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무개입 금지' 금과옥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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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무개입 금지' 금과옥조인가?

프레시안 2026-02-13 11:34:48 신고

3줄요약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몇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미국의 '순수 대통령제'와 다른 혼합형 대통령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대통령제에서 찾기 어려운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의 겸임이 가능한 구조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는 헌법 제43와 국회법 제29조에 의해 가능하다.

본래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구분 짓는 기준은 의회와 내각의 관계다. 의회와 내각(행정부)의 융합을 기본 구조로 하는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는 의회와 내각의 견제 및 균형을 기본 원리로 한다. 따라서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의 겸임은 대통령제이면서 내각제적 운용 원리를 채택하는 혼합 대통령제의 상징적 부분이다.

둘째, 대통령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정당 기율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내각제 국가의 정당은 의원들에 대한 기속력이 강하고 기율도 엄하다. 반면 대통령제 국가의 정당은 선거 때 주로 작동하는 선거 정당의 형태를 띤다. 이른바 '머신(machine) 정당'이다. 따라서 당 대표가 존재하지 않고 우리나라와 달리 정당이 관료적이지도, 거대 정당의 형태도 아니면서 선거 때를 제외하곤 주로 원내대표의 지휘 하에 원내 활동을 위주로 정당이 작동되는 구조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제이면서 내각제 정당의 구조를 띠고 있다.

셋째, 위의 두 가지와 연계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로서 당·정·청이라는 집권세력의 구성이다. 이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대통령제의 기본 얼개와 배치된다. 물론 내각과 의원의 겸임도 이에 해당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고위 당정 협의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야,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이러한 이중적이고 일견 모순적인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한 때 국회법을 개정해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임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더 이상 정치개혁 차원에서도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내각제와 유사한 정치구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문제는 정쟁적 요소를 수반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었지만 한국 대통령제가 간과하고 있는 중대한 문제가 고스란히 나타난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은 공직자이지만 선출직 공직자로서 임명직 공무원이 아니며, 정당에 의해 추천되어 대통령에 선출되기 직전까지도 정치의 주요 인자로 기능했다. 이 점은 비단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광역단체장들의 정치적 발언은 별로 문제 삼지 않으면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무적·정치적 입장의 발신에 대해서는 여야가 과도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이후 합당을 하고 통합 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걸 두고 '대통령의 당무 개입' 아니냐는 일각의 제기가 있었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있어선 안 된다'는 금과옥조가 있는 게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허구에 가까운 부질없는 생각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 협의를 하고 이를 고위 당정 협의에 의해 구체화한다. 당정 협의나 당·정·청 구조가 헌법 기관이나 헌법이 부여한 기구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엄연히 국정을 운영하는 주요한 논의 기구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집권당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서 자연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집권 세력의 소통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으로서, 수미(首尾)가 상관(相關)하지 않는 이율배반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의사를 결정하는 행정부의 수반이다. 정치와 정책의 경계는 모호하며, 행정과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2002년 정치개혁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여당 총재 겸임이 폐지된 것은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로서 공천권까지 행사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시정하고자 했던 조치다. 그러나 많은 문제가 해소된 지금에 와서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를 문제 삼는 것은 대통령을 좁은 행정의 틀에 가두려하는 것으로서 대통령제에 대한 왜곡된 해석에 기인한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결정자이자 최종결정자이다. 따라서 국정과 관련한 거대담론부터 말단 정책까지 의제 설정을 선도하고 정책 결정을 주도해야 한다. 이 틀 안에서 각 부처와 기관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국회는 국회대로 여야의 토론과 협치를 통해 보완해 나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정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정치행위로서 '당무 개입' 등과 정확한 경계를 지을 수 없는 문제이다. 당무 개입에 대한 과도한 해석으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청와대에 민정수석과 정무수석, 정무비서관을 두는 이유와도 배치된다.

당권·대권 분리와 당정 분리가 권력 운용의 원칙처럼 묘사되지만 기실 정치 현장에서는 불편한 허구와 위선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특정 계층과 정파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정책에는 수혜 계층과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 측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를 빌미 삼아 집권 측을 공격하는 것은 여야를 넘어서 지양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불법적 대통령에게나 해당하는 비판이다. 여권 내에서 당·청의 수직적 관계도 경계해야 하지만 여당이 당권과 차기 대권을 조기에 의식하는 권력투쟁에 노출되는 것 역시 국정과 민생에는 부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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