에서 심플하게 표현되었지만, 채선화의 삶을 텍스트로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보통의 결단력으로는 선택하기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자기가 책임지고 싶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아주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생존을 위한 열망이 굉장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Q. 선화의 언어가 인상 깊었다. 북한 사투리 연습 기간이 길었을 것 같다. 특히 패티김의 곡 '이별'에도 그 사투리가 묻어있어 놀랐다.
"제가 사투리 연기를 한 것이 처음이다. 조심스럽고, 겁도 많은 성격이라 새롭게 무언가를 도전할 때 항상 부담을 느낀다. 모든 작품이 저에게 큰 도전이다. 사투리 연기에 달리 지름길이 없었다. 열심히 배우고, 녹음하신 파일을 받아서 따라 하고, 제 목소리도 다시 녹음해서 들어보고, 반복하는 과정이 있었다. 캐릭터에 맞게, 그 또래 평양 사람 포커스에 맞춰서 지도받았다. '이별'을 부를 때, 평양 여자이니 북한 말이 묻어있는 게 자연스러울 거로 생각했다. 또 노래하는 장면만 있는 게 아니라, 박건(박정민)과 사랑했던 시절에 불러준 곡이기도 하지 않나. 가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장면이라 북한 사람의 느낌만 남아있게끔 보컬 선생님께 배웠던 것 같다.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단시간에 보컬이 성장하기 어려운 일이니, 그 곡만 열심히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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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건(박정민)을 향한 감정선도 궁금하다.
"선화와 박건의 관계에는 가족이 이어져 있다. 선화의 집은 어머니가 아프시며, 치료 비용을 위해 아버지가 모험을 하다 당국에 걸렸다. 그런데 그 조사를 담당한 사람이 박건이었다. 양쪽 모두 이해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선화는 '혼자 만으로 충분하다'라는 생각에 밀쳐냈을 거다.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 선화는 자신의 감정도 힘듦도 드러내는 편이 아니다. 조금 절제된 느낌이다가, 마지막 지점에서 처음으로 박건에게 제대로 된 선화의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Q. 고문을 당하는 장면도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다. 지친 모습과 동시에 박건을 향한 감정까지 드러내어야 해서 더 심적으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제가 물 공포가 심하다. 세숫대야에 물을 채우고, 얼굴 담는 것도 못 할 정도로 호흡기를 물에 잘 못 담근다.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이걸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공포스러웠다. 그래서 안전하게 촬영하기 위해 대역분이 계셨고,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촬영한 기억이 난다. 감정의 표현이 중요한 장면인 만큼, 박건과 선화의 표정이 잘 보여야 했다. 상황이 그렇게 둘을 만들었지만, 둘이 서로를 보는 눈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읽혀야 했다. 한때 사랑한 사람이고, 애정과 동시에 원망이 있어야 했던 것 같다. 그 장면을 제법 초반에 촬영했다. 해외 로케이션하러 가기 전에 한국 세트장에서 찍었다. 그때는 박정민 배우도 저도 낯을 많이 가리는 상태라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류승완 감독님의 디렉션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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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지점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선화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 울부짖음이 강렬하게 남았다.
"시나리오에는 선화의 리액션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논의를 거친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박건과 선화의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다. 공간이 넓어서 시각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 가능한 선인지 궁금했다. 류승완 감독님과 논의를 거친 끝에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Q. 신세경이 본격적으로 절절한 멜로 스토리를 완성해 낸 것에 대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되게 좋은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관객으로 앉아서 볼 때에도 느꼈지만, 여운이 되게 컸다. 그리고 '휴민트'의 후반부에 짙게 깔리는 정서가 그대로 마음에 오래 남는다. 영화가 하나의 장르만이 아닌, 여러 가지가 공존하는 작품인데, 그 짙은 감정선을 가져갈 수 있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장에서 함께 멜로 호흡을 맞춘 박정민에게 설렘을 느낀 순간도 있었을까.
"박정민은 류승완 감독님과 과거에도 작업을 해본 적이 있어서, 제가 현장에 익숙해질 수 있게 도와주셨다. 감정적으로도 실제로 많이 의지했다. 현장에서 저와 또래 배우신데,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저런 부분을 따라 하고 싶다', '배우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정서적으로 위로받고,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나, 궁금한 지점이 있으면 항상 물어봤다. 제가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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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꽤 오랜 시간 배우로 서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더 채우고 싶은 것들이나 내려놓고 싶은 것들이 생겼을 것 같다.
"지금보다 비교적 어릴 때, 그런 것을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저에게 주어지는 걸 최선을 다해 소화하자'라는 생각이 크다. 그런 생각으로 해나가고 있다. 대중예술인으로 관객, 시청자, 팬 분들이 저를 보고 싶어 해야 제가 설 수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 꽤 긴 시간을 성실하게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저를 찾아주시는 한, 열심히 해나가고자 한다."
Q. 혹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
"제가 원래 겁이 많다. 조심하는 성격이라, 작품 속에서는 자기감정에 절제가 없는 캐릭터를 한 번 연기해 보고 싶다. 대신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어려울 것도 같다. 그런 저와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다."
신세경은 여전히 스스로를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고백과 달리, '휴민트' 속 채선화는 신세경이었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깊고 굵은 '생존'이라는 뿌리를 단단히 내린 강함이 있었다. 그렇게 작품마다 스스로의 경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두려움을 안고 나아가는 신세경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늘 기분 좋은 설렘을 더하는 이유다.
- 조명현 기자 midol.i.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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