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데 이어 우리 정부가 무인기 사건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자 북한이 "유감 표명에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 관계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우리측의 관계 개선 노력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입장을 낸 것은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동영 통일 "무모한 무인기 침투, 북측에 깊은 유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축사를 통해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간 상호 인정과 평화공존을 추구한다"면서 "이번에 일어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하여 북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유감을 표명한 '무인기 침투'는 최근 민간인이 무인기를 북한으로 날린 사건을 의미한다. 이 사건에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과거 윤석열 정부의 무인기 침투에 대해서도 "대남 공격을 유도했다"며 "자칫 전쟁이 날 뻔했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행위였으며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대단히 불행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약속한 9·19 군사합의가 하루빨리 복원돼야 한다"며 "'공중에서의 적대 행위'는 지금 당장이라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다음 날인 11일에는 "(남북이) 서로가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대로 인정하고 유감도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전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결정도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정동영 무인기 유감 표명 다행…재발방지 주의 돌려야"
정 장관의 유감 표명에 북한도 '다행'이라는 입장을 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새해 벽두에 발생한 반공화국 무인기 침입사건에 대하여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10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부부장은 "한국 당국은 자초한 위기를 유감 표명 같은 것으로 굼때고 넘어가려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 영공 침범과 같은 엄중한 주권 침해 사건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담보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반공화국 무인기 침입 행위를 감행한 주범의 실체가 누구이든, 그것이 개인이든 민간단체이든 아무런 관심도 없다"며 "우리가 문제시하는 것은 우리 국가의 영공을 무단 침범하는 중대주권침해행위가 한국발로 감행되었다는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국이 내부에서 어리석은 짓들을 행하지 못하도록 재발방지에 주의를 돌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靑, 김여정 담화에 "남북 소통 통한 긴장완화·신뢰회복 기대"
통일부, '무인기 재발방지' 北요구에 "대책마련해 즉시 시행"
그간 북한은 이재명 정부 들어 시행된 남북관계 개선 조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북 전단 규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남북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대북 전단과 확성기에 제동을 걸며 긴장 완화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어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측 체제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9·19 군사합의 복원 의사까지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에 기반해 남북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여정 지난해 7월 담화에서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으며 조한(남북)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역사의 시계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데 이어 우리 정부가 유감 표명을 하자 이전과 다른 기류의 메시지를 낸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해제 결정이 오는 4월 방중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을 갖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북한도 이를 염두에 두고 이전과 입장을 달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청와대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남북 간 소중한 평화를 해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며 "남북이 상호 소통을 통해 긴장을 완화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는 김 부부장이 무인기 사건의 재발 방지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해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오늘 담화를 통해 지난 2월 10일 통일부 장관의 무인기 관련 유감 표명에 대해 '다행' '상식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재차 강조했다"면서 "북한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우발사태 방지를 위한 남북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긴장을 바라지 않는 마음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서로 진정성을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해 나간다면 지난 정권에서 파괴된 남북 간의 신뢰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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