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와 겹치며 특수 실종 우려가 제기됐던 올해 밸런타인데이가 예상 밖의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연인 간 초콜릿을 주고받는 전통적인 기념일 공식은 옅어진 대신, 유통·식품업계가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와 아티스트 등 지식재산권(IP) 기반의 굿즈 상품이 '팬덤 소비'를 자극하며 매출을 견인한 덕분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2월 초반(1~10일) 밸런타인데이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5년 만에 밸런타인데이와 설 연휴 일정이 맞물리며 기념일 특수가 실종될 것이라던 당초 시장의 예상을 정면으로 뒤집은 결과다. 차례 준비와 명절 선물 등 가계 지출이 명절 품목에 쏠리는 시기임에도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IP 결합 상품들이 불황과 명절 변수를 뚫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대목은 ‘초콜릿’이 아닌 ‘굿즈’(팬상품)가 판을 깔았다. 단순 초콜릿 단품보다는 키링, 텀블러, 키캡, 포토카드 등 소장 가치가 높은 캐릭터 협업 세트 상품에 소비자들이 몰리며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다. 초콜릿 자체가 목적이기보다 원하는 굿즈를 얻기 위해 초콜릿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세븐일레븐은 헬로키티 등과 협업한 기획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251% 폭증하며 '헬로키티 텀블러' 등 20만 개 물량이 5일 만에 완판됐다. GS25는 '몬치치 키링'과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협업 상품을 앞세워 초콜릿 매출이 25.9% 증가했다. CU와 이마트24 역시 각각 포켓몬·스누피 굿즈와 '슈야토야' IP 상품을 통해 설 연휴 변수를 극복했다.
이러한 'IP 활용' 전략은 식음료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밸런타인데이 시즌을 겨냥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브리저튼'과 협업한 미러 키링, 에코백, 텀블러 등 한정판 굿즈 6종을 출시했다. 네슬레의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 킷캣은 브랜드 앰버서더인 밴드 'DAY6(데이식스)' 완전체와 함께한 밸런타인데이 시즌 캠페인을 공개하며 하트틴, 하트베어 등 시즌 한정 제품 3종을 선보였다. 특히 제품 구매 시 증정하는 포토카드 이벤트 등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밸런타인데이 소비의 주축이 '연인'에서 '덕질(팬덤 활동)'과 '자기 보상'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비용 부담으로 기념일 지출이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한정판 굿즈에는 과감히 지갑을 여는 '팬슈머'들이 밸런타인데이 소비의 주축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설 연휴와 겹치면 기념일 매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강력한 IP가 명절 변수마저 압도하고 있다"며 "밸런타인데이는 이제 식품·유통사가 얼마나 매력적인 IP를 확보하고 이를 굿즈로 연결하느냐를 겨루는 콘텐츠 경쟁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