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향후 10년간 국내 취업자 증가율이 사실상 멈춰 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확산까지 겹치며 노동시장이 성장 국면을 넘어 구조적 재편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이하 고용정보원)이 전날 발표한 ‘2024~2034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취업자 수가 6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연평균 증가율이 0.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2023~2033년 전망’에서 연평균 0.1% 증가를 추산했던 것보다 둔화한 수치다. 이에 고용 총량이 사실상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30년을 기점으로 취업자 수는 감소세로 전환된다는 예측이다. 전기(2024~2029년)에는 36만7000명 늘어나지지만 후기(2029~2034년)에는 30만3000명 줄어들 것으로 추계됐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34년 31.7%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노동력 공급 기반이 점차 약화되며 구조적 제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산업별로는 고령화·돌봄 수요 확대 등과 맞물려 사회복지업과 보건업에서 큰 증가가 예상됐다. AI·디지털 전환과 밀접한 연구개발업, 컴퓨터프로그래밍 분야 역시 증가할 것으로 고용정보원은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직업별로는 돌봄 및 보건서비스직, 보건전문가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I 확산으로 인한 공학전문가, 정보통신전문가 등 고숙련·기술 기반 직종의 인력 수요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온라인화·플랫폼화로 인해 소매업 취업자 수가 가장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도매업, 음식주점업과 건설수요 감소로 인한 종합건설업과 전문직별 공사업, 산업전환으로 인한 자동차 제조 등에서 감소가 예상됐다.
매장 판매직과 장치·기계조작직처럼 AI 기반 자동화와 온라인 전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직무는 향후 고용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구조적 감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고용정보원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AI 등 기술 변화가 산업 및 직업별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와 직무 전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업자 수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평균 2.0% 수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2034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총 12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됐다.
이 같은 인력 부족 규모는 업종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2034년까지 고용 증가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보건복지서비스업(16만7000명)은 물론 전체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제조업(18만1000명)과 도소매업(11만9000명)에서도 상당한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정보원은 “향후 노동력 감소에 대응해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잠재 인력의 노동시장 진입 촉진을 강화하고 인력수요 변화가 분야별로 상이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업종·직종별 변화에 대응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고용정보원 이창수 원장은 “앞으로 고용정책은 단순한 취업자 수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개선이 더 중요할 것”이라며 “잠재 인력 활용 확대와 산업·직업별 구조 변화에 대응한 직무 전환, 재교육 및 인력 재배치 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쉬었음’ 청년 증가 등 취약 고용지표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AI 기반 직업훈련 확대와 고용서비스 혁신을 통해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이·전직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정민 교수는 본보에 “이번 전망은 갑작스러운 변화라기보다 인구 감소 흐름이 누적된 결과로,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측면이 크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중장년층과 여성 등 주요국보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집단이 있어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된다면 일정 부분 인력 보완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AI와 로봇 등 기술 발전은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겠지만 동시에 노동 수요를 줄일 수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전망이 주는 위기감보다는 실제 영향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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