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140만통 이메일 공개… 정·재계 엘리트 얽힌 ‘은밀한 연결망’ 드러났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엡스타인 140만통 이메일 공개… 정·재계 엘리트 얽힌 ‘은밀한 연결망’ 드러났다

뉴스로드 2026-02-13 07:29:29 신고

3줄요약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진=연합뉴스/로이터]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제프리 엡스타인을 둘러싼 의혹은 오랜 시간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다. 이름이 오르내린 인사들은 “사교적 만남에 불과했다”고 선을 그었고, 구체적 정황은 제한적으로만 공개됐다. 그러나 최근 방대한 수사 기록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그의 교류 범위와 성격이 처음으로 구조적으로 드러났다. 단순한 ‘사교 네트워크’가 아니라 금융·학계·정치권을 가로지르는 다층적 연결망이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 법무부(DoJ)는 지난 1월 30일 엡스타인 관련 수사 문서 300만쪽 이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미 의회를 통과한 기록 공개 의무화 법률에 따른 조치다. 자원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방대한 PDF 파일을 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해 총 140만통의 이메일을 추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자료를 토대로 동일 인물을 재분류하고, 가장 자주 등장하는 500명의 배경을 조사했다. 또 각 이메일 대화의 내용을 1~10점으로 평가하는 이른바 ‘경보 지수(alarm index)’를 산출해 충격도를 분석했다.

전체 이메일의 60%가량은 비서·회계사·전용기 조종사 등 엡스타인의 실무진과 오간 업무성 교신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40%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상위 500명의 교신 상대 중 금융권 인사가 19%로 가장 많았고, 과학자·의사 10%, 언론·엔터테인먼트·홍보 8%, 정보기술 분야 7%, 법조인·정치인·학계·기업인 각 6%, 부동산 업계 5% 순이었다. 2014년에는 금융권 비중이 25%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학계·법조계 인사의 비중이 늘어나는 흐름도 확인됐다.

교류 대상은 ‘중간 관리자’가 아니었다. 최소 18명의 억만장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전·현직 장관급 인사, 세계적 과학자, 대기업 총수급 인사도 포함됐다.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캐슬린 루믈러와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1만1000통 넘는 이메일을 교환했고, 노벨상 물리학상 수상자 물리학자 로런스 크라우스, 전 미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 호텔 재벌 토머스 프리츠커 등과도 수천통의 교신 기록이 남아 있다. 빌 게이츠에게는 답신이 거의 없었음에도 반복적으로 이메일을 보낸 정황이 확인됐다.

문제는 내용이다. 분석 대상 65만여개 이메일 대화 가운데 약 1500건이 ‘매우 충격적’ 범주로 분류됐다. 일부에는 젊은 여성과의 성적 대화, 부모를 피하라는 취지의 언급, ‘성적 게임’을 조건으로 한 계약 초안 검토 등 부적절한 표현이 담겼다. 한 이메일에는 “가장 어린 소녀가 장난이 심했다”는 문구도 등장한다. 다만 상당수 이름이 가려져 있어 책임 소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개 문서에는 엡스타인의 2008년 유죄 인정 합의와 관련한 온라인 기록 삭제 시도, 형사 사건 대응 전략 논의 등도 포함됐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이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뒤 2019년 수감 중 사망했다. 이후 추가 기소는 더디게 진행돼 왔다. 피해자 수가 1000명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 진척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기록 공개는 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 권력과 명성이 어떻게 도덕적 책임을 흐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메일 대부분은 평범한 일정 조율이나 안부 인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틈에 섞인 일부 기록은 사회 상층부의 침묵과 방조 가능성을 다시 묻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사법적 정의가 마무리되지 않는 한, 엡스타인 사건은 미국 사회의 불신과 냉소를 자극하는 상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