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록증에 적힌 작은 날짜 하나가 같은 차처럼 보이던 중고차의 값과 평가를 갈라놓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한 해가 끝나기도 전에 자동차 업계는 다음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겉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제조사는 새로운 연식으로 홍보하고 이미 구매를 마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차가 생각보다 빠르게 이전 연식으로 넘어간 듯한 느낌을 받기 쉽다.
연식변경은 완전변경이나 부분변경처럼 큰 수술을 하지 않고도 휠·트림·옵션 구성을 조정해 판매 흐름을 다시 만들고 출시 이후 쌓인 소비자 반응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신차 시장에서는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이 연식 차이는 시간이 지나 중고차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은 차종이라도 연식과 연형이 어떻게 엇갈리느냐에 따라 시세가 갈리는데 그때부터 등장하는 말이 각자와 역각자다.
각자와 역각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등록연도와 모델연도를 구분해야 한다. 먼저 등록연도(등록연식)는 차량이 처음 번호판을 단 해를 뜻한다. 차가 언제 생산됐는지와는 별개로 자동차등록증에 기록된 최초 등록일이 기준이 된다.
반면 모델연도(MY·형식연도)는 제조사가 정한 모델 기준 연도다. 하반기에 다음 해 모델연도 차량을 미리 생산해 판매하는 관행이 있어 모델연도가 등록연도보다 앞서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연말과 연초 판매 공백을 줄이고 이듬해 모델을 미리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또 연식변경을 통해 사소한 사양 조정이나 옵션 구성을 반영하면서도 신형 모델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등록은 올해인데 소개는 내년형으로 불리는 상황이 생기고 중고차 시장에서는 이 등록연도와 모델연도의 차이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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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차량은 모델연도가 등록연도보다 1년 뒤인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2014년에 최초 등록된 차량인데 모델은 2015년형이라면 2015년 각자 차량이라고 부른다. 등록은 2014년이지만 적용된 사양과 구성은 2015년형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각자 차량이 흔한 편인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제조사들이 다음 해 모델연도를 하반기부터 미리 생산·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모델은 앞서가고 등록은 그해 안에 이뤄지는 조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결국 같은 등록연도 매물들 사이에서도 한 단계 더 신형 구성을 갖춘 차량이 섞여 들어오면서 시세가 달라진다.
반대로 역각자 차량은 모델연도가 등록연도보다 1년 혹은 그 이상 앞선 차량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14년에 최초 등록됐지만 모델이 2013년형 또는 그 이전이라면 역각자로 분류된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생산은 먼저 됐지만 전시차나 재고차로 남아 있다가 등록이 늦어진 사례에서 나타난다.
특히 연말 재고 물량이 할인 판매로 소진되면서 다음 해 초에 등록되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서류상으로는 등록 연도가 늦게 찍혀 더 최근 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모델 기준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아 등록연도만 보고 판단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중고차매매단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각자·역각자 개념을 중고차 시장 매물 설명에서 자주 활용된다. 자동차등록증에는 등록연도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만, 매물 소개에는 모델연도가 함께 표기되거나 ‘각자’ ‘역각자’라는 표현이 덧붙는 경우가 많다. 등록연도는 2014년인데 모델은 2015년형으로 소개되거나, 반대로 등록은 2014년인데 실제 모델은 2013년형인 식이다. 겉보기에는 숫자 하나 차이지만 이 어긋남에 따라 차량이 속한 세대와 적용된 사양이 달라진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같은 등록연도 매물끼리 비교하면서도 차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옵션 구성이나 안전사양이 한 단계 다른 차량이 같은 연식으로 묶이거나, 등록이 늦게 이뤄져 더 최근 차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전 모델연도인 사례도 발생한다. 결국 중고차를 볼 때 핵심은 등록연도 하나가 아니라 최초 등록일과 모델연도가 어떤 조합으로 형성돼 있는지다.
중고차 매매단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최초 등록일은 자동차등록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델연도는 제조사 사양 조회나 보험 조회 정보, 트림 구성표 등을 통해 대조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차대번호를 확인하면 생산연도와 기본 사양을 추가로 파악할 수 있고 전면유리 하단의 제조 표기는 생산 시점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다만 차량 유리는 교체 이력에 따라 표기가 달라질 수 있어 유리 표기만 단독 기준으로 보기보다는 등록증과 차대번호 정보와 함께 맞춰보는 것이 좋다.
연식변경은 제조사의 판매 전략이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차량 구분 기준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같은 차종이라도 등록연도와 모델연도가 어긋나는 순간 각자와 역각자로 나뉘고, 이 차이는 매물 설명과 실제 차량 구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연식과 연형을 함께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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