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잔혹사⑦마무리 카카오, 이제 ‘경영의 본질’에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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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잔혹사⑦마무리 카카오, 이제 ‘경영의 본질’에 답할 때다

이데일리 2026-02-12 17:50: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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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대한민국 IT 혁신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지난 3년여간 겪어온 시간은 가히 ‘시련의 연대기’라 할 만하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과 석방,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 사법·규제 환경의 변화는 카카오라는 거함을 거친 풍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카카오 택시’ 배차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인공지능(AI) 관련 리스크들이 부분적으로 소명되면서 법적 부담은 일정 부분 완화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사법 리스크의 해소가 곧바로 경영의 정상화나 기업 가치의 회복을 의미하는가? 답은 부정적이다. 오히려 사법적 대응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동안, 카카오 내부에서는 조직 운영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혁신의 동력이 마모되는 ‘내부적 침체’가 고착화되었다. 이제 카카오는 법정 밖의 문제, 즉 경영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박용후/관점디자이너


거버넌스의 딜레마: 통제는 강화됐지만 실행은 느려졌다

위기 대응을 위해 카카오가 도입한 외부 감시 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와 내부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는 투명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성과를 거두었다. 과거 ‘문어발 확장’이라 비판받던 계열사 수를 정리하고, 경영진의 주식 매도 제한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한 것은 타당한 조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우려 섞여 있다. 의사결정 구조가 다층화되면서 과거 카카오의 최대 강점이었던 ‘속도’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카카오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제 실무 부서를 넘어 CA협의체의 승인과 준신위의 가이드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책임의 주체는 분산되고, 실무 조직은 도전적인 시도보다는 ‘탈 없는 선택’에 집중하는 보수적 경향을 띄게 되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경쟁에서 하루가 다르게 격차를 벌리고 있는 지금, 카카오의 ‘느린 민주주의’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카카오가 AI 조직을 목적형 ‘스튜디오’로 전환하며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혁신이 멈추지 않게 하는 구조적 균형을 찾겠다는 문제의식이 읽힌다. 중요한 것은 ‘조직 형태’가 아니라, 그 조직이 실제로 더 빨리 결정하고 더 자주 실험하며 더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느냐는 실행의 결과다.

인재 경영의 실종: 정체성의 흔들림은 결국 사람에서 시작된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인재 운영의 일관성 부족이다. 기술 기업에게 인사는 곧 전략이고, 인재는 곧 제품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카카오의 인사 기조는 리더십 교체 때마다 방향성이 흔들렸고, 전문성보다는 ‘안전한 인사’가 반복된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는 특정 인물의 도덕성 논란을 넘어, 카카오가 어떤 인재를 원하고 무엇에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인사 철학’이 희미해졌음을 시사한다.

인재가 빠져나가는 조직은 회복이 늦다. “카카오에 가면 혁신보다 관리가 먼저”라는 자조가 나온다면, 그 자체가 기술 기업으로서 경고등이다. 성과 중심의 평가, 기술 리더십의 독립성, 그리고 파격적 보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플랫폼 경쟁력은 모래 위의 성에 가깝다. 인재 경영의 재정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비욘드 코리아’의 실체: 구호를 성과로 바꾸는 시험대는 AI다

카카오가 내세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와 ‘비욘드 카카오(Beyond Kakao)’는 아직 구호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출의 90% 이상이 내수에 기반한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다, 의사결정의 중심도 국내 규제·여론 환경에 맞춰져 있어 ‘국내용 기업’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AI 분야는 카카오가 가장 빠르게 ‘증명’해야 하는 영역이다. 통합 AI 앱 ‘카나나(Kanana)’의 미온적 반응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글로벌 빅테크가 모델과 서비스, 생태계를 동시에 확장하는 상황에서 속도의 차이는 곧 격차가 된다.

그럼에도 카카오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5000만 이용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사용자를 위한 AI’, 그리고 맥락을 이해해 행동까지 완결하는 ‘에이전틱 AI’로의 진화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오픈AI, 구글 등 외부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강조한다. 여러 모델과 서비스를 조합해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파트너십은 출발점일 뿐이다. 결국 승부는 카카오가 사용자 접점에서 어떤 AI 경험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반복적으로 내놓고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디바이스·인프라·미래 폼팩터 같은 로드맵도, 실제 이용자의 ‘습관’을 바꾸는 서비스로 번역되지 않으면 전략 문서로 끝난다.

카카오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거버넌스의 효율화다. 준법 감시는 엄격하되, 사업 부문의 자율권은 회복시켜야 한다. ‘검토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구조를 타파하고,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실행하는 카카오 특유의 DNA를 복원해야 한다.

둘째, 인사 원칙의 재정립이다. 위기 관리용 인사가 아닌,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는 ‘성장형 리더십’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기술 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성과에 기반한 파격적인 보상 체계를 통해 이탈하는 인재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셋째, 실질적인 글로벌 성과다. 웹툰과 콘텐츠 등 일부 분야에서의 선전을 넘어, 플랫폼 자체의 기술력을 해외 시장에 이식하는 실질적인 모델을 증명해야 한다. 내수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경영은 결국 ‘증명’하는 과정이다

정치적 압박과 규제 환경이 경영의 변수가 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피하기 어려운 현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환경을 핑계로 혁신의 시계가 멈춰 서는 것은 경영진의 직무유기다. 외부 변수에 대한 방어(Defense)가 내부 혁신(Offense)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카카오가 다시 대중의 신뢰를 얻고 투자자들의 기대를 되살리는 길은 화려한 홍보 문구나 이미지 개선에 있지 않다. 압도적인 기술력,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서비스, 그리고 이를 통해 창출된 견고한 실적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뿐이다.

지난 3년의 사법 리스크는 카카오에게 예방주사가 될 수도, 침몰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사법’의 시간은 가고 ‘경영’의 시간이 왔다. 카카오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진정한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금의 선택이 카카오의 다음 10년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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