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개물림' 사고…"목줄 안 채워진 개 무서워"
"'우리 애가 순하다'는 말은 보호자한테만 적용"
개똥 안 치우기도…"책임감 없으면 키우지 말아야"
"선진국선 '반려동물 교육 인증제도' 시행"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앞에 있던 여자가 개 목줄 해달라고 말하자 개주인 아저씨가 피해준 거 없으니까 그냥 가라고 함.(중략) 위에서 보고 있던 아파트 주민들이 다 같이 개목줄 하고 다니라고 여기저기서 막 다 소리치고 난리 남."
지난 9일 스레드에 올라온 이 글에 하트 3천900여개가 순식간에 달렸다.
작성자 'y***'는 "오늘 개목줄 안 한 부부 때문에 우리 아파트 주민들 한마음 한뜻 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4분의 1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되면서 반려동물 에티켓(펫티켓)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개물림 사고가 잇따르면서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외치는 사람들과 "지 개는 지나 이쁘지"라고 성토하는 사람들이 부딪친다.
이웅종 서울디지털대 반려동물학과 석좌교수는 "개는 본능적으로 영역을 지키고 반사적 행동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 애가 순하다'는 말은 보호자한테만 적용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잇단 개물림 사고…작은 개도 예외 아냐
지난 10일 대법원은 전남 고흥군 자택에서 맹견 2마리를 목줄 없이 마당에 풀어두고 기르다가 2024년 4차례에 걸쳐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 견주에게 금고 4년형을 확정했다.
2019년 6월에는 용인시 기흥구 한 아파트 승강기 앞에서 키 40㎝의 폭스테리어가 3살 여아의 사타구니를 물어 다치게 했다. 견주는 입마개를 씌우지 않고 길게 늘어나는 목줄을 착용시키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승강기 앞에서 대형견 올드잉글리쉬쉽독이 행인의 중요 부위를 물었고, 견주는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됐다.
그런가 하면 2017년에는 유명 한식당 대표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이 가족과 함께 기르던 프렌치불도그에 물린 후 엿새만에 패혈증으로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동물보호법 제16조에 따르면 등록대상동물(기준을 충족하는 월령 2개월 이상의 개)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목줄 착용 등 사람 또는 동물에 대한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법령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여전히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는 '오프 리쉬'(off-leash) 행위로 크고 작은 '물림' 사고가 발생한다.
◇ "목줄 안 하고 뭐가 저리 당당할까"
9일 스레드 이용자 'y***'가 올린 글의 댓글창에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소리는 무책임하다", "목줄 안 한 게 피해준 건데 뭔 소리람", "우리 아파트는 푸들 두 마리를 꼭 목줄을 안하고 나와서 배변 겸 산책을 시켜", "목줄 안 하고 뭐가 저리 당당할까", "개가 개를 키우는 게 문제임", "울 큰딸 어렸을 때 강아지 한 마리가 입질하면서 덤비길래 발로 차버림", "입마개도 다 씌워야 함" 등 아우성이 달렸다.
실제로 개들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13일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길거리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강아지를 보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모(29) 씨도 "예전에 지나가는 견주에게 목줄을 채워달라고 말하니 이렇게 귀여운데 답답하게 어떻게 채우냐고 대답했다"며 "사고는 예상하지 못할 때 일어나니까 목줄이 중요하다는 건 백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요크셔테리어를 키우는 문모(27) 씨는 "저한텐 강아지가 가족이지만 사람들은 무섭다고 느낄 수 있으니 소형견이라도 목줄은 어딜 가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마개의 경우 맹견은 '필수', 그 이외의 견종은 '매너'다.
동물보호법 제21조에 따르면 도사견·핏불테리어·로트와일러 등 월령이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이웅종 교수는 "낯선 환경에서 개들이 놀랄 때나 다른 개들로부터 보호자를 지킬 때 할 수 있는 건 짖거나 달려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개들에게 목줄을 채우는 것은 반려견과 견주 모두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꼭 맹견이 아니더라도 사람 또는 다른 동물을 물었던 경험이 있거나 자주 짖고 공격성을 보이는 통제 불능 반려견들에게는 보호자 스스로 판단해 입마개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개똥도 안 치우는 반려인…아파트 안내문까지
엘리베이터 안 예절 교육, 배설물 처리 등도 분쟁거리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리드줄(목줄) 등 안전조치 후 탑승하기'·'동승자가 있다면 탑승 전 괜찮은지 의견 묻기'·'동승자가 있는 경우 반려견을 벽 쪽으로 하고 보호자가 가로막아 서기' 등 엘리베이터 안에서 견주가 지켜야 할 예절을 안내하고 있다.
배설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예 법령으로 지정돼 있다.
동물보호법 제16조에 따르면 등록대상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하다 배설물(소변의 경우에는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계단 등 건물 내부의 공용공간 및 평상·의자 등 사람이 눕거나 앉을 수 있는 기구 위의 것으로 한정)이 생겼을 때는 즉시 수거해야 한다.
그러나 치우지 않은 개똥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영등포구 한 아파트 주민 구모(48) 씨는 "(견주들이 배설물을) 하도 안 치우니까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에 개똥 좀 수거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며 "혹시나 밟을까 봐 단지 안을 걸을 때도 개똥이 있는지 살피게 된다"고 토로했다.
양천구 한 아파트 경비원은 "순찰하다 보면 화단이나 길옆에 개똥이 많이 발견된다"며 "다른 주민분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개 키우는 주민분들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안내문으로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견을 키우는 문씨는 "자신의 강아지만 예쁘다 하고 다른 사람들의 불편은 신경 쓰지 않는 일부 견주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다른 애꿎은 견주들을 욕 먹이는 꼴"이라며 "그 정도의 책임감도 없으면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 교수는 "엘리베이터에서 무작정 개들을 안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건 개들의 성향에 따라 다 다르게 판단해야 하는 일"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펫티켓에 대한 안내가 그만큼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어 "선진국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반려동물 교육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반려동물 등록제'는 그저 유기견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를 견주들에게 배설물 수거 필요성, 반려견에게 펫티켓을 가르쳐야 하는 시기에 대한 정보 등을 함께 알려주는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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