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반복된 학교폭력을 개별적으로 판단해 가해자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제1-2행정부는 1월22일 10대 A군이 인천 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서면사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A군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해 학생 B군에게 가장 낮은 수위인 서면사과(1호) 처분을 내리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군은 2024년부터 B군과 그 무리로부터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군 등은 A군에게 ‘스파링(복싱에서 상대와 가격을 주고받는 것)’을 빙자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군의 부모가 가해 학생 측으로부터 재발 방지 서약서를 받아냈지만, B군은 A군에게 욕설을 하거나 주변 학생들 앞에서 면박을 주는 등 괴롭힘을 이어갔다.
결국 A군은 학교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학폭위는 B군이 사용한 비속어가 학생들 사이에서 통상 오갈 수 있는 표현이고, 따돌림을 조장하는 발언 역시 A군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일 낮은 수위인 서면사과(1호)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A군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내려진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반발했고,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당사자와 목격 학생들의 진술을 충분히 확보해 면밀히 조사했다며 맞섰다. 또한 A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사가 부실했다고 볼 수 없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불확실한 정황이나 추측만으로 징계를 내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A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A군)를 향한 직접적인 발언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원고를 배제시키고 의도적으로 모멸감을 주기 위한 언행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개월간 반복된 행위를 개별적으로 판단했을 때 중하지 않다고 보는 관점에서 고의성을 부정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양측의 진술이 상반되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추가적인 사실확인 조차 하지 않은 채 처분을 내린 것은 기본 판단 요소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A군의 법률 대리인 김동진 법부법인 대륜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규정은 면박주기, 비웃기 등을 따돌림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교육청은 이를 언어폭력 해당 여부만 판단하고 따돌림 여부는 검토하지 않았다”며 “B군의 발언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A군을 집요하게 고립시키고 조롱하려는 공격의 의도가 깔려 있음을 입증해 승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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