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의 주주 간 계약 해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승소한 가운데 심경을 담아 공식입장을 밝혔다. 오케이 레코즈는 민희진이 어도어를 떠난 후 새롭게 설립한 신생 기획사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남인수)는 하이브가 민희진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민희진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은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약 225억원을, 어도어 전직 이사들에게 각각 17억원과 14억원 등 총 256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두 사건 모두 민희진의 손을 들어준 것.
이번 법적 분쟁은 지난 2024년 4월 하이브가 민희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며 감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하이브는 민희진이 여러 투자자를 접촉해 어도어를 하이브에서 독립시키려 했다는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그해 8월 주주 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민희진은 하이브 타 레이블 소속 아일릿이 어도어 소속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보복성으로 해임을 시도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후 그는 같은해 11월 하이브에 어도어 주식에 대한 풋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두 소송은 별도로 제기됐으나 재판부는 효율적 진행을 위해 병행 심리를 진행해왔다.
‘풋옵션’은 시장가격에 관계없이 특정 상품을 특정시점 특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민희진과 어도어의 주주 간 계약에 의하면 민희진은 어도어의 보유 지분 18% 중 75%인 13.5%를 풋옵션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했을 때 민희진이 풋옵션 행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255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민희진의 경영권 탈취 시도가 ‘계약 위반’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해지됐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절해 왔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계약 해지 사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하이브는 정해진 주식 매매 대금을 줘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여러 투자자를 접촉해 어도어 독립 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하이브의 동의를 가정한 방안이고 하이브의 동의 없이는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민희진이 제기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과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의혹도 중대한 계약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일릿 카피 의혹 제기는) 단순 의견이나 가치판단 표시로 보이고, 사실적시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적시가 전제돼야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판단 단계로 나아가는데, 사실적시에 해당되지 않아 허위사실 유포란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민 전 대표가 입는 손해는 비교적 분명하고 중대하다. 해지를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희진은 이날 “오늘 법원의 결정을 전해 들었다. 우선 긴 재판 과정을 거쳐 공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큰 감사를 드다. 또한 타인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나를 믿고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이번 분쟁을 통해 많이 배웠으며 스스로 얼마나 일을 사랑하는지 깨닫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민희진은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주주간 계약의 정당성이 확인된 것에 대해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 이 결정이 우리 K-팝 산업을 자정하고 개선하는 하나의 분기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K-팝 산업에서 계약과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그리고 그것이 창작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부조리와 맞서고 계신 분들께도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피로감을 느끼셨을 팬 여러분과 업계 관계자분들께 마음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이 크다”면서 하이브를 향해서도 “이제는 서로의 감정이나 과거의 시시비비를 넘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산업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애정을 담아 목소리를 높였다.
민희진은 팬들과 오케이 레코즈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제 소모적인 분쟁은 제 인생에서 털어내고 싶다.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가장 원하는 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 내가 가장 잘하는 일, 즉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밝혔다.
이가운데 하이브는 이날 “당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 판결문 검토 후 항소 등 향후 법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민희진은 이날 거액의 풋옵션 대금을 확보했으나 앞서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분쟁에서 패소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판사 정회일)는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인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해린, 혜인, 하니는 논의 끝에 어도어에 공식 복귀했다. 민지는 아직 논의 중이며 다니엘은 공식 퇴출됐다. 어도어는 뉴진스 활동에 중대한 차질을 빚은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다니엘과 그의 가족, 민희진을 상대로 430억원대 규모의 위약벌금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희진 대표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오케이 레코즈 민희진 대표입니다.
오늘 법원의 결정을 전해 들었습니다. 우선 긴 재판 과정을 거쳐 공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큰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타인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저를 믿고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2년여의 시간은 제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분쟁 이전의 저는 미친 듯이 열심히 일했지만 정작 그 일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분쟁을 통해 제가 얼마나 일을 사랑하는지, 또 그 일이 제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 즉 창작과 제작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었기에 값진 여정이었습니다. 결코 겪고 싶지 않았던 고통이었음에도, 그 고통마저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주주간 계약의 정당성이 확인된 것에 대해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며, 이 결정이 우리 K-팝 산업을 자정하고 개선하는 하나의 분기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K-팝 산업에서 계약과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그리고 그것이 창작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부조리와 맞서고 계신 분들께도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분쟁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피로감을 느끼셨을 팬 여러분과 업계 관계자분들께 마음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하이브와도 이제는 서로의 감정이나 과거의 시시비비를 넘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산업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긴 시간 동안 저보다 더 저를 걱정해주신 팬 여러분과 오케이 레코즈 식구들께 다시금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를 전합니다. 팬 여러분이 저를 살렸고, 여러분 덕분에 제가 끝까지 버티며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소모적인 분쟁은 제 인생에서 털어내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가장 원하는 일,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 제가 가장 잘하는 일, 즉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에 제 모든 에너지를 쏟겠습니다.
오케이 레코즈와 함께 제가 그려왔던 청사진들을 하나씩 실현하며, 우리 창작자들과 아티스트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멋진 음악과 무대로 깜짝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2월 12일 민희진 드림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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