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1심 결론…서부지법 "증거 비춰보면 재산분할 협의서 유효하게 작성됐고 기망행위 없어"
"원고들 보고받고 개별 재산에 구체적 의사표시도 해…협의서 위임 날인 타당"…세모녀측 "항소"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선친인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법정 다툼에서 승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구광현 부장판사)는 11일 구본무 전 회장의 배우자와 딸들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 측이 재산분할과 관련해 주장한 핵심 쟁점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 증언이나 증거서류 등에 비춰보면 분할 협의서는 유효하게 작성됐고, 선대 회장이 남긴 유지에 따라 협의서 작성 과정에 기망(속임) 행위는 없었다고 판정했다.
이는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2023년 2월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며 소송에 나선 지 3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로, 구광모 회장은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천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이들 모녀는 구광모 회장이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이같이 합의했다며 전 회장 별세 4년여 만에 소송을 냈다. 착오나 기망에 따른 합의는 효력이 없어 통상 법정상속 비율(배우자 1.5, 자녀 각 1)에 따라 재산을 다시 나눠야 한다는 취지였다.
반면 구 회장 측은 선대 회장이 다음 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돼야 하며 경영재산을 모두 승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는 그룹 관계자 증언을 비롯해 가족 사이의 합의 등을 토대로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법원은 구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구 회장과 세모녀 사이 상속재산분할 협의서가 적법하게 작성됐다고 봤다. 구본무 전 회장 별세 이후 원고들이 재무관리팀 직원에게 상속 상황을 여러 차례 보고받았고, 협의에도 직접 참여한 만큼 협의서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원고 측 요청에 따라 최초 작성된 협의서 내용을 변경하기도 했으므로 개별 상속재산에 관한 원고들의 구체적인 의사표시도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재무관리팀은 세 모녀의 위임을 받아 상속재산분할 협의서에 날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재판부는 부연했다.
법원은 협의서 작성 과정에서 재무관리팀에 속았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속재판 분할 협의서 작성 과정에서 기망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유언장이 없더라도 구본무 전 회장의 뜻을 담은 '유지 메모'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다.
재무관리팀장이었던 하범종 LG 사장은 2023년 10월 증인으로 출석해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재산'을 승계해야 한다는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유지가 있었고, 모녀 측도 이를 확인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경영재산은 지주회사 주식에 국한돼 관리됐다고 보기 어렵고, 그룹 계열사 주식이나 주식 배당금을 주요 재원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주식 취득이나 세금 납부를 위해 재무관리팀에서 관리하고 있는 예금재산 역시 경영재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재판부는 설령 이들이 속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상속재산 분할 협의는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 원고들이 협의 과정에서 각자의 개별 상속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겠다는 구체적 의사를 표시했고 이에 따라 협의가 이뤄진 만큼 기망 행위와 재산 분할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처음에 구 회장이 주식을 전부 상속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가 김영식 여사의 요청으로 일부 주식을 두 딸에게 넘기는 방향으로 협의서 내용을 바꾼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기망 행위가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유지 메모의 존재나 개별 상속재산이 경영재산에 해당하는지와 무관하게 원고 2명이 주식을 분배받는 등 개별 상속재산에 관한 구체적인 의사표시에 따른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이뤄졌으므로 기망 행위와 상속재산분할 협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원고 측 청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넘겼다는 구 회장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속회복 청구는 권리 침해를 인지한 시점부터 3년 안에 제기해야 한다. 그보다 이전이면 청구는 각하된다.
재판부는 이들 모녀가 2022년 이전에 상속권 침해 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판단해 각하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구 회장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은 재판이 끝난 뒤 "당시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로 이뤄졌다는 점이 법원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모녀 측은 소송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내고 "재무관리팀의 증언과 자료만을 근거로 (판결이) 내려진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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