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종현 기자] 시상대에서 내려오는 '금메달리스트'는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다. 불과 1시간 전, 들것에 실려 나갈 뻔했던 17세 소녀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끝난 줄 알았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그 아픈 다리로 한국 스키 78년 역사를 새로 썼다.
최가온(세화여고)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 '황제' 클로이 김(미국·88.00점)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단의 대회 1호 금메달이자,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승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최가온은 "믿기지 않는다. 첫 올림픽 메달이 금메달이라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과정은 결코 웃을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1차 시기 착지 도중 파이프 모서리에 보드가 걸려 크게 넘어진 최가온은 한동안 설원 위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올림픽은 여기서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다.
포기할 수 없었다. 최가온은 "머릿속에서 '너는 가야 해, 할 수 있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 다리를 믿고 딱 한 번만 더 해보자며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폭설이 쏟아지는 악천후 속 마지막 3차 시기. 고통을 참아내고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최가온은 "착지를 하고 나니 '아파도 끝까지 해냈구나'하는 후련함만 있었다. 점수와 순위는 보지도 못했는데 옆에 있던 일본 선수가 (우승했다고) 알려줘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번 금메달을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최가온은 "이곳에 있는 선수 중 내가 가장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은 있었다. 그 노력을 하늘이 알아주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계 정상에 섰지만, 경기장을 벗어나면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는 "친구들과 잠시 영상 통화를 했는데 다들 울고 있더라. 빨리 한국 가서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파자마 파티'도 하고 싶다"며 해맑게 웃었다.
자신의 우상 클로이 김을 넘어선 최가온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앞으로도 스노보드를 더 열심히 타서, 어제의 저 자신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뉴스컬처 이종현 newsculture@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