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김희준 기자= 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선수들의 워밍업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 관리자들이 경기장을 점검하고 파인 잔디를 보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경기 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인데, 이날은 유독 잔디를 보강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하프타임에는 보기 힘든 풍경도 연출됐다. 십수 명의 관리자가 동시에 경기장에 올라와 파인 잔디를 다시 심고 밟으며 최대한 땅을 평탄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녹지 않은 땅과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잔디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수들은 밟을 때마다 파이는 잔디 때문에 여러모로 골머리를 앓았다. 드리블이 실패하기도 했고, 수비 복귀 중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울산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생장 조명을 잔디에 쬐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겨울철 추위로 잔디가 완전히 뿌리내리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울산 경기장만 그랬다면 그건 울산 구단의 관리 소홀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를 치른 강원FC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울산보다 잔디 훼손이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땅이 얼어 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치 구두로 콘크리트 바닥을 밟듯 선수들이 잔디를 밟을 때마다 또각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경기장이 딱딱했다는 후문이다.
겨울철 잔디 훼손 문제는 구단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힘들다. 홈구장을 구단에서 소유하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도 있고, 잔디를 생육하기에 한국의 겨울이 지나치게 혹독한 탓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잔디가 뿌리내릴 때까지 경기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ACLE는 우리 사정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ACLE에 참가하는 K리그의 다른 한 팀 FC서울은 오는 17일 열릴 산프레체히로시마와 홈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목동종합운동장에서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말과 3월 초 경기를 치르며 A매치를 치르지 못할 수준으로 잔디가 망가져 여론의 지탄을 받은 서울시설공단 측에서 2월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용을 막았다. 서울은 3월 중순까지 K리그1 원정 경기만 진행하는 데다 ACLE 홈경기도 바깥에서 치르게 됐다. ACLE 16강이 3월 초에 열리기 때문에 해당 시기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용 여부도 불투명하다.
잔디를 사용하지 않는 건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축구선수가 다치지 않기 위해 모든 경기를 결장할 수는 없듯이,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경기를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잔디를 관리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잔디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경기를 치르면서도 잔디를 최대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한 개인, 한 구단의 힘만으로 잔디를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이 지난 수년간 입증됐다. 잔디가 잘 자라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제반 인프라가 총체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구단의 노력은 당연하고, 상급 단체의 적절한 지원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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