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디지털 보험사들이 만성 적자 탈피를 위해 장기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비대면 미니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이 수익성 한계에 직면하면서 사업 모델 전반의 재정비가 본격화되는 있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보)·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교보라플)·하나손해보험(하나손보)·신한EZ손해보험(신한EZ손보)과 같은 디지털보험사들은 지난해에도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출범 초기 주력했던 단기보험과 미니보험 전략이 낮은 보험료와 짧은 납입 기간으로 인해 보험계약마진 축적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업계 전반에서는 자동차보험과 같은 보험료 단가가 낮은 단기보험에서 단가가 높은 장기 보장성 상품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장기보험은 초기 사업비 부담이 크지만 계약 유지 기간이 길어 이익 안정성이 높고, 신 회계제도(IFRS17) 체계에서 CSM 확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손보는 2027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디지털보험 상품을 중심으로 대면 채널 기반의 장기보험 확대 기조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CSM도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나손보의 지난해 신계약 CSM가 1491억원으로 2024년(90억원}이 비해 약 800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CSM 잔액 역시 2802억원으로 2024년(1835억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다만 하나손보는 장기보험 확대를 통해 미래 이익 기반을 다졌으나, 단기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4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2024년(-308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는 보험업무시스템 구축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와 장기보험 확대 과정에서의 초기 사업비 지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등이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3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초기 ICT 투자 부담이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이다. 신한EZ손보는 한화시스템과 1차세대 IT 시스템을 완료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으나,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기 전 무형자산 상각이 본격화되며 비용이 증가했다.
신한EZ손보는 장기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수익 구조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2024년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했으며 신한라이프와 연계 및 GA 제휴 강화를 통해 외형과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교보라플은 2024년 김영석 대표 취임을 계기로 디지털 체질 강화와 수익구조 혁신을 축으로 중장기 전략인 '라이프플래닛 리부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교보라플은 125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기반을 확충했다. 또한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옴니채널 세일즈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교보라플은 2028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고객 주도형 가입 구조와 무(無)설계사 수수료 체계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플랫폼 라플레이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디지털 보험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실적도 개선세다. 교보라플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6억원으로 2024년 동기(–140억원) 대비 적자 폭이 38.5% 축소됐다. 같은기간 누적 영업이익 역시 –84억원으로 전년 동기(–137억원)보다 38.6% 개선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BEP) 달성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전략적 제휴와 상품·채널 혁신, 인슈어테크 고도화 등 체질 개선 노력이 실제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단기 미니보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건강보험과 생애주기형 상품으로 보장성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그간 해외여행·휴대폰·영유아 등 틈새 상품에 주력해왔지만, 이번 상품 출시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쟁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 2022년 4월 출범 이후 해외여행자보험, 휴대폰 파손 보험 등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으로 빠르게 외형을 키웠지만, 낮은 보험료 정책과 높은 사업비 부담으로 4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손실은 352억원으로 전년 동기(순손실 349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3년차인 지난 2024년부터 운전자보험을 선보이며 장기보장성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같은해 영유아부터 초·중학생까지를 아우르는 생애주기형 장기보험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무배당 건강보험' 만기를 기존 80세에서 100세까지 확대하며 장기보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미니보험 한계에 장기보험 승부수…업계 "시간과 자본의 싸움"
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가 장기보험 확대에 나서는 것을 수익성 확보를 위한 현실적 전략으로 평가한다. 미니보험 중심의 소액·단기 상품 구조로는 계약서비스마진(CSM) 축적과 안정적 손익 확보가 제한적이어서, 보험료 단가가 높은 장기 보장성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보험 시장이 이미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 등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돼 있는 만큼, 후발 디지털 보험사가 단기간에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평가다. 단순한 상품 확대만으로는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어, 자본 확충과 영업·보상·마케팅 전반의 구조적 혁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장기보험은 구조가 복잡하고 보험료 부담이 높아,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채널에서는 단기간 외형 확대가 쉽지 않다. 여기에 ICT 투자와 사업 구조 재정비 비용이 지속 반영되면서 단기 실적 회복 속도는 제한적이다. 또한 비대면 환경 특성상 고위험군 유입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워 손해율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의 장기보험 전환은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자본력·채널 경쟁력·리스크 관리 역량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울 것이다"고 진단했다.
또한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 비중 확대에 따라 부채 만기 장기화에 대응한 자산·부채관리(ALM) 전략과 유가증권 중심의 운용 역량까지 갖춰야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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