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해시드오픈리서치가 13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수호아이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스트레이츠엑스, 파이어블록스 등 금융·블록체인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AI 에이전트 경제 시대를 대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 AI 시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필수 인프라
이날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AI 세상에서의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AI 시대의 DNA'로 규정했다. 김 대표는 "이더리움 표준 프로토콜 ERC-8004에 메인넷 출시 2주 만에 2만5000개의 AI 에이전트가 등록됐다"며 "올해 말에는 수십억 개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에이전트 간 결제와 신뢰 검증을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필수"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가 없다면 국내 AI 경제마저 달러에 종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지난주부터 AI 에이전트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시작됐다며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AI가 AI에게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업계의 정치권도 화답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주제로 입법 의지를 밝혔다. 지난 6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한 민 의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려면 속도가 생명"이라며 "늦어지면 한국 금융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스테이블코인은 100% 담보 자산을 보유한다"며 "은행의 지급준비율이 1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입 규제보다 담보 관리 감독 중심의 행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어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구현 프레임워크로 본 스테이블코인의 합법적 쟁점'을 발표하며 법률 전문가 시각에서 제도화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기존 금융법 체계와 블록체인 기술의 충돌 지점을 짚으며 "새로운 기술에 맞는 새로운 법률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수수료 3~5%를 0.1%로···카카오페이의 야심
법과 제도 논의에 이어 현장의 실무 사례가 소개됐다. 손경희 카카오페이 부사장은 '금융 인프라의 전환: Next Finance'를 주제로 월렛 중심 금융 인프라 전환을 통한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손 부사장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블록체인 실행 레이어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금융이 아니라 실행력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월렛 간 직접 거래 구조를 통해 기존 글로벌 크로스보더 거래 비용 3~5%를 0.1~1%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2~3일 걸리는 정산을 실시간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 부사장은 "B2B 크로스보더 정산이 가장 먼저 적용될 영역"이라며 "다국적 기업의 본사와 해외 법인 간 거래, 게임사의 IP 매출 정산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2026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박지수 수호아이오 대표는 '금융 서비스의 전환: 글로벌 결제 생성의 새로운 선택지'를 발표하며 도매 시장의 인프라 공백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국내 실물 FX(외환) 수요가 하루 150조원에 달하는데 이를 감당할 정산·청산소가 없다"며 "2025년 기준 리테일 해외 투자 50조원 규모에서 FX 스프레드 비용만 5000억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거래소 유동성으로는 100억원 규모 거래도 환손실 없이 처리하기 어렵다"며 "도매급 FX 인프라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호아이오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FX 정산 인프라 '이지스'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대상 결제 수수료를 기존 1%에서 0.3%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해법이 제시됐다. 김호진 해시드오픈파이낸스 대표는 '블록체인 인프라의 진화'를 주제로 프라이버시와 컴플라이언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나루'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 M2 통화 공급 대비 스테이블코인 침투율은 약 1.3%에 불과하다"며 영지식증명 기술을 활용해 거래 내역을 보호하면서도 규제 기관의 감독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자금세탁방지는 양립 가능하다"고 말했다.
◆ 2030년 2조 달러 시장···한국만 제자리
글로벌 시장 전망도 제시됐다. 신승훈 BCG 파트너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망'을 주제로 "미국과 유럽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완성했고 싱가포르는 시장 육성에 나섰지만 한국만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2025년 2200억 달러에서 2030년 2조 달러로 10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파트너는 "규제 혁신이 없으면 한국은 디지털 금융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할 수 있다"며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사용하면 환율 리스크와 수수료 부담이 이중으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도 공유됐다. 샘슨 레오(Samson Leo) 스트레이츠엑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전략책임자는 "싱가포르 달러 스테이블코인 XSGD는 이미 동남아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한국은 IT 인프라와 금융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규제만 뒷받침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시아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준혁 파이어블록스 한국 대표는 "전 세계 2000개 이상의 금융 기관과 기업이 파이어블록스를 통해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JP모건, BNY멜론, ANZ 등 글로벌 은행들이 이미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보안, 규제 준수, 확장성 문제는 이미 기술적으로 해결됐다"며 "이제는 제도와 시장 참여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회 세션에서는 체이널리시스, 베이스 동북아시아 대표,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이 참여해 스테이블코인 유통 전략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성공의 핵심은 '배분 설계'에 있다며 발행만큼이나 시장 유통 방식과 인센티브 구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베이스는 레이어2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는 실사례를 공유했다.
김서준 대표는 폐회사에서 변화의 속도를 거듭 경고했다. 김 대표는 "비개발자가 AI를 활용해 4시간 만에 글로벌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며 "개발 장벽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20세기 초 뉴욕에는 10만 마리의 말이 있었지만 자동차가 등장하자 불과 13년 만에 말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금융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변화는 점진적이지 않고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적으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이전트가 돈 쓰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며 "준비되지 않으면 구경만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