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 영향력 악용·죄질 불량" 법정구속…여성 경찰간부 선두주자 1심 중형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7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고위 간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사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 이후 고소·고발 없이 자체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첫 사건이다. 해당 간부는 이 사건으로 수사받기 전까지 경찰에서 여성 고위 간부 가운데 선두주자로 손꼽힌 인물로, 구속영장이 두 번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됐으나 1심에서 중형 선고라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부정청탁금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전자금융거래법·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경무관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6억원, 추징금 7억5천여만원을 선고했다. 뇌물을 건넨 A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에 따라 구속 사유가 생겼다며 두 사람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차명계좌를 내준 김 경무관의 오빠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3억원을, 지인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억5천여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김 경무관은 2020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의류업체 대표 A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오빠나 지인 계좌로 송금받는 등의 방식으로 7억5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업과 형사사건 등에 관해 담당 경찰을 알선해달라는 A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김 경무관은 다른 사람의 계좌로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거래 내역 등을 바탕으로 현금을 주고받은 계좌가 김 경무관의 차명계좌라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A씨가 김 경무관에게 실질적으로 알선을 부탁한 적이 없고 알선행위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으면 실제로 구체적인 알선 행위를 했느냐와 상관 없이 범죄가 성립하고 결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경무관에 대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와 공공의 안녕을 사명으로 하는 고위 경찰공무원으로써 공정성·청렴성·도덕성을 요구받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영향력을 악용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규모와 기간 등을 비춰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고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처음 자체 인지해 수사에 나선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앞서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으로부터 경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다가 A씨로부터도 뇌물을 받은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김 경무관은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두차례나 기각돼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대우산업개발 뇌물 수수 혐의는 공수처에서 계속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선고 직후 언론공지를 통해 "이번 판결은 고위 경찰공무원의 부패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엄정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그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수사 단계부터 공소 유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를 바탕으로 사건 처리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앞으로도 고위공직자 부패범죄 척결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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