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건설 한파 맞은 승강기 빅3, '교체 시장'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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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건설 한파 맞은 승강기 빅3, '교체 시장'서 승부수

뉴스락 2026-02-13 16:26: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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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건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승강기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신규 착공 물량이 급감하자 '신규 설치' 대신 '전면 교체'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지부진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맞물려, 주민들이 '기약 없는 기다림' 대신 '당장의 실리'를 택했기 때문이다.

현대·오티스·TK 등 업계 '빅3'는 시장 선점을 위해 AI와 특화 기술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변화의 이면에는 구조적인 한계도 뚜렷하다.

정부가 정한 표준유지관리비는 20만 원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2만 원대에 계약이 체결되는 등 '제 살 깎기' 식 저가 수주가 만연하다. 

<뉴스락>은 건설 불황 속 승강기 업계의 생존 경쟁과 구조적 과제를 짚어본다.

AI 이미지 생성.
AI 이미지 생성.

"언제 될지 모르는 재건축"... 1기 신도시, 실리 택했다

당해 연도 승강기 설치 그래프. [뉴스락 편집]
당해 연도 승강기 설치 그래프. [뉴스락 편집]

불확실한 재건축 사업 대신 당장의 주거 환경 개선을 택한 1기 신도시 단지들의 움직임이 수도권 정비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의 장기화에 대응해 '승강기 전면 교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해 재건축 활성화를 예고했으나, 실제 사업 진행 속도는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부담과 복잡한 행정 절차가 맞물리며 사업 추진이 지연된 탓이다.

노후화된 시설물로 인한 불편이 가중되자 주민들은 전략을 수정했다. 기약 없는 전면 재건축을 대기하며 노후 시설을 유지하기보다, 당장의 주거 안전과 직결된 승강기 교체를 우선순위에 두었다.

입주 30년 차를 넘긴 단지에서 잦은 고장과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면서 교체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1기 신도시를 넘어 서울 및 수도권의 노후 대단지 아파트로 확산되며 대규모 교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제도적 환경 변화 또한 시장 활성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9년 3월 전면 개정된 '승강기 안전관리법'의 효력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화된 법령은 설치 후 15년이 지난 승강기에 대해 3년마다 정밀안전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했다. 최신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운행 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 규제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들은 비용 효율성을 고려했다. 노후 승강기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부품 교체 비용을 투입하고 까다로운 검사 기준을 맞추는 것보다, 최신 기종으로 전면 교체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리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교체 주기가 도래한 단지들이 입찰에 나서면서 시장 수요는 꾸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연도별 승강기 설치 대수는 2021년 4만 8905대, 2022년 4만 6090대, 2023년 4만 6945대, 2024년 4만 8884대를 기록했다.

건설 경기 침체 영향이 반영된 2025년에는 3만 6211대로 전체 설치량이 감소했으나, 시장의 중심은 신규 설치에서 교체 수요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악화로 신규 설치 물량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안전 규제 강화와 노후화가 맞물린 1기 신도시발 교체 수요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며 "국내 승강기 산업이 신축 위주의 양적 성장에서 유지·보수 및 리모델링(MOD)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체질이 바뀌는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노후 승강기를 잡아라"... 현대·오티스·TK, 수주 경쟁 가열

(왼쪽부터)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정지훈 오티스 대표, 조영조 TK엘리베이터 대표.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정지훈 오티스 대표, 조영조 TK엘리베이터 대표.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국내 승강기 시장의 중심축이 신규 설치에서 노후 승강기 교체로 이동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사업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TK엘리베이터 등 업계 '빅3'는 견고한 과점 체제(지난해 기준 합산 점유율 73.2%)를 기반으로 교체 시장(MOD) 내 입지 강화를 위한 기술 경쟁에 나섰다.

시장 점유율 32.6%로 18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인 현대엘리베이터(대표 조재천)는 유지보수 네트워크와 AI 기술을 결합해 시장 방어에 나섰다.

국내 유일의 토종 기업이라는 인지도와 전국 단위 관리망이 핵심 경쟁력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AI 기반 유지관리 서비스 '미리(MIRI)'를 통해 교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한 이 시스템은 부품 수명 측정과 고장 사전 탐지 기능을 제공하며, 운행 정지 시간을 최대 43% 단축하는 효과를 보였다. 현재 4만 5000대 이상의 승강기에 해당 시스템이 적용됐다.

최근 정부과천청사 3동 노후 승강기 교체 공사와 벡스코 전시장 에스컬레이터 교체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성과를 냈다.

조재천 대표는 "현재 관리 중인 승강기가 20만 대를 넘어섰으며 이는 국내 전체의 약 25%에 해당한다"며 "데이터 기반의 버티컬 e-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해 2030년 글로벌 톱5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오티스엘리베이터(대표 정지훈)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과 안전 인증 획득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쉰들러 엘리베이터의 한국 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오티스는 최근 여의도 사학연금 빌딩에 설치한 대용량 고속 승강기 '스카이라이즈3'를 통해 국내 최초로 승강기 시스템 전반에 대한 'PESSRAL 인증(기능안전인증)'을 취득했다.

개별 부품이 아닌 시스템 전체의 안전성을 검증받은 첫 사례다.

조병민 오티스 전무는 "한국, 독일, 미국 간 글로벌 협업의 결과"라며 "엄격한 안전 기준이 요구되는 초고층 빌딩과 고급 아파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오티스는 이를 바탕으로 강남권 재건축 및 리모델링 단지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TK엘리베이터(대표 조영조)는 트윈(TWIN) 기술과 맞춤형 솔루션을 앞세워 틈새시장과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공략 중이다.

최근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에 트윈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103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교체 시장에서는 기존 고객 유치에 성과를 보였다. TK엘리베이터는 타워팰리스 1차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를 수주했다.

2001년 초기 설치 이후 24년 만에 진행되는 교체 사업으로, 4개 동 47대를 2027년 7월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조영조 TK엘리베이터 대표는 20년간 업계에서 세일즈 엔지니어링과 마케팅을 경험한 전문가다.

조 대표는 "고객 만족 중심의 안전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표준비는 20만 원, 현실은 2만 원... '저가 수주'에 멍드는 승강기 안전

조재천 대한승강기협회 회장. 대한승강기협회 제공 [뉴스락]
조재천 대한승강기협회 회장. 대한승강기협회 제공 [뉴스락]

노후 승강기 교체 시장이 활기를 띠며 업계가 재편되고 있지만, 정작 산업의 근간인 유지관리 시장은 만성적인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신규 설치 물량이 연간 3만 대 수준으로 위축된 가운데, 승강기 업계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유지보수 시스템과 해외 진출을 생존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낮은 유지관리비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K-승강기'의 청사진도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승강기협회는 위기 타개를 위해 '산업 구조 정상화'를 선결 과제로 꼽았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고시한 승강기 표준유지관리비는 20만 5000원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10분의 1 수준인 2만 1800원에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인 계약 단가 역시 5~6만 원 선에 그치고 있다. 업계가 AI와 첨단 기술을 외치고 있음에도, 실제 시장은 기본적인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초저가 경쟁에 매몰된 상황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비용 구조는 안전 공백 우려를 낳고 있다. 턱없이 낮은 계약 단가로는 법적 의무 사항인 '2인 1조 점검'을 수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품 교체 등 필수적인 안전 관리조차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저가 입찰 방식이 기술력과 안전 역량보다는 가격 경쟁만을 부추기며 부실 관리를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승강기 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유지관리업체 선정 시 '전자입찰 방식'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조건적인 최저가 낙찰 대신 적격 심사를 통해 업체의 안전 관리 역량을 평가하고 선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무늬만 유지관리업체'의 난립을 막고, 1조 7000억 원 규모의 유지관리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협회는 내수 시장의 기반이 안정화되면 이를 동력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조재천 대한승강기협회장은 “인증제도와 기술 표준이 다른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협회를 구심점으로 준비할 것”이라며 “해외 시장 진출을 올 한해 협회의 중점 과제로 삼고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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