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1야당 총재 대행 라흐만, 부친은 전 대통령·모친은 전 총리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옛 제1야당이 압승하면서 차기 총리는 17년 동안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말 귀국한 유력 정치 가문의 후계자가 맡을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옛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이 이끈 연합 정당이 300석 가운데 200석 넘게 확보하며 압승했다.
이번 총선은 2024년 대학생 시위를 유혈 진압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집권이 끝난 뒤 처음 치러지는 선거였다.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해 11월 방글라데시 다카 법원에서 열린 궐석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방글라데시는 의원내각제여서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타리크 라흐만(60) BNP 총재 대행이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방글라데시의 첫 여성 총리(재임 1991∼1996년, 2001∼2006년)를 지낸 칼레다 지아 BNP 총재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지아우르 라흐만 전 대통령(재임 1977∼1981년)이다.
아버지는 1981년 군사 쿠데타를 시도한 군 장교들에게 암살됐다. 라흐만 총재 대행이 15살 때였다.
그는 이후 집권한 후세인 무함마드 에르샤드 전 대통령(재임 1983∼1990년)의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이끈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1990년 대대적인 민주화 시위로 에르샤드 대통령이 물러난 이듬해 방글라데시의 사실상 첫 자유선거에서 승리했고,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됐다.
유력 정치 가문에서 후계자로 큰 라흐만 총재 대행은 수도 다카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다가 중퇴한 뒤 섬유와 농산물 사업을 한 적도 있었다.
라흐만 총재 대행은 그동안 공직을 맡은 적은 없지만 핏줄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정치를 하게 됐다.
그는 "(예전에) 어머니 지역구에서 선거 운동을 하곤 했다"며 "그러면서 서서히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라흐만 총재 대행은 하시나 전 총리 집권기인 2007년 3월 부패 혐의로 체포돼 고문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신병 치료를 위해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그는 하시나 전 총리 집권 기간 5차례 궐석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하시나 전 총리가 퇴진한 이후 모든 혐의를 벗었다.
라흐만 총재 대행은 영국에서 17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12월 말 귀국했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장기간 투병 생활을 한 어머니는 아들이 귀국하고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
이번 총선에서 BNP의 압승을 이끈 라흐만 총재 대행은 인도와 동맹 관계를 유지한 하시나 전 총리와 달리 한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제 협력 관계를 재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민주주의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만 우리는 번영하고 국가를 재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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