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적개발원조(ODA)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됐다. 겉으로는 사후관리 강화와 재외공관 전문인력 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조치로 보이지만, 산업 현장에서 읽히는 의미는 그보다 훨씬 크다. 그동안 외교적 상징성과 정책적 명분에 머물렀던 ODA가 이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탱하는 실질적 산업 레버리지 수단으로 제도화됐기 때문이다.
▲ODA 통제권 강화·EDCF 일체형 설계
13일 이재정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주관기관의 점검 및 사후조치 권한을 명확히 해 책임의 귀속 구조를 분명히 했다. 둘째, 재외공관이 관할 구역 내 ODA 사업의 진행 상황을 상시 파악해 주관기관과 위원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현장 정보의 제도적 전달 경로를 구축했다. 셋째, 재외공관에 국제개발협력 전문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사업 관리의 전문성을 구조적으로 보강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정비가 아니다. 해외에서 집행되는 수백억~수천억 원 규모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정보 비대칭’과 ‘책임 공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장치에 가깝다. 현장 데이터가 제도화된 보고 체계를 통해 중앙으로 집적되고, 리스크가 조기에 식별·조정되면 사업 실패 확률과 집행 오류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낮아진다.
재정 운용과 기업 재무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관리 강화 차원을 넘어 정책자금의 회수 가능성과 자산 건전성을 높이는 조치다. 통제 체계가 명확해질수록 사업 리스크는 할인되고, 정책금융의 신용도는 실질적으로 개선된다. 결국 이번 개정은 ODA 집행 구조를 ‘집행 중심’에서 ‘성과·책임 중심’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제도 개편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발표한 ‘2026년 주요업무 추진계획’과 맞물리며 산업적 파급력을 한층 키운다. 수은은 글로벌 사우스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 △EDCF를 활용한 에너지·용수·교통 등 기초 인프라 구축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금융 공동 지원 △희소광물의 개발·제련·수출·비축까지 연계한 공급망 안정화 패키지 △현지 생산시설 건설 자금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개발금융(EDCF)과 상업적 수출금융을 분절적으로 운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인프라 선(先)투자를 통해 시장을 형성하고 그 위에 우리 기업의 수주를 얹은 뒤 장기적으로 공급망을 고정화하는 일체형 구조를 제도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단순한 금융 확대가 아니라, 금융을 산업 전략의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EDCF 선투자, 선박 가치 하방 위험 낮춘다
이 같은 금융 설계는 조선업(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 단순한 발주 증가 이상의 변화를 예고한다. 항만·전력·연료 인프라가 EDCF로 선행 구축되면 달라지는 것은 물동량 규모만이 아니다. 선주가 안고 있던 ‘잔존가치 리스크’와 ‘연료 가용성 리스크’의 분포가 바뀐다. 친환경 선박의 최대 변수는 기술이 아니라 연료 인프라다. LNG·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은 연료 공급망이 확정되지 않으면 장기 운임 예측이 불가능하다. 운임 예측이 흔들리면 선박의 미래 현금흐름 분산이 커지고, 금융기관은 보수적으로 움직인다. LTV는 낮아지고, 조달 스프레드는 올라간다.
반대로 연료·전력 인프라가 먼저 깔리면 선박의 현금흐름 안정성이 높아진다. 이는 단순 수요 증가가 아니라 선박 자산가치의 하방 위험을 낮추는 효과다. 자산 가치의 분산이 줄어들면 PF 구조에서 요구되는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질 수 있고, 금융조달 조건도 개선된다. 선주 입장에선 발주 결정을 미루던 리스크 요인이 제거되는 셈이다.
조선사에도 구조적 변화가 생긴다. 연료 인프라가 확정된 시장에서는 고부가 선종이 기본값이 된다. LNG·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비중이 높아질수록 평균 선가와 마진 구조는 상향된다. 이는 단기 수주 확대가 아니라 제품 믹스의 질적 개선이다. 동시에 친환경 전환이 가속되면 기존 선대의 개조·MRO 수요도 늘어난다. 인프라를 선점한 시장에서는 선박 교체와 개조 사이클이 조기에 고정된다.
EDCF 기반 인프라 선투자는 조선업에 있어 ‘시장 조성’이 아니라 ‘리스크 재구성’이다. 선주의 발주 판단 기준이 운임 사이클 중심에서 인프라 확정 중심으로 이동하면, 발주 탄력성은 커진다. 정책금융이 초기 인프라 리스크를 흡수하는 순간, 선박이라는 자산의 위험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낮아진다. 이 변화는 단기 호재가 아니다. 다음 선복 교체 사이클의 구조를 누가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방산, 백로그 질이 달라진다
방산에서의 변화는 매출 증가가 아니다. 계약의 질과 리스크의 귀속 구조가 바뀌는 문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KAI)·풍산홀딩스·SNT홀딩스가 글로벌 사우스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변수는 기술이 아니라 상환 가능성의 불확실성이다. 무기체계는 통상 20~30년 생애주기를 가진다. 초도 납품은 계약의 시작일 뿐이다. 후속 탄약, 성능개량, MRO, 훈련, 업그레이드가 본질이다. 문제는 구매국의 재정 변동성이다.
재정이 흔들리면 무엇이 먼저 밀리나. 국방 예산이다. 이 순간 공급기업의 현금흐름은 ‘상업 리스크’가 아니라 ‘주권 리스크’에 노출된다. 금융기관은 이를 반영해 선수금 요구를 높이고, 지급보증을 강화하고, 정치적 리스크 보험을 요구한다. 계약 체결은 느려지고 자기자본 투입은 커진다.
EDCF와 수출금융이 결합되면 이 리스크는 기업의 손에서 국가의 손으로 일부 이전된다. 여기서 핵심은 금리가 아니다. 리스크 트랜치의 재배치다. 구매국의 상환 구조가 구조화되면, 계약은 예산 의존형(Annual Budget Dependent)에서 장기 채무상환형(Structured Sovereign-Linked Cash Flow)으로 바뀐다. 이는 현금흐름의 분산을 좁힌다. 분산이 줄어들면 신용 스프레드는 압축되고, 선수금 압박은 완화된다. 기업은 자기자본을 덜 묶는다.
이건 WACC 몇 bp 문제가 아니다. 백로그의 질이 달라지는 문제다. 단순 장비 판매 계약은 매출 인식은 빠르지만 변동성이 크다. 반면 금융 패키지가 얹힌 생애주기 계약은 매출 인식은 분산되지만 현금흐름 가시성은 높다. EBITDA의 평균이 아니라 표준편차가 줄어든다. 기업 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더 깊은 변화는 현지화다. 정책금융이 현지 생산시설과 MRO 인프라까지 묶어 지원하면 계약은 단발 수출에서 산업 생태계 이식으로 전환된다. 이 경우 공급기업은 장비 공급자가 아니라 표준 설계자(Standard Setter)가 된다. 현지에서 운용되는 무기체계의 정비·부품·업그레이드 표준을 설계한 기업이 다음 개량 사업을 자동으로 가져간다.
이는 사실상 락인(Lock-in) 구조다. 초기 인프라와 금융 구조를 설계한 쪽이 10~20년 뒤 후속 사업까지 장악한다. 방산에서 진짜 수익은 초도 납품이 아니라 중장기 개량과 MRO에서 나온다. 정책금융이 이를 가능하게 하면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은 일회성 매출에서 반복적 서비스 매출로 이동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계약 속도다. 지금까지 글로벌 사우스 방산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구매 의지’가 아니라 ‘재정 집행 구조’였다. 정책금융이 그 구조를 미리 설계하면, 기업 내부의 Risk Appetite 한도를 초과해 보류되던 프로젝트가 승인 구간에 들어온다.
승인 속도가 빨라지면 수주 타이밍이 당겨진다. 시장 선점이 빨라진다. 경쟁국이 개입할 틈이 줄어든다. 이번 구조는 방산 기업의 IRR을 조금 올려주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주권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현금흐름의 극단 손실 위험(Tail Risk)을 줄이고 △백로그의 질을 개선하며 △생애주기 수익을 고정화하는 장치다. 방산 수출은 단순히 무기를 파는 산업이 아니다. 리스크를 설계하는 산업이다. 그리고 지금 그 설계를 정책이 대신 깔아주고 있다.
▲반도체·차량운반구, 리스크 구조 재편된다
반도체·자동차에 대한 파급은 단순한 수주 확대가 아니다. 이는 리스크의 성격과 귀속 구조가 바뀌는 문제다. EDCF가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순간, 기업이 떠안던 불확실성은 단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반도체부터 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같은 공정 집약 산업은 글로벌 사우스에서 공장을 세우는 순간 통상적인 정치·환율·규제 리스크보다 더 치명적인 변수를 맞닥뜨린다. 전력 품질, 초순수 공급 안정성, 통신·SCADA 시스템 신뢰도 같은 ‘후방 인프라 리스크’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칭해 “CAPEX 회수 불확실성”이라 부르지만, 재무적으로는 훨씬 구체적이다.
정전이나 전압 강하가 한 번만 발생해도 라인이 멈추고 웨이퍼 폐기와 재가동 비용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평균 매출이 소폭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현금흐름의 하방 편차와 극단 손실 확률을 확대하는 구조다. 극단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 단일 할인율로는 설명이 어렵고, 내부 투자심의에서는 하방 시나리오 폭이 확대된다. 결국 경영진은 승인 임계치를 높이고, 투자 속도는 느려진다.
그래서 기업은 리스크를 CAPEX 안에 숨긴다. 이중 송전망, 자가발전, ESS, 초순수 재처리 설비, 네트워크 이중화 등 이른바 보호 CAPEX를 선제적으로 집행한다. 회계적으로는 자산이 늘고 감가상각이 길게 깔리며, 재무적으로는 고정비 레버리지가 확대된다. 수율이나 수요가 흔들릴 때 손익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다.
EDCF 인프라 선행 구축의 본질은 단순히 할인율을 낮추는 데 있지 않다. 더 정확히는 하방 시나리오의 확률을 낮추고, 손실 규모를 줄이며, 보호 CAPEX 일부를 외부화하는 데 있다. 극단 손실 확률이 줄면 확률가중 기대현금흐름이 상향되고, 기업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리스크 조정 수익률 기준을 충족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난다. 보호 CAPEX 부담이 감소하면 동일 생산능력을 더 낮은 총투자 규모로 확보할 수 있고, 그 순간 자본 효율성은 구조적으로 개선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점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인프라가 취약하면 금융기관은 DSCR 요구치를 높이고, 코버넌트를 강화하며, 리저브 계정을 키운다. 반대로 전력·용수·물류 인프라가 선제 구축되면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신용등급이 오르는 문제가 아니라 채무상환 가능성의 분산이 좁아지는 문제다. 그 결과 부채 비용이 낮아지고, 레버리지 허용폭이 확대되거나 자기자본 투입 압력이 완화된다. 이는 WACC를 몇 bp 조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본 구조와 리스크 트랜치 배분이 달라지는 구조적 변화다.
차량운반구 역시 동일한 논리지만 리스크의 결은 다르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동화 전환과 함께 배터리·전장·소프트웨어·물류를 동시에 최적화해야 한다. 배터리 공장은 전력망 안정성에 더 민감하다. 공정 중단은 불량률 상승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리콜이나 품질충당부채 같은 잠재부채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인프라가 안정되면 기업은 이러한 품질 리스크를 낮추고 방어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물류 인프라 역시 단순 운송비 절감 문제가 아니다. 항만·도로·통관·IT 시스템이 안정되면 리드타임 분산이 줄고 안전재고 요구가 감소하며,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회전이 개선된다. 이는 손익계산서상의 마진보다 현금전환주기 개선으로 더 명확히 드러난다. 대규모 생산·판매 구조를 가진 자동차 기업에 이는 누적될수록 강한 현금흐름 레버리지를 만든다.
결국 정책금융이 인프라 리스크를 흡수하면 투자심의의 초점은 사업성에서 리스크 한도로 이동한다. 과거에는 국가·인프라 리스크가 기업의 허용 변동성 범위를 넘어 보류되던 프로젝트가, 이제는 승인 가능 구간에 들어온다. 승인 속도뿐 아니라 투자 규모, 단계, 계약 구조, 밸류체인 고정 방식까지 달라진다.
EDCF 기반 인프라 구축은 IRR을 소폭 높여주는 금융 지원이 아니다. 이는 반도체·자동차 기업이 해외에서 직면하는 극단 손실 위험, 보호 CAPEX, PF 코버넌트, 품질·잠재부채, 운전자본 부담을 정책이 선제적으로 재구성하는 장치다. 수익률 곡선을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잠식하던 리스크의 분포를 좁혀 투자 가능 집합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ODA, 비용에서 전략 자산으로
이번 법 개정이 갖는 또 하나의 본질적 의미는 ODA의 ‘회계·재무적 성격 전환’이다. 과거 ODA는 일반회계상 이전지출에 가까운 비용성 집행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집행 자체가 목적이었고, 성과는 외교적 상징성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사후관리 권한이 명문화되고 현장 보고 체계가 제도화되면, ODA는 ‘통제 가능한 장기 채권성 자산’에 가까워진다.
프로젝트 단위로 보면 이는 부실 발생 확률(Probability of Default)을 낮추고, 손실률(LGD)을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이는 구조다.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면 조기 경보 기능이 작동하고, 집행 오류나 계약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감소한다. 그 결과 정책금융의 회수 가능성은 높아지고, 공공부문 포트폴리오의 위험 가중치(Risk Weight)는 사실상 하향 압력을 받는다. 이는 단순한 예산 집행 효율화가 아니라 국가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에 가깝다.
더 나아가 ODA와 EDCF가 인프라·공급망과 결합되면, 이는 ‘외교 지출’이 아니라 ‘국익 연계 장기 전략 투자’로 재해석된다. 개발금융이 선행해 현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위에 국내 기업의 생산·수출·MRO가 얹히는 구조가 고착되면, 한국 기업은 해당 국가에서 사실상 초기 표준(First Mover Standard)을 형성하게 된다. 초기 인프라를 설계한 기업이 향후 유지·보수·확장 사업까지 연쇄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국제 인프라 시장의 일반적 패턴이다.
정책 당국·정책 금융(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금융위원회·산업통상부·외교부·수출입은행·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 등)과 기업의 C레벨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잠금 효과(Lock-in Effect)’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전력·항만·물류·광물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면, 그 표준과 기술 사양은 이후 프로젝트의 기준점이 된다. 이는 단순 매출 증가가 아니라 시장 지배력의 구조적 확보다.
또한 자본 배분 전략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정책금융이 국가 리스크 일부를 흡수하면, 기업은 동일 프로젝트에 적용하던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출 수 있다. 이는 단순히 IRR이 올라간다는 수준을 넘어, 투자위원회에서 요구하는 리스크 조정 수익률(Risk-adjusted Return) 기준을 충족시키는 프로젝트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낳는다. 즉, ‘검토 대상’이던 프로젝트가 ‘집행 대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ODA와 EDCF는 더 이상 외교부나 재정경제부의 정책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각 기업의 중장기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 공급망 재편 전략, 현지화 전략과 직접 연결되는 변수다. 인프라와 금융이 결합된 구조에서는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책금융을 어떻게 설계 단계에서부터 끌어들이고, 현지 인프라 표준 형성 과정에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향후 10년 수주 성공 확률을 좌우한다.
ODA의 성격은 달라졌다. 더 이상 일회성 지출이나 외교적 상징에 머무는 정책 수단이 아니다. 이는 시장의 구조를 설계하고, 표준을 선점하며, 공급망의 방향을 고정하는 전략적 도구다. 인프라를 먼저 깔고 금융을 얹는 쪽이 다음 사이클의 밸류체인을 장악한다.
이번 법 개정과 수출입은행의 전략은 ODA를 ‘원조’에서 ‘전략 자산’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방산·철강·화학·반도체·자동차 기업에 이는 단순한 정책 지원 확대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적용되던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을 제도적으로 낮춰주는 인프라이자, 투자 판단의 문턱을 낮추는 장치다. 정책금융이 먼저 위험을 구조화하면, 기업은 그 위에서 자본을 배치할 수 있다.
이제 관건은 집행이다. 재외공관의 현장 정보가 실시간으로 축적되고, 그 데이터가 정책금융 설계에 반영되며, 산업 전략과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이 구조는 비로소 작동한다. 법은 통과됐다. 산업계가 이를 외교 정책이 아니라 재무 전략으로 해석해야 할 시점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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