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이 현실화하면서 노동시장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고령인구 비중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노동 공급 축소가 본격화하면 성장 잠재력 약화가 불가피한 만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한국고용정보원은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통해 노동 공급 제약이 완화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향후 10년 연평균 성장률이 1.6%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목표치(2.0%)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실제 공급되는 인력 간 격차인 ‘추가 필요 인력’은 2034년까지 총 122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고용정보원은 여성·청년·고령층 등 노동취약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성장률을 0.4%포인트 더 높여 2.0%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가용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노동력 부족 해법으로 ‘계속고용’이 거론되고 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을 연장해 노동 공급 감소를 완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사회적 대화는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노동계는 실질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 법적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인사 적체 문제 등을 이유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은 청년 세대의 일자리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회적 합의 도출은 더욱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당초 지난해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정년 연장 관련 입법 논의 역시 여당이 6·3 지방선거 이후인 오는 6월 말까지 논의 시한을 늦추면서 사실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고령층 계속고용을 둘러싼 공방이 길어지는 동안 정작 노동시장 진입 문턱에 선 청년층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층 비중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가 내옿은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46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5000명 늘었다. 이는 2021년 1월(49만5000명)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기업들이 정기 공개채용 대신 수시·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더 심각한 것은 첫 취업에 대한 불만족으로 쉬는 청년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청년 ‘쉬었음’ 인구 가운데 직장 경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5~29세 청년들이 쉬는 이유로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일자리 미스매치가 해소되지 않는 한 고용 생태계 복원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이 보유한 학력·전공·기술과 실제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역량 간 괴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잠재성장률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벽을 허무는 것이 핵심”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고 격차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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