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월급 만으론 못 따라가' 청년들의 좌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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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월급 만으론 못 따라가' 청년들의 좌절감

연합뉴스 2026-02-14 08:0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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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질문 공세보다 고민에 귀 기울일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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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공유마당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로 불리는 설 연휴에 고향을 찾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지 오래다. 귀찮고 세배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복잡한 사정이 있다.

가족끼리 오랜만에 만나 덕담을 나누는 즐거움보다 교통 체증에다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편함이 크기 때문이다. 명절 음식 준비 노력 봉사, 취업이나 결혼 문제 질문 공세, 상속이나 문중 다툼 등이 주요한 스트레스로 꼽힌다.

최근에는 부동산 문제가 민생관련 핫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청년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좌절감 해소 대책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명절에 어른들이 던지는 취업이나 결혼과 관련한 질문에 난감해 할 만한 사정들에 대한 얘기다.

특히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재단법인 청년재단 오창석 이사장이 한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주제가 청년정책 관련이어서 그가 특별히 초대받아 참석한 자리였다.

발언하는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 발언하는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지역 청년 이동·정착 지원을 위한 청년재단-은행권 업무협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12 uwg806@yna.co.kr

오 이사장은 '혼인신고를 하면 호구다'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신고하면 부부합산 소득 상한선에 걸려 청약이나 대출 등에서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혼외자 출생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신생아 100명 중 6명은 혼인 관계 밖에서 태어나면서 혼외 출생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혼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변화한 탓이 크겠지만 청년관련 정책의 맹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혼인 건수 추이 [그래픽] 혼인 건수 추이

좀 더 근본적인 고민도 나왔다. 오 이사장은 "지금 청년의 고민은 임금 소득으로 자산 소득을 따라갈 수 없다는 좌절감이 있다"며 "그래서 기성세대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코인이라든지 이런데 노출되기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던 시기가 있어 저축만 해도 자산을 형성할 수 있었겠지만, 청년세대는 물가나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저축만 해서는 자산을 형성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집값이 오를 때 젊은층과 무주택자 등은 씀씀이를 줄여 소비와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삶을 희생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내수 기반 약화는 물론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늦은 결혼과 저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근로자의 나라'이다. 대부분 월급으로 산다. 그런데 일해서 버는 돈보다 투자 수익이 더 큰 구조가 굳어진다면, 심각한 문제다. 꼬박꼬박 모아도 내집을 가질 수 없다면 '열심히 일한다고 내 삶이 나아질까'하는 자문에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그래픽] 소득 상·하위 20% 가구 소득 격차 추이 [그래픽] 소득 상·하위 20% 가구 소득 격차 추이

기성세대가 가슴에 품고 살아온 '근면 성실'이라는 좌우명이 청년세대에는 '열일할 필요 없음'으로 대체될 판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은 요즘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라는 자조 섞인 말로 패러디되고 있다.

부모 세대는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고 싶지만, 그들이 경험한 성장의 시대와 지금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다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세대가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 집값 잡기 정부 정책에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설날 세배를 받으면서 '언제 결혼하냐'보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을 앞세우면, 그들의 고민을 어루만지면서 어른들의 걱정도 전하는 명절이 될 듯 싶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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