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더봄] 좋은 쌀로 잘 지은 밥 같은 맛으로 마시는 보이차 숙차 '필유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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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더봄] 좋은 쌀로 잘 지은 밥 같은 맛으로 마시는 보이차 숙차 '필유여경'

여성경제신문 2026-02-14 13:00:00 신고

지금 우리나라 사람에게 밥은 걸러도 커피는 마시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아이스커피를 즐기는 나라가 없는데 오죽하면 '얼죽아'라는 말이 나왔을까 싶습니다. 요즘처럼 계속 영하권인 추운 날에도 덜덜 떨면서 얼음 든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 종이 잔에 담아 들고 다닙니다. 한국인의 대단한 커피 사랑에 세계인이 혀를 내두른다고 합니다.

저는 보이차 생활을 시작하면서 숙차만 10년을 마셨습니다. 하루에 4리터 이상을 거의 매일 마셨으니 저의 숙차 사랑도 어지간했다 싶습니다. 지금은 숙차로 시작해서 오후에는 두 차례 정도 생차를 마십니다. 보이차로 차를 마시는 양은 여전히 4리터 정도입니다. 커피나 차를 많이 마시는 게 자랑일 수는 없지만 술이 아니어서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니니 다행이지요.

마시기 어려운 물, 숙차로 마시면 어떨까요?     

음료수 중에서 가장 좋은 건 물이라고 해야겠지요. 예전에는 건강을 지키려면 물을 하루에 2리터 이상 마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건강 상식도 변화가 많아져서 지금은 양을 지키기보다 물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편입니다. 커피나 차 등으로 섭취하는 건 물을 마시는 것과 다르다고도 하고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것도 수분 섭취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일상에서 일정한 양의 물을 챙겨 마시는 건 쉽지 않지요. 하루에 물을 언제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 지켜보면 기껏 식사 후에 마시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커피와 차는 이뇨 작용이 있어서 수분을 더 부족하게 만든다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 경우로 보면 하루에 4리터 정도 마시고 있는 차가 몸에 필요한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표일배라는 다기를 쓰면 보이차를 사무실에서도 마실 수 있다. 온수기에 뜨거운 물이 있으니 언제든 차를 우릴 수 있다. /김정관
표일배라는 다기를 쓰면 보이차를 사무실에서도 마실 수 있다. 온수기에 뜨거운 물이 있으니 언제든 차를 우릴 수 있다. /김정관

차를 마시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소변으로 내보내는 만큼 계속 차를 마시게 되니 수분 보충이 되는 게 아닐까요? 따뜻한 차는 체온 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건강 유지에 필요한 영양 성분 섭취도 도와줍니다. 제 나이가 일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 영양제 말고는 따로 약을 먹는 게 없으니 제 차 생활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커피나 차에는 카페인 성분이 있어서 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 성분은 수면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체질에 따라 오후에는 커피나 차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요. 그렇지만 숙차는 카페인 성분이 수면에 영향을 덜 미치므로 저녁 시간에 마셔도 괜찮답니다. 물을 자주 마시고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 하는데 습관이 잘 안되니 대용으로 숙차를 마시는 걸 권해 봅니다.

숙차는 값도 저렴하고 누구나 잘 마시는 대중적인 차     

보이차의 효능을 알아보면 혈관 건강 및 성인병 예방, 다이어트 및 체지방 감소, 소화 촉진 및 독소 배출, 항산화 및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합니다. 이런 약리적인 효능이 있다고 해도 차는 약이 아닌 식품이어서 꾸준하게 마셔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보이차 숙차는 따뜻한 성질로 체온을 높여주고 자주 먹게 되는 기름진 음식에 의한 체중 증가를 억제해 준다고 합니다. 보이차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건 지난 20년 동안 마시고 있는 제가 체감하고 있습니다.     

집에 손님은 오지 않는 요즘 사위 며느리가 손님이 되지요. 이 손님들이 하룻밤 묵어가게 되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야식에 맥주를 먹어야 할까요?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야식 금지, 술 금지가 되는 집도 많습니다. 이때 우리 집은 다식을 준비해서 숙차를 마시면 그만이랍니다.     

숙차는 차 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발효차인 숙차는 해마다 발효 기술이 좋아져서 누구나 즐겨 마실 수 있도록 더 맛있는 차가 나오고 있다. /김정관
숙차는 차 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발효차인 숙차는 해마다 발효 기술이 좋아져서 누구나 즐겨 마실 수 있도록 더 맛있는 차가 나오고 있다. /김정관

숙차는 연하게 우리면 아이들이 마셔도 되고, 나이나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마셔도 좋습니다. 차가 가지고 있는 카페인 성분도 숙차는 별다른 작용을 하지 않으니 늦은 저녁 시간에 마셔도 좋답니다. 현대 보이차라고 하는 숙차는 개선된 발효 기법과 고급 모료를 써서 더 부드럽고 단맛이 많아졌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손사래를 치던 제 아내가 요즘은 밤에도 숙차를 청한답니다.     

녹차는 속이 쓰리다고 못 마시고, 커피나 홍차는 카페인 때문에 오후에는 마시기 어렵지요. 그렇지만 숙차는 위장을 보호하고 숙면에도 지장이 없으니 우리 집 음료로는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답니다. 아직 보이차를 몰라서, 숙차를 쑥차로 오인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게 안타깝습니다. 숙차를 알게 되면 어느 집이라도 부부의 대화 매개체로, 가족들이 다 모였을 때 다과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마실 수 있는 최고의 음료로 마시게 될 것입니다.     

대평보이 숙차 필유여경은 잘 지은 밥같이 맛있는 차    

필유여경은 포장지에 고수차(古樹茶)라고 적혀 있는데 관엽형 대지차가 아니라 교목형 차나무 모료를 쓴 고급 숙차입니다. 물론 숙차의 모료는 이름난 산지가 아닐 테고 늦은 봄이나 가을 차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포장지에 산지 이름과 채엽 시기도 표기해 주면 좋겠습니다. 필유여경은 전통 방식의 중발효 숙차라는 걸 차의 병면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보이차에 대한 정보는 포장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필유여경은 고수 보이차이며 2022년에 만든 차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 /김정관
보이차에 대한 정보는 포장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필유여경은 고수 보이차이며 2022년에 만든 차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 /김정관

중발효 숙차를 우려서 탕색을 보면 검붉은색인데 검은색이 많으면 발효 과정에서 과발효된 차입니다. 검은빛이 많은 숙차는 보관 과정에서 탄화(炭化)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싱싱한 돼지 간 색이면 알맞게 발효된 숙차라고 보면 됩니다. 필유여경은 알맞게 만들어진 전형적인 중발효 숙차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매일 아침 식전에 숙차를 마시고 있다. 아내에게 머그잔에 담아 건네고 500cc 정도가 내가 마시는 분량이 된다. /김정관
지난 10년 동안 매일 아침 식전에 숙차를 마시고 있다. 아내에게 머그잔에 담아 건네고 500cc 정도가 내가 마시는 분량이 된다. /김정관

우려낸 필유여경을 마시니 입에 담기는 탕질(湯質)이 두터워서 꽉 차는 느낌이 좋습니다. 차가 목구멍으로 아주 편하게 넘어가는 느낌을 순후(淳厚)하다고 하면 어떨까 싶네요. ‘순후하다’는 건 성품이나 마음씨가 순하고 후덕하다는 의미입니다. 떫거나 쓴맛은 거의 없으며 단맛은 밥을 오래 씹어서 다가오는 그 맛입니다.

차 탕 색이 싱싱한 돼지 간 색깔로 나오면 발효가 알맞게 되고 보관이 잘 된 숙차로 봐도 좋다. /김정관
차 탕 색이 싱싱한 돼지 간 색깔로 나오면 발효가 알맞게 되고 보관이 잘 된 숙차로 봐도 좋다. /김정관
차를 우리고 난 뒤의 찻잎을 엽저라고 하는데 색깔이 검지 않고 갈색이라야 온전한 숙차라고 볼 수 있다. /김정관
차를 우리고 난 뒤의 찻잎을 엽저라고 하는데 색깔이 검지 않고 갈색이라야 온전한 숙차라고 볼 수 있다. /김정관

숙차는 진중하게 향미를 음미하며 마시기보다 마시는 그 자체를 즐기게 됩니다. 그래서 아침 식전의 고요한 시간에 책을 읽거나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준비하며 마시면 좋더군요. 숙차도 다 그렇고 그런 숙차가 아니라 내가 좋아해서 자주 손이 가는 차가 있습니다. 필유여경은 제게 한 가지 숙차를 꼽으라고 하면 이 차라고 할 원톱이랍니다.

     


저는 매일 아침에 식전 차로 거의 10년을 빠뜨리지 않고 숙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나이 탓인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새벽 다섯 시가 되면 눈을 뜹니다. 세면을 하고 나면 찻물을 끓여 숙차를 우려 마시면서 일과를 준비합니다. 20년 동안 숙차를 마시다 보니 소장하고 있는 종류가 백 가지가 넘는데 그중에서 열 종류 정도 선별해 두고 마십니다.     

네 편째 차를 다 마셔가고 있어 새 차 포장지를 곧 열게 된다. 차상 근처에 열 종류 정도 숙차를 두고 번갈아 가며 마시는데 유독 필유여경만 자주 손이 간다. /김정관
네 편째 차를 다 마셔가고 있어 새 차 포장지를 곧 열게 된다. 차상 근처에 열 종류 정도 숙차를 두고 번갈아 가며 마시는데 유독 필유여경만 자주 손이 간다. /김정관

열 종류 중에 가장 자주 마시는 숙차가 바로 2022년 산 대평보이차 필유여경(必有餘慶)입니다. 357g 필유여경을 벌써 네 편을 마시고 곧 다섯 편째 차 포장지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다른 숙차보다 이 차를 즐겨 마시는가 하면 제게는 지미무미(至味無味)의 차로 여겨지는가 봅니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처럼 무심코 손이 가는 숙차가 필유여경이랍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관 건축사·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kahn777@hanmail.net

김정관 건축사·수필가·보이차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행복할 수 있다는 인문학 철학을 설계에 담아 50여 채의 단독주택을 지었으며 다수의 건축상을 받았다. 20년간 보이차를 즐기며 차 생활 칼럼을 각종 매체에 1000편 이상 게재해 온 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재 보이차 모임 ‘다연회’ 회장으로서 20년째 다회를 운영하고 있다. ‘집은 식구들의 행복을 담는 그릇이며, 차는 대화를 부르는 매개체’라는 신념 아래 오늘도 쉼 없이 집필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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