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누더기 특별법 재검토돼야"…충남도지사도 '중대 결단' 시사
국힘 대전시당, 대전역 앞 규탄대회 열고 시의원 삭발…"대전시민 무시"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이주형 기자 = 충남대전 행정통합특별법이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대전시가 '누더기 특별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장은 시의회 차원의 법안 재의결을 예고해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장우 시장은 이날 소위에서 의결된 통합 특별법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긴급 임시회 소집을 시의회에 요청했다.
이장우 시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누더기 특별법안의 소위 통과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실질 권한 없는 통합 특별법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오늘 국회 소위를 통과한 통합 관련 법안은 중앙부처의 이기주의에 밀려 핵심 특례가 훼손된 누더기 법률안에 불과하다"며 "중앙정부의 권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채 외형만 바꾸는 방식의 하향 평준화된 통합 모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날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주민투표 안건에 대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명확한 입장을 신속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대전시의회는 13일 오후 2시 제293회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고 시장이 제출한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의회에서 이미 의결된 사항인 만큼 재의결의 법적인 효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방자치법 제5조는 지방자치단체를 폐지·설치, 나누거나 합칠 때는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는 해당 규정에 따라 이미 지난해 7월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의견 청취의 건'을 상정해 원안 가결한 바 있다.
충남도의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당시에는 법안에 대한 의결을 한 것이 아니라 행정구역 변경을 위한 승인 절차였기 때문에 재의결은 맞지 않다고 법리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시의원 21명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16명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통과되더라도 법적 정당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앞서 "시도의회에서 이미 대전·충남 통합에 대해 의결했고, 그것은 각 조문에 대한 의결이 아닌 통합 자체에 대한 의결이기 때문에 같은 법안에 대해 재의결은 할 수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원휘 대전시의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그때 당시 이미 통합법안이 나온 상태였고, 의안에는 법안 내용도 요약돼 첨부돼 있었다"면서 "이 정도 법안이면 문제가 없겠다고 해서 동의한 것인데, 새로 제출된 법안은 너무 빈약하고 '맹탕'이어서 주민투표를 하든지, 의회에서 동의 절차를 다시 한번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성일종 의원 등 45명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에서 한참 후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별지방 행정기관 이관이 의무에서 재량으로 바뀌었고, 이관 기관도 규정하지 않았다. 행정통합 제반 비용 국가 지원도 의무에서 재량으로 변경됐고, 양도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조정 등 국민의힘 법안이 요구한 조세 이양 관련 특례가 수용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차별 통합'을 해소하기 위해 법안을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형평성 확보가 아니라 통합의 실질적인 힘을 줄인 후퇴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당은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통합, 권한이 보장되지 않는 통합, 재정이 확정되지 않는 통합은 성공할 수 없다"면서 "이 세 가지가 없는 통합은 지역 발전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대전역 서광장에서 '대전·충남 졸속 통합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관계자와 시민 등 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주민 통합 먼저', '같은 대한민국 다른 통합법'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졸속 통합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행정통합 강행이 오히려 대전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시민의 뜻을 외면하지 말고 주민투표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대회에 앞서 국민의힘 안경자(비례) 시의원은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행정통합 논의 중단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했다.
안 의원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그에 따른 재정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의 정치적 일정과 이에 맞춰 진행되는 행정적 절차는 시민의 논의를 앞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를 중단하고 충분한 검증과 숙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이날 오전 연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중대 결단 등 모든 사항을 열어놓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예고해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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