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K-뷰티 '무한경쟁' 시대 개막… 주도권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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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K-뷰티 '무한경쟁' 시대 개막… 주도권을 잡아라

뉴스락 2026-02-14 07:39: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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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K-뷰티가 다시 한번 '황금기'를 맞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 수출액은 114억 달러(약 16조6000억원)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 성장의 온기는 시장 전체에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

뷰티 시장은 대형사조차 과거의 방식으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때 업계를 호령하던 일부 레거시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기민한 전략으로 무장한 신흥 세력은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 가고 있다.

올리브영이라는 대형 유통 채널에 대한 의존 역시 완화되는 흐름 속에서 중소·신생 화장품 업체들, 이른바 '인디 브랜드'의 시장 진입 경로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뉴스락>은 요동치는 시장 흐름 속에서 누구에게 주도권이 돌아갈지, 다시 그려지고 있는 K-뷰티 지형도를 분석했다.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중국 부진·비용 압박'에 실적 직격탄... LG생건·애경산업 '수난 시대'

수년간 K-뷰티 산업을 대표하던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최근 몇 년간 성장의 속도가 둔화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과 달리 두 회사는 중국 시장 부진, 유통 구조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이 겹치며 실적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실적 추이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실적 추이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부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2년 매출 3조2118억원, 영업이익 3090억원에서 2023년 2조8157억원·1465억원으로 급감했고, 2024년에는 매출 2조8506억원, 영업이익 1582억원으로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매출 2조3500억원, 영업손실 976억원으로 다시 한 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VDL 등 해외 전략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판매 회복 조짐을 보였고, 더후·LG프라엘 등 핵심 브랜드의 신제품 출시로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브랜드 건전성 제고를 위한 면세 물량 조정 등 유통 채널 재편 과정에서의 비용 부담과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생활건강은 체질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 사령탑을 맡게 된 이선주 사장은 올해 경영 목표를 'Science Driven Beauty & Wellness Company(과학에 기반한 뷰티·건강 기업)'로 설정하고 한 자릿수 매출 성장을 제시했다.

고성장 채널로 분류되는 디지털 커머스와 H&B 스토어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북미·일본 등 성장세가 확인되는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고성장 채널과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브랜드를 집중 육성할 것"이라면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고도화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애경산업 역시 전통의 강자라는 지위가 무색해진 최근 흐름이다.

애경산업 화장품 부문 매출은 2022년 2197억원, 영업이익 285억원에서 2023년 2513억원·364억원, 2024년 2615억원·291억원으로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왔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2150억원, 영업이익 75억원으로 외형과 수익성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 둔화와 중국 시장 부진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에 애경산업은 중국 외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국가별 소비 특성과 유통 환경을 반영한 브랜드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AGE20’S와 루나를 앞세워 코스트코 등 유통 채널 입점을 확대했고, 미국에서는 AGE20’S 에센스 팩트와 루나 롱래스팅 팁 컨실러의 컬러 쉐이드를 6종에서 20종으로 늘리는 등 현지 맞춤형 제품 운영 전략을 강화했다.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 '시그닉'을 아마존에 이어 틱톡샵에 론칭하는 등 온라인 채널 확장도 병행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K-뷰티 셀렉트숍 '퓨어서울' 온·오프라인 입점을 통해 글로벌 유통 다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국내외 소비 환경 변화와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글로벌 사업 확장, 프리미엄 기반 수익성 강화 등의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며 "시장별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경산업은 태광산업 인수 이후 체제 전환과 중장기 전략 재정비가 예상됐지만, 최근 불거진 수입산 '2080' 치약 리콜 사태로 행정처분이 내려지며 추가 변수를 맞았다.

브랜드 신뢰도가 중요한 B2C 사업 특성상 제품·규제 리스크가 부각되자, 인수 주체인 태광산업의 고민도 한층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슈가 인수 과정 뿐만아니라 이후 경영 안정화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성' 아모레퍼시픽·'질주' 에이피알... K-뷰티 주도권 재편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이 주춤하는 사이, K-뷰티 시장의 무게중심은 '지켜낸 쪽'과 '치고 올라온 쪽'으로 선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이 기존 강자의 자리를 수성해 냈다면, 에이피알은 시장의 판을 흔들 만큼 가파른 성장세로 존재감을 키웠다.

아모레퍼시픽, 에이피알 실적 추이. [뉴스락 편집]
아모레퍼시픽, 에이피알 실적 추이. [뉴스락 편집]

아모레퍼시픽은 급격한 외형 확장보다는, 기존 주력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신규 성장 동력까지 확보하며, 업계를 이끄는 메인 플레이어로서의 저력을 드러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4조2528억원, 영업이익 335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연매출 4조원대에 다시 올라섰다.

2023년 매출 3조6740억원·영업이익 1082억원으로 부침을 겪은 뒤, 2024년(3조8851억원·2205억원)을 거쳐 지난해까지 회복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회복의 배경에는 기존 대표 브랜드의 버팀목 역할과 신규 성장 축의 동시 작동이 있다.

라네즈는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주요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혔고, 에스트라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며 더마 카테고리 성장을 이끌었다.

설화수는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했고, 코스알엑스는 유통 재정비를 마친 뒤 지난 4분기부터 매출 반등 흐름을 보였다.

미쟝센·려는 북미·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라보에이치·코스알엑스 헤어 라인과 함께 헤어 카테고리 성장에 힘을 보탰다.

신규 브랜드의 성장과 기존 브랜드의 방어력이 맞물리며, 대형사 특유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구조가 실적 회복으로 이어진 셈이다.

채널과 지역별로도 회복 흐름은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국내 사업은 온라인·MBS·백화점 등 주요 채널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고, 면세·크로스보더 경로도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해외 사업은 전 지역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매출 15%, 영업이익 102% 증가했다. 미주는 라네즈 립·스킨케어 인기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고, EMEA는 라네즈·이니스프리 접점 확대와 코스알엑스의 4분기 반등으로 고성장을 보였다.

중화권은 사업 구조 개선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일본·APAC에서도 더마·헤어 카테고리가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글로벌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더마·메이크업·헤어 카테고리 호실적, 해외 주요 시장 확장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에이피알은 비슷한 시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에이피알은 지난 2014년, 처음 시장에 등장해 불과 11년 만에 매출 규모를 1조원대로 끌어올리며, 기존 강자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회사는 ▲2022년 매출 3977억원 영업이익 392억 ▲ 2023년 5238억원·1041억원 ▲2024년 7228억원·122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매출 1조5273억원, 영업이익 365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 하기도 했다.

에이피알의 경우 해외 중심의 고속 확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4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87%까지 확대됐고, 연간 해외 매출은 1조2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7% 증가했다.

메디큐브를 앞세운 화장품 부문은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성장했고, 연간 화장품 매출도 1조원을 돌파했다.

뷰티 디바이스 역시 글로벌 유통 채널 다변화와 신제품 효과로 외형 성장을 이어가며 고속 질주를 뒷받침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2025년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 5천억 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해였다"며 "2026년에는 주력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이소·편의점까지 가세... 변화하는 K-뷰티 유통 지형

이마트 4950 화장품 브랜드 진열 모습. 이마트 제공 [뉴스락]
이마트 4950 화장품 브랜드 진열 모습. 이마트 제공 [뉴스락]

국내 뷰티 오프라인 유통 전반에 구조 변화 조짐이 나타나며, 특정 채널 중심의 유통 질서가 다층적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뷰티 업계의 중장기 성장 과제로 지목돼 온 지점 중 하나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과도한 쏠림 구조다.

한동안 올리브영이 시장 내 지배적인 위상을 유지하면서, 가격 결정력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마케팅 비용 부담은 브랜드 업체에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 과정에서 판매가는 높아졌고, 입점·프로모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신생·중소 브랜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대형 브랜드 위주의 큐레이션이 반복되며, '브랜드의 등용문'으로 불리던 역할도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에 균열을 내는 움직임이 뷰티 오프라인 유통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다이소의 뷰티 카테고리 확장이다. 기존에는 올리브영에서 검증된 브랜드의 세컨 브랜드나 다이소 전용 상품 위주로 매대를 구성했지만, 최근에는 중소형 인디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고 ODM 업체에 전용 브랜드 생산까지 요청하며 화장품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전국 점포 수가 약 1570개에 달하는 다이소는 점포 수 확장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화장품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뷰티 매출은 전년 대비 144%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00개 브랜드, 800여 종 이상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다이소발 저가 화장품의 성공은 대형 유통사의 대응을 촉발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대형 브랜드와 직접 협업한 4950원 전용 화장품 라인을 선보였다.

해당 라인에는 LG생활건강의 '글로우 업 바이 비욘드'를 시작으로 애경산업, 에이블씨앤씨 등이 굵직한 브랜드들이 연이어 참여했다.

주 고객층이 40대 이상인 점을 고려해 초저가보다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한 가격대 전략을 택했고 누적 판매량은 16만5000개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기준 참여 브랜드는 10개 가량됐다.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는 편의점 채널 역시 뷰티 유통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CU는 올해 화장품을 신규 성장 카테고리로 삼고, 올해 '뷰티 특화 편의점'을 100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CU에 따르면 화장품 매출 신장률은 2024년 16.5%, 2025년 21.4%를 기록했으며, 10~20대 매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GS25 역시 '초저가 소비' 트렌드에 맞춰 3000원 균일가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손앤박, 무신사, 마녀공장, 마데카21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 협업해 기초·색조 화장품을 단독 출시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3000원 가성비 뷰티 화장품 매출은 론칭 초기 대비 13배 성장했다.

초저가 전문 오프라인 채널도 등장했다. 지난해 5월 광장시장에 1호점을 연 ‘오프뷰티’는 두 달 만에 점포 수를 10개까지 늘리며 20~30대를 겨냥한 재고 소진형 초저가 모델을 확장 중이다.

생산 후 1년 이상 지난 브랜드 재고를 최대 90% 할인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는 가격 메리트를, 브랜드에는 재고 처리 창구를 제공하는 구조다.

다이소·대형마트·편의점을 넘어 초저가 전문점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뷰티 오프라인 유통은 더 이상 특정 채널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인디 브랜드 입장에서는 올리브영이라는 단일 관문을 통과해야만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채널별 특성을 조합해 단계별로 확장 전략을 짤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동시에 가격 정책, 제품 포지셔닝, 채널 간 브랜드 이미지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도 함께 늘어났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통업계의 공격적인 화장품 사업 확대는 근본적으로 K-뷰티의 글로벌 모멘텀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라며 "채널 확대는 올리브영 독점 체제 하 고객 접점과 판로를 찾기 힘들었던 인디 브랜드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인 현상이다"고 말했다.

결국 K-뷰티 지형도는 유통 주도권이 '플랫폼'에서 '브랜드'와 '소비자'의 선택지로 분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채널이 다변화될수록 인디 브랜드에게는 기회가, 기존 대형사에게는 정밀한 채널 전략이라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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