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표류한 ‘변희수재단’ 설립 허가…법원 “인권위 부작위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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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표류한 ‘변희수재단’ 설립 허가…법원 “인권위 부작위 위법”

투데이신문 2026-02-12 16:53: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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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4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고(故) 변희수 하사 안장식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6월 24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고(故) 변희수 하사 안장식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변희수재단’ 설립 허가 안건을 두고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가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설립허가절차 부작위 위법 확인 등 청구’ 소송 1심에서 법원이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인권위가 더 이상 설립 허가 결정을 미룰 수 없게 되면서 향후 상임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는 12일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가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설립허가 절차 부작위 위법 확인 등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의 2024년 5월7일자 사단법인 변희수재단 설립허가 신청에 대한 피고의 부작위는 위법함을 확인한다”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변희수 하사는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전역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첫 변론을 앞두고 2021년 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을 내건 변희수재단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권 보장과 의료·주거 서비스 접근성 확대, 직장 내 차별 방지 등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목표로 설립을 추진해 왔다.

이에 꾸려진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2024년 5월 인권위에 산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했지만 관련 안건은 지난해 2월이 돼서야 처음 상임위원회에 상정됐다.

이후 김용원 상임위원의 퇴장으로 회의가 파행되거나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심의는 번번이 무산됐다. 해당 안건은 지난해 4월 17일까지 총 5차례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됐으나 매번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그 결과 해당 안건은 1년 반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인권위 내규를 살펴보면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신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20일 이내에 허가 또는 불허 처분을 해야 한다.

이에 지난해 2월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법인 설립 허가 미이행은 위법하다며 인권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 4일 1차, 10월 16일 2차, 11월 20일 3차 변론기일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변론을 진행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21일에는 ‘사단법인 변희수재단 설립 허가 신청을 허가한다’는 취지의 조정 권고를 내리며 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조정 권고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상임위원회의 재의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1심 선고기일(당초 1월 15일)의 변경을 한 차례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현판. ⓒ투데이신문
국가인권위원회 현판. ⓒ투데이신문

올해 1월 29일 열린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는 해당 안건이 다시 재상정됐다. 이 과정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은 “반대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했으며 안창호 위원장은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성격의 다른 법인 설립 안건을 함께 묶어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비판을 샀다.

이날에도 허가 안건이 논의되지 못하자 인권위는 최근 변희수재단 설립이 늦어진 이유는 ‘김용원 전 인권위원’이라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법원의 설립 허가 권고에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판결을 두고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당연한 결과”라며 법인 설립 허가를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인권위는 그동안 법원의 조정 권고도 무시하고 시종일관 상임위원의 일치된 의견이 있지 않아 의결할 수 없었다거나 상임위원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논의할 수 없었다며 자기변명만 늘어놓았다”며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을 내팽개치고 과도한 재량권을 남용한 채 성소수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인권위를 향한 경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권위는 긴급 상임위원회를 소집해서라도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허가 관련한 안건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1년 10개월 동안 법인 설립을 미뤘던 잘못된 결국 소송까지 이어진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2월 27일은 故 변희수 하사 5주기다. 변희수 하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함께 살아가고 있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여전히 의료, 노동 등 많은 영역에서 배제돼 살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트랜스젠더 사회적 지원 체계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희수재단 설립을 추진해 온 구성원들 은 인권위의 과도한 재량권 남용으로 인해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 당했다. 사단법인 설립이 더는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향후 상임위원회 논의 일정과 대응 방향을 논의할 전망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본보에 “선고된 판결문을 전달받는 대로 구체적인 판단 취지와 법원의 지적 사항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판결 내용에 따라 내부 절차를 정비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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