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부산·인천 해사법원 개원…"법률 시장 파이 커질 것"
독립 청사로 개원 예정…지역 내 '청사 입지' 경쟁도 점화
(부산·인천=연합뉴스) 김재홍 최은지 기자 = 대한민국 해양·상사 사법 주권을 바로 세울 '해사국제상사법원'(해사법원)이 오는 2028년 3월 부산과 인천에 동시에 문을 연다.
부산과 인천의 양대 거점 체제가 확정되면서 해사법원이 향후 지역에 가져올 파급 효과와 구체적인 청사 입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 2028년 3월 부산·인천에 해사법원 개원…외국어 변론·국제재판부 도입
국회가 12일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 및 각급 법원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해사법원 설치법안'을 처리하면서 해사법원이 2028년 3월 1일 개원하게 됐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서울중앙지법, 부산지법, 각 고등법원 등에 해사전담재판부를 두고 관련 사건을 처리해왔다.
그러나 조직 규모와 기능상 전문적인 심리에 한계가 있고 국제적 위상이 높지 않아 해외 수요를 끌어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설될 해사법원은 기존 재판부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기능을 대폭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관할 구역을 명확히 나눠 전문성을 높였다.
인천 해사법원은 수도권·강원·대전·세종·충청권을 관할하는 중부권 거점을, 부산 해사법원은 영남·호남·제주권을 아우르는 남부권 거점 역할을 맡는다.
심판 대상도 기존의 해사 민사·행정 사건을 넘어 사무소가 외국에 있거나 분쟁 대상이 외국과 관련된 '국제 상사 사건'까지 확대했다.
선박 충돌 등 일반적인 해양 사고뿐 아니라 무역·투자 등 기업 간 국제 분쟁까지 국내로 흡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개정된 법원조직법에 따라 당사자가 합의할 경우 법정에서 외국어로 변론하는 것도 허용되고, '국제재판부'가 국제 사건을 전담할 수 있다.
이는 해외 선주나 다국적 기업까지 국내 해사법원을 이용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연간 5천억 소송 비용 해외 유출 막는다…'파급 효과' 기대
해사법원 설치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막대한 규모의 국부 유출 방지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선박 건조량과 세계 4위의 지배선대(선박 확보량)를 갖춘 해운 강국임에도, 해사 분쟁이 발생하면 영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중재소 및 법원에 의존해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결과에 따르면 이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간 소송 비용만 연간 2천억원에서 최대 5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사법정책연구원의 '해사법원 설치에 관한 연구(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1984년부터 다롄, 상하이, 칭다오 등 11곳에 해사법원을 설치해 연간 2만 건 이상의 국제 해사 사건을 처리해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해사법원이 설치되면 이 같은 수요를 흡수하고, 해상 전문 변호사 양성 등 관련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가 2021년 한국해양대에 의뢰한 연구 용역에 따르면 부산에 해사법원이 설치될 경우 5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는 "영국 해사법원의 경우 1년에 1심 법원 판결이 120건가량인 반면 중재로 해결되는 사건이 1천500∼3천건으로 로펌 시장 규모가 8조원가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에 해사법원이 들어서면 관련 논의가 많이 이뤄질 수 있어 중소 선사들이 법적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해사전문법원 인천 유치 범시민운동본부장인 김유명 변호사도 "해사법원 설치는 인천의 법률 서비스 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맞춰 도약한다는 의미"라며 "해상 사건뿐만 아니라 국제 상사 분쟁까지 다루게 돼 지역 법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사법원, 어디에 들어서나…청사 부지 선정 '2라운드'
해사법원 설치법은 법원의 소재지를 '부산'과 '인천'으로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위치는 지정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가 '교통 요지에 청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청사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지역 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는 항만과 국제도시가 공존하는 지역임을 내세우며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행정 체제 개편으로 제물포구 출범을 앞둔 동구와 중구 원도심도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또 법원과 검찰이 위치한 미추홀구는 기존 법조타운과의 업무 연계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시 섬해양정책팀 관계자는 "현재 49명 규모로 해사법원이 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처음에는 임대를 하고 이후 청사 부지를 물색하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제 막 법안이 통과된 만큼 논의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해사법원의 부산 지역 후보지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동구 북항 재개발 지역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북항 재개발 지역은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과 가깝고, 최근 이전한 해양수산부도 인근에 자리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로 평가받는다.
해수부는 현재 동구에 임시 청사를 두고 있으나 향후 정식 청사를 북항 재개발 지역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해사법원이 예정대로 2028년 개원하면 해수부 정식 청사가 문을 열 예정인 2030년과 맞물리게 된다.
이밖에는 물류·해운 실무 현장인 강서구 부산신항 배후단지, 금융기관 등이 포진한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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