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668명 초·중학교 학력 인정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어릴 적 학교 다닐 기회를 놓친 최이순(77) 씨는 2023년 서울시교육청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학급 부반장을 맡아 수업은 물론 각종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듬해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점차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글자는 물론 사물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는 악화했다.
대퇴부와 다리에 심은 보형물마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배움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수업 시간 내내 서서 강의를 들었다. 과거 같은 과정을 졸업한 선배이자 자원봉사자가 최 씨의 눈이 돼 공부를 도왔다.
최 씨는 이런 과정을 거쳐 12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5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썼다.
학력 인정 문해교육은 만 18세 이상 비문해 또는 저학력 성인 학습자가 단계별 교육 과정을 이수해 초등학교·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최씨를 비롯한 668명이 서울에서 학력을 취득했다.
자녀의 권유로 다문화배움터누리에 다닌 박순애(63) 씨는 99%의 출석률을 기록할 정도로 성실하게 학습에 임한 끝에 초등 졸업장을 따냈다.
이 밖에도 최고령 학습자인 김점례(92) 씨, 지능·발달장애를 가진 방병현 씨, 신체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등굣길에 올랐던 이기옥 씨 등이 이날 졸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약 2천명이 참여 중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한편, 상급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습자들을 위해 중학 과정을 6학급 더 확대해 총 145학급을 운영함으로써 배움의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학사모를 쓴 여러분의 모습은 그 어떤 훈장보다 빛나고 위대하다"며 "졸업생들이 걸어온 모든 과정은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인생의 이야기며,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도 성인 학습자들이 새로운 도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ramb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