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벌어진 충돌 장면이 국제 스포츠계를 뒤흔들고 있다.
네덜란드의 유력 메달 후보였던 조엡 베네마르스가 중국의 렌쯔원과 경주 도중 레인 변경 과정에서 접촉한 뒤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이 장면이 실격 당한 선수의 조국인 중국 SNS에서 오히려 거센 비판으로 번지며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12일(한국시간) "베네마르스가 중국 선수와의 충돌 이후 올림픽 꿈이 산산조각 났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네마르스는 이날 경기 11조에서 레이스를 펼치던 중 마지막 한 바퀴 직선 주로 구간에서 아웃·인 레인이 바뀌는 순간 렌쯔원과 교차하며 접촉했다. 이 충돌로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레인을 변경하려던 베네마르스는 급격히 감속했고, 심판진은 심의 끝에 렌쯔원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
베네마르스에겐 재경기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첫 레이스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은 베네마르스가 두 번째 레이스를 잘 할 가능성은 없었다. 재경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베네마르스는 단독으로 다시 레이스를 치렀지만 이미 페이스를 잃은 상황 속에서 기록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베네마르스는 첫 질주에선 1분07초58을 기록했는데 재경기 기록은 1분0846이었다. 결국 규정에 따라 첫 레이스 기록을 인정받았고 최종 5위가 되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베네마르스는 경기 후 "내 올림픽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고 말하며 "나는 내 레인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다시 뛰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경쟁자 없이 혼자 달리는 재레이스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고 토로했다.
반면 렌쯔원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른 입장을 내놨다.
오히려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롄쯔원은 "코너를 빠져나오는 순간 베네마르스가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전력으로 코너를 통과하려던 상황이었고, 그가 내 스케이트를 밟았다. 왜 내가 페널티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롄쯔원은 "그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모든 선수는 4년간 올림픽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그는 매우 감정적이었다. 경기장에서 감정을 폭발시킬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베네마르스가 폭력적인 의미까지 갖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중국 매체는 일제히 롄쯔원을 두둔하며 베네마르스를 맹비난했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같은 날 "남자 1000m에서 중국 선수와 접촉 후 격앙된 반응을 보인 베네마르스에 대해 중국 SNS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베네마르스를 향해 "매너가 너무 나쁘다", "뒤에서 타고 있었는데도 아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느냐", "과거 렌쯔원 역시 레인 변경 과정에서 방해를 받았지만 재경기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때 재레이스가 있었다면 중국 최초의 메달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등 베네마르스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일본에서도 이번 사고는 큰 주목을 받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구 트위터)에서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는 등 국제적 관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미국의 조던 스톨츠가 1분06초28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고, 네덜란드의 예닝 더부르가 1분06초78로 은메달, 중국의 닝중옌이 1분07초34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빙속 구경민(스포츠토토)은 1분08초53으로 10위에 올라 첫 올림픽 대회를 마쳤다.
메달 후보의 충돌과 감정적 장면, 그리고 재경기 판정까지 더해지며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는 기록 이상의 파장을 남겼다.
이번 장면은 단순한 접촉 사고를 넘어 판정의 공정성과 스포츠맨십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상 레인 변경 구간에서 두 선수가 겹칠 시 안쪽 레인을 점유한 선수가 바깥쪽 선수에게 길을 양보해야 하지만, 실제 접촉 상황에서는 속도와 진로, 간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해석의 여지가 남는다.
일부 유럽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실격 판정은 타당했지만 재경기 방식은 이미 경기를 다 마친 선수에게 또 다른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베네마르스가 감정을 드러낸 장면 역시 논란의 한 축이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의 무게와 4년을 준비해온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경기 직후 상대 선수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중국 온라인에서는 "베네마르스가 국가대표로서 품격을 지켰어야 했다"는 비판과 함께 렌쯔원을 두둔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한 차례의 충돌이 어떻게 전 세계 여론전으로 확대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빙판 위 몇 초의 교차가 메달 색을 바꿨고, 그 여파는 경기장을 넘어 각국 SNS와 언론으로 번졌다. 올림픽 무대에서의 작은 균열이 국제적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판정 기준과 감정 관리, 그리고 스포츠맨십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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