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를 잘게 썰어 프라이팬에 부쳐보세요... 명절에 젓가락이 분주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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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를 잘게 썰어 프라이팬에 부쳐보세요... 명절에 젓가락이 분주해져요

위키트리 2026-02-13 17:23:00 신고

설 연휴가 다가오면 부엌은 가장 먼저 분주해진다. 차례상 준비로 분주한 손길 사이로 기름이 달궈지고, 노릇하게 익어가는 전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운다. 여러 전 가운데서도 오징어전은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감칠맛을 자랑하는 메뉴다. 해산물의 깊은 맛과 채소의 산뜻함이 어우러져 설 상차림에 색다른 풍미를 더할 수 있다. 명절 상차림의 중심은 국과 고기지만 식구들의 젓가락이 가장 먼저 향하는 건 의외로 따끈한 부침 한 접시다.

오징어 / 뉴스1

육류 위주의 명절 음식 사이에서 오징어전은 묘하게도 차례상을 환기하는 존재다. 바다를 끼고 살아온 한반도의 식문화가 설이라는 최대 명절과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 오징어전이다. 밀가루와 달걀, 뜨거운 기름이라는 단순한 조리법 안에 해양 국가 한국의 생활사와 계절 감각이 겹겹이 스며 있다.

오징어전은 만드는 법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손맛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음식이다. 먼저 신선한 오징어를 준비해 몸통의 껍질과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한다. 흐르는 물에 씻은 뒤 물기를 충분히 빼는 과정이 중요하다. 수분이 남아 있으면 반죽이 들뜨고 기름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몸통은 먹기 좋은 크기로 둥글게 썰거나 길게 편으로 저민다. 두께를 일정하게 맞추면 익는 속도가 고르고 식감도 안정된다.

오징어전 / '소소황 Cook & Eat' 유튜브

손질한 오징어에는 밑간을 과하게 하지 않는다. 소금과 후추를 아주 약하게 뿌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쪽이 한국식 전 조리의 기본이다. 이후 밀가루를 얇게 묻혀 표면을 코팅하고 풀어둔 달걀물에 담갔다가 달군 팬에 올린다. 기름은 팬 바닥을 얇게 덮을 정도로 두르고 중불에서 천천히 부친다. 겉면이 황금빛으로 변하면 뒤집어 반대쪽도 익힌다. 오징어는 오래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에 과도한 가열을 피하는 것이 관건이다. 겉은 부드럽게 감싸고 속은 탱글하게 탄력을 유지하는 지점에서 불을 끈다.

오징어전 / '김대석 셰프TV'

설 상차림에서 오징어전은 단순한 반찬을 넘어 상징성을 지닌다. 한국의 명절 음식은 농경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동시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조건을 반영해 해산물을 폭넓게 활용해 왔다. 동해와 남해, 서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오랜 세월 말려 저장식으로도, 생물로도 소비돼 왔다. 특히 동해안 지역에서는 오징어 어획이 활발해 명절상에 오징어 요리가 오르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육지의 곡물과 바다의 단백질이 한 상에서 만나는 장면은 한국 명절 음식의 복합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오징어는 영양 면에서도 설음식에 어울리는 재료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은 낮아 비교적 담백하다.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비타민 B군과 철분도 포함돼 있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과 간 기능 보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연구돼 왔다. 명절 기간 과식과 기름진 음식 섭취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오징어전은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선택지가 된다. 달걀과 함께 조리되면서 단백질의 질도 보완된다.

또한 오징어의 쫄깃한 식감은 명절 음식의 질감 구성을 다채롭게 만든다. 동그랑땡이나 산적이 부드럽고 묵직한 식감을 담당한다면, 오징어전은 탄력 있는 씹는 맛으로 균형을 맞춘다. 이는 한국 상차림이 단순히 맛뿐 아니라 색과 질감의 조화를 중시해 왔음을 보여준다. 붉은 고기, 초록 채소, 노란 달걀옷 사이에서 하얀 오징어 살은 시각적으로도 대비를 이룬다.

조리 과정에서 가족이 함께 모여 전을 부치는 풍경 역시 설의 중요한 일부다. 한 사람이 재료를 썰고, 다른 이는 밀가루를 묻히고, 또 다른 이는 팬 앞을 지킨다. 기름이 튀는 소리와 뒤집는 손놀림이 이어지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간다. 오징어전은 그렇게 노동과 정, 기다림이 겹쳐 완성된다. 완성된 전은 차례상에 오르기도 하고, 제사를 마친 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나눠 먹는다. 바다의 산물이 공동체의 시간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지역이나 집에 따라 약간의 변주도 존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잘게 다진 채소를 더해 식감을 살리기도 하고, 반죽에 약간의 부침가루를 섞어 바삭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은 오징어의 맛을 전면에 두는 방식이다. 강한 양념이나 복잡한 소스 대신 재료 자체의 신선함과 식감에 집중하는 태도는 한국 전통 전 요리의 공통된 특징이다.

오징어전은 한국적 특수성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사례다. 곡물 중심 농경 사회와 어업 문화가 공존한 역사, 공동체 중심의 조리 문화, 제례와 일상 식사의 경계가 맞닿은 구조가 한 접시에 담겨 있기 때문. 오징어전은 단순히 해산물을 부친 음식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바다와 맺어온 관계, 명절을 통해 공동체를 재확인해 온 방식을 보여주는 문화적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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