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2024년 이재명 대통령 피습 사건을 '테러'로 지정한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범인인 김모 씨가 극우 유튜버 고성국씨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12일 비공개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이종석 국정원장이 이같이 보고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면서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전후로 북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정보원도 조건 충족 시 북한이 대화에 응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李대통령 테러범, 극우유튜버 고성국 영향 받아"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 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가덕도 피습 테러 경찰 태스크포스(TF)'와 관련해 한 의원이 '테러범이 (극우유튜버) 고성국과 사전 협의한 정황이 있다'고 질문했다"며 "그에 대해 국정원은 '테러범이 고성국의 영향을 받은 것, 즉 극우 유튜버의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국정원은 항간에서 일고 있는 고성국과 테러범 간의 통화 여부에 대해서도 '(통화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했고 '테러범이 '고성국TV'를 실제 방문한 사실까지 일부 확인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김씨가 범행 전 작성한 A4용지 8쪽짜리 문건인 일명 '변명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지, 테러범과 고 씨의 연관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수사 기관이 수사하고 국정원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고 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당시 민주당 대표이던 이 대통령이 피습된 이후 피해자인 그를 조롱하고 자작극이라고 하거나 가해자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데 극우 유튜버가 대대적으로 참여했는데,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채증하고 추적 중"이라고 답변했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2024년 1월 2일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김모 씨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목을 찔려 수술 및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 정부 시절 국정원과 대테러센터 등이 사건을 '테러'로 지정하지 않고 현장 증거를 인멸하는 등 축소·왜곡했다는 의혹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정부는 이 사건을 '테러'로 지정했으며, 경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피습 사건을 수사해 왔다.
트럼프, 4월 방중 앞두고 17개 대북 인도 지원 사업 제재 면제
"北, 美와 대화 응할 가능성 상존" "南에 확고한 '두 국가' 기조"
이날 국정원은 북한의 주요 동향도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북한은 한미 팩트 시트,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에 그때마다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대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시험 발사도 하지 않고 운신의 공간은 남겨두고 있다"며 "북미 간 접점 모색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남북관계에 있어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해 여전히 냉랭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평가했다.
국정원은 "대남관계는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에 대해 무대응 행태로 관계 개선 여지에 선을 긋고, 최근까지 해외 공관이나 대남사업 일꾼(간부)들에 대해 '대남 차단' 지침을 계속해서 내리는 등 확고한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러 밀착에 비해 소원했던 북중관계는 작년 9월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물꼬를 텄지만 회복 속도는 더딘 편이라고 진단했다.
국정원은 "북중관계는 탄력은 붙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북중 간 무역액은 6년 만에 최대 규모인 30억 달러 이상이지만, 이는 대북 제재 이전에 견줘 절반 수준"이라고 보고했다고 박 의원은 말했다.
중국은 작년 가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대북 제재를 추가로 완화하지 않고 있다고 국정원은 파악했다.
국정원은 "중국은 (북한에) 비료 수만t을 지원한 것 이외에 추가로 경제 지원을 하는 동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의 이런 태도에 불만이 있지만, 해외 북한 공관에 중국 측 행사에는 참석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북중) 관계를 어떻게든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 파병 북한군 6천여명 사상, 현재 1만1천여 배치"
"단거리 탄도미사일 정밀도 개선…무인기 전문부서 신설"
북한은 국방 부문에서 무인기(드론) 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량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북한이 '무인기 전문 부서'를 신설해 무인기를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가속화하고 있는 동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기에 비해 상당한 정도의 정밀도가 개선됐다. 탄착 정확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이후 러시아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부심 중"이라며 "무인기 제작 등 러시아의 전략시설에 인력 파견을 추진하려는 동향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북한이 "핵 전력의 양적 증대, 미사일 등 투발 수단의 종류를 넓히는 다종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핵잠수함, 구축함과 같은 플랫폼 다양화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은 전투병 1만명, 공병 1천명 등이며 지금까지 6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재 쿠르스크 국경 방어에 전투병 1만 명이 가 있고 재건 임무로 건설 공병 부대 1천여 명이 투입 중"이라며 "작년 12월 북한으로 돌아왔던 전투·공병 1천100명이 있는데, 이들 또한 다시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이어 "6천명의 사상자 발생에도 북한군은 현대 전술과 전장 데이터의 습득,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통해 무기 체계 성능을 계량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이날 정보위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포로들의 국내 송환 문제도 거론됐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의원은 "(포로) 2명이 한국으로 귀순하고자 하는 의향은 이미 확인된 점"이라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국제법의 원칙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한국으로 귀순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을 (국정원이)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만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이 (송환을 위해) 어떤 공작을 한다든지 이런 행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애, 일부 시책에 의견 내…'후계 내정 단계' 판단"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는 후계자 내정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김주애는 지난 공군절 행사, 금수산 태양 궁전 참배 등에서 존재감 부각이 계속돼 온 가운데 일부 시책에 의견을 내는 정황도 포착되는 등 제반 사항 고려 시 현재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북한의 제9차 당 대회와 부대 행사 시 김주애의 참여 여부, 의전 수준, 상징어와 실명 사용, 당 규약 사항의 후계 시사 징후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 의원은 "김주애의 위상에 대한 의원 질의가 있었는데 이전 정보위 보고에서 국정원이 사용하던 개념 규정에 비해 오늘 설명에서 조금은 진전된 게 있었다"며 "과거 김주애에 대해 '후계자 수업 중'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오늘은 특이하게도 '후계 내정 단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근거로는 (작년 11월 28일) 공군절 행사 참석 등 군 관련 행사에 참석했던 부분, 혈통 계승의 상징인 금수산 궁전 참배를 통해 존재감이 더욱더 부각되고 있는 점, 현장 시찰을 할 때 일부 시책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을 내는 상황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오늘 '후계 내정 단계'라는 표현이 가미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북한이) 그동안은 후계 구도를 점진적으로 노출했다고 한다면, 작년 연말부터는 의전 서열 2위로서의 위상을 부각하고 있다"며 "(김주애가) 현장에 직접 나가서 애로를 듣고 해소하며 시책을 집행하는 데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할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현재 후계 내정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국정원이 분석, 판단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김주애는 노동당 9차 대회가 열리는 새해를 맞아 이뤄진 김정은 부부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동행하고, 선대 지도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처음 공개적으로 참석했다.
이를 두고 후계 문제와 관련한 의미 있는 정치적 신호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정원은 조만간 있을 북한의 제9차 노동당 당대회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집권 15년 차를 맞아서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본인 주도의 핵 보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정은 시대의 2.0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당 대회 준비 상황에 대해선 "김정은은 이미 작년 12월부터 무려 40회에 걸친 몰아치기식 현지 지도를 통해 부문별 성과를 최종 점검하는 중이고, 이미 평양에서 열병식 동원 병력과 장비 식별도 되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당 대회 개최일로는 "2월 16일이 김정은 생일로, 현재로서는 설 연휴가 지난 이후에 개막할 가능성이 크다"며 "약 7일간 외국 대표단 없이 내부 행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당 대회에서 예상되는 의제와 정책 방향에 대해선 "핵 전력 고도화 그리고 핵무기와 상용 무력 병진, 즉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합하는 '북한판 CNI'를 위한 '국방(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신(新)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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