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08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등만 당선되는 한국식 단순다수대표제와 지역구 선거 위주의 총선 시스템에서는 죽을 死 사표방지심리에 따른 1등 몰아주기 밴드왜건 투표가 성행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자유로운 투표가 가능한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사표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바로 봉쇄조항 3%(공직선거법 189조 1항) 때문이다. 2024년 총선 기준 2834만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3% 약 85만표 이상을 획득해야 비례대표 의석을 받을 수 있다. 3% 미만을 획득한 소수정당들에 표를 준 유권자들의 의사는 그렇게 쓰레기통에 쳐박혀버렸다. 자유통일당(64만표), 녹색정의당(60만표), 새로운미래(48만표), 소나무당(12만표), 국가혁명당(6만표)을 비롯 기타 30여개 정당들에 표를 준 유권자들의 수는 무려 248만여명에 달한다. 248만표가 사라졌다. 교과서에서 앵무새처럼 등장하는 “군소정당의 난립”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거대 양당이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가로막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지난 1월29일 헌법재판소가 봉쇄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재판관 7대 2)을 내렸다. 헌재의 판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공직선거법 189조 1항은) 투표 가치를 왜곡하고 선거의 대표성을 침해하는 현저히 비합리적인 입법이다. 평등 선거 원칙을 위배해 선거권, 피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 국민적 합의의 도출을 방해하거나 의회의 안정적 기능을 저해시키는 정도가 아니라면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석 배분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다. 거대 양당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경향이 점차 심화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저지 조항은 의회가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보다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 정당의 세력만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헌법재판소가 봉쇄조항 3%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89조 1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래픽=제미나이 AI>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5일 15시에 진행된 오목렌즈 전화 대담에서 “드디어 뚫렸다”면서 “헌법소원을 낸 분들(2020년 녹색당·노동당·진보당·미래당)과 그동안 봉쇄조항 폐지 및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힘써온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동안 우리들이 그렇게 얘기를 했던, 선거제도 개혁을 주창했던 사람들이 그렇게 외쳤던 주장을 헌법재판관들이 그냥 가져다 쓰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서울시의 웬만한 자치구 인구보다 더 많은 ‘85만표’를 얻는 것은 무지 어려운 일이다. 아예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거대 양당에게는 쉬울지 몰라도 소수정당은 50만표를 얻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다.
아마 소수정당에서 정치개혁 운동하셨던 분들 모두가 진짜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 했을 것이다. 봉쇄조항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그 퍼센트라는 게 굉장히 크다.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가 4400만인데 1%만 해도 44만명이다. 근데 3%의 허들을 둔다? 그런 허들을 치우는 것 자체가 되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정말 85만명이면 수원, 고양, 성남 등의 인구에 맞먹는 숫자다. 그러니까 그동안 200만표 이상의 주권자들의 정치적 의사가 무시돼왔던 것이다. 늘상 말씀드리지만 내가 은평구에 살았었는데 그 당시 은평구 인구가 45만이었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 사는 모든 인구가 특정 정당을 밀어도 원내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 어마어마한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
낙태법 위헌 때처럼 국회가 대체 입법 절차를 밟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봉쇄조항 폐지 자체는 거대 양당의 정치적 이익 독점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국회의원 선거는 2% 선에서 할 것 같고 지방의회 선거 같은 경우는 지금 5%로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3% 선까지 내려와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는 되어야 중간지대 정치세력들이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고 물론 저희가 바라는 건 내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최소 규모의 득표율만 얻어도 예를 들면 뭐 한 10만표가 된다고 하면 퍼센트와 상관없이 원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있다.
즉 총선에서 투표를 하는 3000만여명의 유권자들로부터 특정 소수정당이 10만표를 얻었다고 한다면 약 0.3%인데 박 센터장은 봉쇄조항의 허들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현실적인 중간 단계를 설정하더라도 궁극적인 목표는 0.3% 10만표만 받아도 1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기득권 양당 세력과 국회 안에 있는 세력들은 3%에서 얼마나 문턱을 낮출지 모르겠다.
특히 비례대표 할당 의석이 전체 300석 중 47석 밖에 없기 때문에 봉쇄조항을 낮춘다고 해도 어차피 지역구 위주의 선거판은 그대로라서 거대 양당이 크게 불리할 것은 없다.
그래서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그림은 사실 500명으로 증원하고 양원제를 하는 것이고 비례대표하고 지역구를 따로 뽑는 것이다. 근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지금 있는 봉쇄조항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점점 낮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역구 대비 비례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 지역구를 축소해야 하는 방법은 현역 의원들이 반발해서 어렵다면 의원 정수를 늘려야 된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숙제로 남아 있다.
정치 혐오론의 맥락에서 악독한 질문이 있다. 전광훈이 전광훈당 만들어서 국회로 들어오면 어떡할래?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가 가세연당 만들어서 원내 진출하면? 박 센터장은 “들어오라고 그래야 한다”며 “극우적인 주장이든 극좌적인 주장이든 어느정도 국민 지지를 얻었다면 국회로 들어와서 공식화된 형태로 자기 주장을 하고 싸워야 된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한국에는 일정 비율 극우와 극좌 포션이 있다. 그들이 들어오면 좋겠다. 극우도 들어오고 극좌도 들어와서 1% 미만 정당들끼리 싸워서 누가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서 다음 총선에서 활약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미래당 최시은 공보국장도 일맥상통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봉쇄조항이 아니어도 위헌정당 심판이 있다. 현행 헌법상 취지에 맞지 않는 정당은 해산될 수 있다. 현행 헌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정당은 사실 의석을 가질 수 있고 그 또한 국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의회로 들어가는 게 맞다. 오히려 지금 양당이 과도하게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갖고 있고 다양한 시민들의 뜻을 국회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광화문만 봐도 집회시위가 너무 많은데 사실 이런 광장에서의 정치가 기성 정당으로 수렴돼서 국회 안에서 정당 대표들이 협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다양한 목소리들이 담기지 못해서 광장에서 자기만 옳다고 소리만 지르게 되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국력을 소진하는 일이다. 일반 시민들도 너무 힘들다. 극우나 극좌도 현행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국회 안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맞춰나가는 것이 민주주의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 (전광훈당이 원내로 진출해도 괜찮은지?) 나는 개인적으로 좀 들어가서 해라. 시끄럽게 하지 말고. 1석 있다고 크게 많은 걸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들 또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맞다면 틀린 게 아니다. 내란을 계속 옹호하고 이러면 여러모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거나, 선거에서 심판을 받거나, 위헌정당 심판을 받거나. 기성 정당으로 국회로 들어가면 나름 수위 조절을 하게 된다. 순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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