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종필 감독과 배우 고아성, 변요한, 문상민이 참석했다.
이날 이종필 감독은 “‘파반느’라는 말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왈츠처럼 춤곡을 일컫는 클래식 음악 용어다. 왈츠가 4분의 3박자의 춤곡이라면 파반느는 그보다 더 우아하고 느린 춤곡 이다. 원작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수식어를 빼고 그냥 ‘파반느’라고 한 것은 이 영화만의 고유한 무엇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밝혔다.
각본 작업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좋아하니까 많이 봤고, 그게 다 멜로 영화였다. 그때는 그냥 영화로서 봤었다. 일기에 ‘인류를 구원하는 건 사랑이고, 영화는 결국 멜로 영화다’라고 적은 적도 있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멜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끝무렵 원작 소설을 읽고, 10대 시절 좋은 멜로 영화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떠올렸다. 단순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 사랑을 해본 사람에게는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있었지’라는 공감을, 저처럼 10대 때 사랑은커녕 살아남는 것조차 고민이던 친구들에게는 언젠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게 될 거라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고아성은 “이종필 감독님을 보고 작품을 선택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함께 하며 감독님이 배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신다는 걸 알았기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요한은 “저 역시 이종필 감독님 작품을 좋아했다. ‘파반느’ 대본을 받고 멜로라고 하셔서 ‘전가요?’라고 물었다. ‘아니야. 읽어봐’라고 하셔서 읽었는데 자리에서 두 번이나 읽었다. 감독님이 각색한 ‘파반느’는 굉장히 특별했다. 감독님이 아니면 이 작품을 이렇게 재해석해 만들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감독님을 믿었고, 아성 씨와 상민 씨도 제가 좋아하는 배우라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상민 역시 “첫 영화에 대한 의미가 굉장히 크다. 저도 이종필 감독님이어서 크게 믿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딱 읽었을 때 25살, 26살 시절의 문상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청춘이 담겨져있었고 제가 열심히 생활하고 있지만 가끔 속이 허한 느낌이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위로를 받고 뭉클했다. 경록 대사를 읽으며 ‘내 말투와 비슷하구나’ 느껴서 자신감이 생겨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고아성은 극 중 ‘미정’을 연기하기 위해 “미정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분장팀도 대한민국 최고의 분장 선생님이 참여해주셨다”며 “제가 개인적으로 맡았던 역할이 그동안은 반대 지점에 있던 인물이 많았다. 올곧고 자존감이 높은 캐릭터들이었다. 그런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이번 미정을 연기하기 위해 묻어뒀던 제 자신의 모습을 꺼냈다. 솔직한 제 자신을 마주한 뒤에야 미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미정의 글씨가 드러나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미정이는 글씨를 어떻게 쓸까 고민했다. 미정이는 말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표현해봤다. 또 제가 개인적으로 젓가락질을 두 가지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고쳤던 잘못된 젓가락질 버전을 미정 캐릭터에 입혀봤다”고 설명했다.
변요한은 이름이 같은 ‘요한’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 안에서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은유적인 말을 많이 한다. ‘아프다’ 하면 아프다고 하면 되는데, 그걸 초월하는 단어를 많이 쓴다. 그걸 표현할 때 굉장히 어려워서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상처받았지만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요한이라는 인물 자체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인물이다. 그 안에서 짙은 무거움을 보여주기 위해 공을 들였다. 복잡한 친구다”라고 말했다.
이어 “탈색도 처음 해봤다. 두피가 너무 아팠다. 정말 힘든 헤어인 것 같다. 뿌리 염색을 하지 않은 이유는 뿌리는 희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검은색은 뿌리고, 남은 색들은 요한이 지금까지 참고 견뎠던 상처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상민은 ‘경록’에 대해 “전문적인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무용 트레이닝을 받았다. 경록은 말이 적은 대신 감정과 사랑을 몸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잔잔하게 표현하려 했다”며 “정확한 동작보다 어떻게 움직여야 감정이 전달될지 늘 고민했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준비 단계에서 바쁘셨을 텐데도 저와 많은 시간을 보내주셨다. 새벽 6시에 만나 3시간씩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경록의 무표정을 함께 찾아가는 작업을 많이 했다. 단순히 공허한 표정이 아니라, 안에 에너지가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거울도 많이 보고, 표정을 찍어 감독님께 보내기도 했다. 제 일상 속에서 경록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이종필 감독은 “농담으로 ‘6시에 올 수 있니?’라고 했는데 매니저도 없이 오더라. 6시마다 ‘갈게요’라며 스태프들 커피까지 사 왔다”고 웃으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또한 변요한과 문상민은 극 중 동성 키스신에 대한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문상민은 “촬영 전 요한 형이 귓속말로 ‘상민아, 한 번 세게 할게’라고 했다. 용기를 내주셔서 시원하게 한 번에 끝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변요한은 “경록에게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다. 모두가 경록의 입을 주목하고 있는 순간이었다”며 “인물에 집중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촬영 후 태도가 중요했는데, 잠시 서로 멀어졌던 기억이 있다. ‘불편하지 않으세요?’라고 하며 티슈를 챙겨줄 수도 있었는데, 저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노하우가 없었다”고 웃었다.
현재 KBS 드라마 ‘은애하는 도적님과’로 활약 중인 문상민은 이번 작품으로 첫 영화에 도전한다. 그는 “‘은애하는 도적님아’가 사랑받고 있어 감사하다. ‘파반느’가 공개된 뒤 ‘이 친구가 그 친구였어?’라는 반응을 듣고 싶다. 도전해보지 않았던 거친 면이 많은 캐릭터라 평소의 저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런 얼굴도 있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종필 감독은 “사랑을 하고 있거나, 오래전 사랑을 했거나, 강아지나 고양이까지 전 세계 모든 생명체가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상민은 “‘파반느’로 전 세계 팬들을 만날 생각에 떨리고 기대된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기억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변요한은 “사랑은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고, 어디에나 산소처럼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 영화가 탄생한 것 같다. 여러분 모두 사랑하세요”라고 말했다. 고아성은 “오랜 시간 작업한 작품이라 공개를 앞두고 오늘 아침까지 긴장을 많이 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진한 추억처럼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웃었다.
한편 ‘파반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김승현 기자 tmd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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