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사람들] “크로스핏, 무식하게 힘만 쓰는 운동?... '오래 쓰는 몸' 만드는 설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움직이는 사람들] “크로스핏, 무식하게 힘만 쓰는 운동?... '오래 쓰는 몸' 만드는 설계”

디지틀조선일보 2026-02-13 15:00:19 신고

3줄요약
국내 크로스핏 1세대 심동민 관장 인터뷰
“부상은 운동이 아니라 욕심이 만든다”
  • [편집자 주] 디지틀조선일보 아웃도어 섹션의 기획 연재 [움직이는 사람들]은 멈춰 있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산과 바다를 누비는 등산가와 서퍼, 한계를 넘는 러너와 코치, 그리고 치열한 구조 현장과 회복을 돕는 재활의 영역까지. 책상 앞이 아닌 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생동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기록을 전합니다. 



  • 인천의 한 박스에서 국내 1세대 크로스피터이자, 케틀벨 스포츠 국가대표 출신인 크로스핏 마하의 심동민 관장을 만났다./염도영 기자
    ▲ 인천의 한 박스에서 국내 1세대 크로스피터이자, 케틀벨 스포츠 국가대표 출신인 크로스핏 마하의 심동민 관장을 만났다./염도영 기자

    '죽을 만큼 힘들다', '관절이 남아나지 않는다'. 크로스핏(CrossFit)을 둘러싼 고정관념이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크로스핏 체육관(박스·Box)이 늘면서 입문자도 많아졌다. 동시에 '고강도=부상'이라는 선입견도 함께 커졌다.

    인천의 한 박스에서 만난 심동민 크로스핏 마하 관장은 이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심 관장은 "크로스핏은 무식하게 힘만 쓰는 운동이 아니라 과학적인 원리로 '오래 쓰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성과보다, 덜 지치고 오래 가는 체력"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 "보여주는 몸이 아니라, 써먹는 몸"

    심 관장은 크로스핏을 '심미적 몸'이 아니라 '기능적 몸'을 만드는 운동으로 정의했다. 보디빌딩 중심의 헬스가 근육의 외형을 세밀히 조각하는 데 초점이 있다면, 크로스핏은 일상과 스포츠 현장에서 바로 쓰는 체력과 움직임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운동선수 보면 '건강하겠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 기반 체력과 움직임을 일반인도 만들게 해주는 게 크로스핏입니다. 예쁘게 보이는 몸이 아니라 덜 지치고 회복이 빠른 '오래 쓰는 몸'을 만드는 거죠."

    ◇ 박스는 '시설'이 아니라 '문화'

    그는 크로스핏 공간을 '박스'라 부르는 이유도 크로스핏의 태생에서 설명했다. 헬스장처럼 잘 갖춰진 시설이 아니라 창고·차고 같은 네모난 공간에서 시작된 운동이어서 '박스'라는 말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심 관장은 "박스는 기구대여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들어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거울이 없는 박스가 많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크로스핏 동작은 복합 움직임이 많아 운동 중 거울을 보기 어렵고, 고개를 돌려 자세를 확인하다 오히려 동작이 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 관장은 "거울보다 영상 촬영을 통한 피드백이 낫다"고 했다.

    "휴대폰이 사실상 카메라잖아요. 정면·측면으로 찍어보고, 끝나고 차분히 보면서 코치 피드백과 같이 고치면 거울보다 정확합니다."

    ◇ "파워 공식(P=F×d/t)... 속도는 원리, 안전은 원칙"

    크로스핏이 '빠르게 체력을 올리는 운동'으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심 관장은 물리학의 '일률(파워)' 개념으로 설명했다. 저항(F)과 이동 거리(d)를 곱한 일량을 시간(t)으로 나눈 값이 파워(P)다. 같은 무게라도 더 빠르게 소화하거나,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수행하며 강도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게만 올리는 방식보다 강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그래서 체력 향상 속도가 빠를 수 있어요."

    다만 그는 곧바로 "속도만 좇으면 위험해진다"고 못 박았다. 심 관장은 "부상은 크로스핏이 만드는 게 아니라 욕심이 만든다"고 했다.

    "지시에 안 따를 때, 기록 욕심으로 자세가 무너질 때 위험해집니다. 무게 올리고 속도 내면서 횟수만 채우려는 순간부터 사고 확률이 올라가요."

    그가 말하는 '타협 불가' 원칙은 세 가지다. ▲웜업 ▲장비 간 거리 ▲자세 우선.

    "웜업은 반드시 합니다. 장비 동선 겹치면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횟수보다 자세, 기록보다 움직임이 먼저입니다."


  • 크로스핏 마하 박스 한 켠에 있는 칠판 모습. WOD를 기록하는 화이트보드와 시계가 있다./염도영 기자
    ▲ 크로스핏 마하 박스 한 켠에 있는 칠판 모습. WOD를 기록하는 화이트보드와 시계가 있다./염도영 기자

    ◇ 초보의 첫 달 목표는 '기록'이 아니다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체력이 약한데 괜찮냐"는 것이다. 심 관장은 답이 반대라고 했다. "그래서 더 와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신경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운동신경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겁니다. 체력이 약하다는 건 일상에서 쓰는 기능이 떨어졌다는 뜻이에요."

    초보가 첫 달에 흔히 좌절하는 지점도 "생각보다 힘들다"는 감각이다. 그는 이때 목표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첫 달은 기록이 아니라 '출석'이라는 것이다.

    "신체활동이 거의 없던 분들은 어떤 운동을 해도 힘들어요. 그런데 그걸 '크로스핏이라 더 힘든가'라고 착각하죠. 첫 달은 '잘했냐'가 아니라 '나왔다'가 목표여야 합니다."

    그는 '3개월'을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몸이 바뀌기 전에 일상의 에너지가 먼저 달라진다"고 했다.

    "덜 지치고, 회복이 빨라지고, 하루가 가벼워집니다. 그 '기운'이 먼저 옵니다."

    ◇ 레벨이 달라도 같은 WOD를 하는 이유

    체력·경험이 달라도 같은 수업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로 심 관장은 '스케일링(Scaling)'을 꼽았다. 같은 WOD(Workout of the Day, 오늘의 운동)를 하되, 난이도를 개인에게 맞춰 조절해 같은 목적을 경험하게 하는 장치다.

    "먼저 횟수로 볼륨을 맞추고, 다음에 무게를 조절합니다. 정말 필요할 때만 동작을 바꿉니다. 동작 교체는 마지막 수단이에요. 원래 WOD가 의도한 자극을 최대한 살려야 하니까요."

    그가 말하는 '좋은 움직임'은 단순했다. "가동 범위 안에서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필요한 힘을 꾸준히 뽑아내는 상태."

    ◇ "자세 무너지면 기록이 아니라 사고"

    기록 문화가 과열되면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기록은 남기되, 자세가 무너지면 그건 기록이 아니라 사고"라고 했다. 그래서 WOD 전에 동작 연습을 충분히 하고, WOD 중에는 코치가 짧고 구체적으로 교정한다고 했다.

    "'등 각도', '무릎', '호흡' 같은 걸 바로 잡아줍니다. WOD에 들어가면 코치 역할이 양치기 같아요. 끝까지 '퀄리티 있는 동작'으로 완주하게 만드는 겁니다."


  • 심동민 관장은
    ▲ 심동민 관장은 "크로스핏은 심미적인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일상을 바꾸는 체력을 길러주는 운동"이라고 했다./염도영 기자

    ◇ "나머지 23시간을 바꿔야 운동이다"

    심 관장은 크로스핏의 효율을 '전이(Transfer)'로 설명했다. 특정 종목 기술을 가르치진 않지만, 전반적 체력 요소를 끌어올려 등산·러닝·구기 종목 등 다른 활동의 바탕을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요. 밀고 당기고, 앉았다 일어서고, 들고 이동하는 기본 움직임이 약해졌죠. 크로스핏은 그 기능을 되살립니다. 운동 1시간이 아니라, 나머지 23시간의 삶이 달라져야 합니다."

    마지막 조언은 짧았다.

    "그냥 시작하십시오. 꾸준히 출석하시고, 매일 기록하십시오. 나머지는 코치와 시스템이 만들어 드립니다."





최신뉴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