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위클리 컬처] 연휴 시작! 2월 둘째 주 ‘안녕하세요’·‘삭는 미술에 대하여’·‘비밀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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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위클리 컬처] 연휴 시작! 2월 둘째 주 ‘안녕하세요’·‘삭는 미술에 대하여’·‘비밀통로’

투데이신문 2026-02-14 09:02: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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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새해의 진짜 시작이라 불리는 설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설날이 오기 전까지는 ‘새해 예행연습 기간’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요. 주말을 포함해 5일간 이어지는 연휴 동안 몸과 마음을 푹 쉬며 한 해를 다시 힘차게 시작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을 선보여드립니다.


 영화 안녕하세요

영화 <안녕하세요> 스틸컷 [사진 제공=엣나인필름]

안녕하세요, 그 시절의 온도

예술은 너무 익숙해 보이지 않게 된 일상의 순간들을 다시 특별하게 되살리는 힘이 있죠. 이를 가장 잘하는 영화감독을 꼽으라면 오즈 야스지로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일본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는 ‘다다미 숏’, ‘필로우 숏’ 등 그만의 독특한 미학을 선보이며 오늘날 일본 영화 미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죠. <만춘> , <동경 이야기> 등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포착했던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지닌 영화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영화 <안녕하세요> 는 제목처럼 1950년대 일본 교외의 주택가 마을 풍경을 다룬 작품인데요. 집안에 TV를 사달라고 시위하고자 ‘침묵’을 택한 아이들로 인해 불필요한 말로 세상을 채우던 어른들을 소동 속으로 몰아넣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작품은 일본 영화 특유의 일상적이면서도 소박한 재미를 정교하게 녹여냈는데요. 이웃들이 서로의 집을 찾아갈 때 건네는 인사가 갈등 관계에 놓여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다르게 표현되는 지점에서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리마스터링 개봉의 백미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 특유의 정교한 미장센입니다. 장난감 마을처럼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연출된 영화 속 마을을 보는 것도 영화의 색다른 즐거움을 더했는데요. 자극적인 영상과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따뜻한 시선과 영화 속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그리고 복작복작하게 살아가는 마을의 풍경은 왠지 모를 위로를 받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보편적 인간미를 보여 주는 오즈 야스지로의 세계를 리마스터링으로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안녕하세요> 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작품  <흡수>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소멸의 자리에서 태어나는 것

독특한 기획으로 SNS에서 이미 입소문이 난 전시가 있습니다. 영원히 보존돼야 할 ‘작품’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흙과 풀, 곰팡이와 더불어 서서히 ‘삭아가는’ 과정을 포착한 전시인데요.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이번 국제 기획전은 완결된 형태의 보존 대신 소멸하고 순환하는 생태계의 원리를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기획전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는 ‘소멸해야 탄생한다’는 순환적 관념을 관통합니다. 우리는 흔히 뛰어난 예술 작품을 ‘불후의 명작’이라 표현하곤 하는데요. ‘썩지 아니한다’는 의미의 불후(不朽)라는 개념이 과연 오늘날의 예술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를 묻습니다. 이번 전시는 박제된 영원함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꺼이 부서지고 변해가는 ‘삭는 미술’의 가치에 주목하죠.

전시장 한쪽 바닥에 상당한 양의 흙이 깔린 작품 <흡수> 는 이번 전시를 상징하는 작업입니다. 작가 아사드 라자는 서울대학교 토양생지화학 연구실과 함께 서울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네오소일(Neosoil)’로 재탄생시켰는데요. 관람객은 작품 그 자체인 이 토양을 직접 밟고 만지며 전시의 핵심 주제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객은 미리 준비해온 용기에 토양을 담아가거나 운이 좋으면 현장에서 제공되는 자루에 담아갈 수도 있는데요. 미술관에서 가져온 흙에서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과정 자체가 전시의 연장이 되는 셈이죠.

불멸의 수장고를 넘어 미술의 새로운 생태계를 상상하게 하는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는 오는 5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공연 비밀통로

연극 <비밀통로> 무대 사진 [사진 제공=콘텐츠합]

기억 속 숨겨진 인연의 열쇠

사람은 일생 동안 약 8만 시간의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고 하죠. 그러나 때로는 잊힌 기억들이 삶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하는데요. 여기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 위에서 생의 기록들을 거슬러 찾아가는 작품이 있습니다.

연극 <비밀통로> 는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마에카와 토모히로의 원작을 무대화한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낯설고 기묘한 장소에서 생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두 남자의 여정을 따라가는데요. 무대 가득 쌓인 ‘기억의 책’을 하나씩 들춰보며 과거에 얽혀있던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갑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젤리피쉬> ,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작품을 통해 호평받은 민새롬 연출의 감각이 돋보이는데요. 추상적인 기억의 파편들을 정교한 무대 언어로 구현해낸 민 연출가에 더해 양경원, 김선호, 김성규, 이시형 등 탄탄한 내공을 가진 배우들이 함께해 작품의 심도 있는 몰입과 완성도를 더할 예정입니다.

잊고 지냈던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현재의 기적을 깨닫게 해주는 연극 <비밀통로> 는 현재 대학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휴 기간에 색다른 볼거리를 찾으신다면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한 ‘인디그라운드’의 무료 상영 독립영화를 권해드립니다. ‘인디그라운드’에서는 92편의 독립영화를 전편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데요. 상업영화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와 시선 속에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미리 엿보는 시간을 가져보셔도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색다른 문화예술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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