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이 14일(한국시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밀라노=스포츠동아 강산 기자] “언니, 오빠와 자라면서 생긴 승부욕이 세졌죠.”
최가온(18·세화여고)은 대한민국 최초 설상 종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13일(한국시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클로이 김(미국·88.0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클로이 김은 최가온의 우상이다.
스토리도 완벽했다. 이날 리비뇨에 내린 폭설 탓에 선수들이 연기를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가온은 1차 시기 도중 넘어졌다. 워낙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멀리서 파이프를 비춘 중계화면만 송출됐다. 들것에 실려 나가지 않고 걸어서 퇴장했고, 힘겹게 2차 시기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100%의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한 차례 공중 기술을 선보인 뒤 엉덩방아를 찧었다. 최가온의 코치도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만류했다. 최가온 측 관계자도 “4년 뒤를 기약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최가온의 승부욕은 남달랐다. 엄청난 투지로 3차 시기에 도전해 스위치 백사이드 등 5개 기술을 완벽하게 성공했고, 심판 5명으로부터 모두 9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다. 클로이 김이 마지막 연기에서 최가온의 점수를 넘지 못해 금메달이 초종 확정됐다.
최가온은 14일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금메달을 딴 뒤 가족들에게 메시지가 많이 왔다”며 “친구들의 부모님께서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활짝 웃었다.
부상 당시 상황을 돌아본 최가온은 “코치님께 ‘나는 절대 경기를 포기하지 않겠다. 무조건 뛰겠다’고 말씀드렸다. 코치님께서 ‘안 된다. 너 걷지도 못한다. 일단 2차 시기를 뛰지 말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잠시 후 걸어 보니 괜찮아져서 철회하고 다시 런에 나섰다”고 말했다.
남다른 승부욕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가온은 “어린 시절부터 겁이 없었다”며 “승부욕이 겁을 이긴다. 내가 언니, 오빠와 자라면서 승부욕이 많이 세졌다”며 “넘어졌을 때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일어나고 싶어도 못 일어났다”며 “의료진은 ‘들것에 실려 나가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뒤에 선수가 내려와야 해서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하길래. 일어나서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최가온의 든든한 조력자다. 스노보드 매니아였던 그는 최가온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가온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아빠는 일을 그만두고 나와 함께 이 길을 걸어왔다”며 “정말 많이 싸웠고, 그만둘 뻔한 적도 많았다. 아빠가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벤 위스너(미국) 코치에게는 금메달을 직접 걸어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항상 1등을 해도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이번에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렸다”고 덧붙였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이 14일(한국시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밀라노ㅣ뉴시스
밀라노ㅣ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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