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유족연금을 받던 배우자가 재혼하면 유족지위를 박탈하는 것을 놓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를 판단한다. 지난 2022년 공무원 유족연금을 받던 배우자가 재혼하면 연금 수급자격을 상실케 하는 공무원연금법이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받은 후 유사한 사례가 다시 헌재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13일 법무법인 혜석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판사 박원규)은 지난 10일 국가유공자 유족의 재혼을 이유로 권리를 박탈하는 법률조항에 대해 "재산권, 혼인의 자유, 양성평등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재에 위헌심판제청을 했다.
법원은 공적 유족연금 제도에서 재혼 시 수급권을 박탈하는 게 재산권뿐만 아니라 혼인의 자유와 양성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지난 2022년에는 배우자의 재산권 형성 기여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지만 이번에는 혼인의 자유와 양성평등권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모(86세)씨는 26세 때인 1964년 남편이 군 복무 중 순직하면서 생후 10개월 된 아들과 함께 홀로 남겨졌다. 유족연금을 받고 다양한 일을 해가며 아들을 키웠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버티지 못하고 1974년 재혼을 했다. 재혼 후 3명의 아이를 출산했지만 재혼 4년 만에 새 배우자도 사망했으며 이씨는 총 4명의 자녀와 함께 다시 생업 전선에 내몰려야 했다. 재혼한 과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유족연금은 보조금을 넘어 이씨와 네 아이의 생존 수단이었다는 게 이씨 측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2024년 대전지방보훈청은 이씨가 재혼한 것을 이유로 국가유공자법 제5조 제1항 1호에 따른 '배우자'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과거 지급한 1억1000만원을 전액 환수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씨는 2024년 7월 사건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의 핵심은 국가유공자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배우자의 범위에 있다. 관련 법률과 시행령에서 배우자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배우자를 '재혼하지 아니한 배우자'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헌재에 다시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대전지법은 제청결정문을 통해 "이 사건의 법률조항 목적은 재정건전성 확보에만 있고 배우자의 혼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있지 않다"며 "그런데 보훈급여금 수급권을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전부 박탈함으로써 국가유공자의 배우자의 혼인에 관한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국가 재정상 사망한 국가유공자의 배우자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이 미약했고, 여성의 경제적 참여도가 매우 낮았을 뿐만 아니라 미망인과 그 자녀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이 심했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유공자 배우자가 남겨진 자녀의 양육과 생존을 위해 재혼이라는 결정을 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건의 법률 조항이 양성 평등권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헌재는 재혼한 배우자의 유족연금 수급권을 상실케 하는 공무원연금법을 재판관 5(합헌) 대 4(헌법불합치)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제한된 연금 재원 관리라는 입법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이 실제 재혼으로 부양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 보장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영구히 수급권을 박탈하는 게 유족연금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씨의 소송대리를 맡은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변호사는 "이번 제청결정은 60년 넘게 유지된 법률 조항이 여성의 재혼을 어떻게 통제해왔는지 헌법의 잣대로 심판하는 시작점"이라며 "26세 과부였던 여성이 36세에 재혼했다는 이유로 반세기 후 유족연금 자격을 박탈하는 게 헌법적으로 정당한 지 헌법재판소가 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지연 법무법인 에셀 변호사는 "원고는 자신 권리 구제를 넘어 같은 처지에 놓인 수많은 국가유공자 유족들이 겪고 있는 제도적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 이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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