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 논쟁에 최재천 가세 "벨라, 죽을 날만 기다리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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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가 논쟁에 최재천 가세 "벨라, 죽을 날만 기다리는 형국"

연합뉴스 2026-02-14 07:5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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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요청에 전문가 소견서…우울증·이명 가능성 언급

롯데월드 "우려 알지만 조급함보단 신중함…벨라 삶에 중심"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흰고래(벨루가) 벨라의 상황을 놓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최 교수는 국내 생태학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개미 사회성 연구로 유명하지만, 돌고래 행동 연구에도 10년 이상 매진해왔다.

1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최 교수의 전문가 소견서에 따르면 최 교수는 "벨라가 놀라운 생존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어떤 상식적 기준으로 보나 그저 죽을 날을 받아 놓고 기다리는 형국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벨루가가 감금을 인지할 만큼 지능이 높아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700∼800m 깊이까지 잠수하는 생물을 7.5m 수심의 수조에 넣은 것은 "접시물보다 조금 흥건한 물에 고래를 담아 내놓은 격"이라며 수조 내 초음파 신호 반사로 인간의 이명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상태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벨루가가 관람객에게 접근하거나 입을 벌려 놀라게 하는 게 친분 표시라는 아쿠아리움 측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친분 표시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보호나 위협 행동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해봐서 알지만 돌고래 야생 방류는 쉽지 않다. 방류차 이동하는 과정에서 쇼크사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면서도 롯데월드가 올해 안에 방류 작업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아이슬란드·노르웨이로 이송이 쉽지 않다면 러시아 동부 캄차카반도행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캄차카반도는 지리적으로 (벨라의 고향에) 훨씬 가까워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썼다.

최 교수의 소견서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요청으로 작성됐으며, 전날 변호인 의견서와 함께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부(맹현무 부장판사)에 제출됐다. 이 단체는 수조에 '전시 중단' 현수막을 붙이고 시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중이다.

소견서는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벨라의 전시는 형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는 위법 행위라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10일 공판기일을 연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내 벨루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내 벨루가

[롯데월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반면 롯데월드의 자문기구로 시민단체와 고래 연구자 등이 포함된 방류기술위원회는 최 교수와는 다른 입장이다.

'접시물'로 지적된 수조는 현행법에 맞춰 조성됐으며, 매일 육안 검사·매월 검진·분기별 감염병 예방 조치 등 벨라의 건강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족관 내 음파도 반사되기보다는 흡수·약화할 것이라며 이명에 대한 진단도 엇갈렸다. 최 교수가 방류지로 제안한 러시아는 전시라 국제정세상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방류기술위는 "국내외 돌고래 방류 사례를 교훈 삼아 장기간 수조에 살았던 개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이송 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려하는 시선을 잘 알고 있으나 조급함보단 신중함을 택해 보여주기식 결정보다는 벨라의 삶을 중심에 두고 방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019년 벨라의 방류 방침을 발표한 롯데월드는 아이슬란드, 캐나다 등의 바다쉼터(Sanctuary) 측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당장 이송 가능한 방류 후보지는 찾지 못하고 있다.

방류 운동을 벌여온 핫핑크돌핀스는 롯데가 직접 일본 홋카이도나 동해 등에 시설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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