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백화점’ 진화하는 플랫폼···전통 강자 유통 주권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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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백화점’ 진화하는 플랫폼···전통 강자 유통 주권 흔들리나

이뉴스투데이 2026-02-12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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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무신사 스토어 명동’에서 방문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서울 중구 ‘무신사 스토어 명동’에서 방문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패션 플랫폼이 기존 타깃층을 넘어 구매력이 높은 30·40 세대까지 빠르게 흡수하며 사실상 ‘온라인 백화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백화점 핵심 수요층이 전문 플랫폼과 다이소 등 초저가 채널로 분산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 공간이었던 백화점의 입지도 약화되는 분위기다.

12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0대 거래액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0대 구매자 수도 지난 2024년 대비 25%, 2023년 대비 72% 늘었다. 

특히 30대 중·후반을 중심으로 플랫폼 이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며  패션 플랫폼의 주 고객층이 20·30세대에 머물지 않고 30·40세대로 확장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초저가 소비에서도 30·40세대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다이소의 최근 3년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보면 40대가 31~32%로 가장 높았고, 30대를 포함한 30·40세대의 비중은 57~58% 수준을 유지했다. 다이소 기초·색조 화장품 매출에서도 40대 비중이 약 30%로 3년 연속 가장 높았으며, 30·40세대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국면에서 30·40세대의 일상 소비가 초저가 채널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신사에서도 중장년층 확장 흐름은 확인된다. 무신사의 PB인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는 구매 고객의 약 40%가 20·30세대를 제외한 연령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무신사가 패션을 넘어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뷰티존을 구성하는 등 고객 접점을 넓히는 전략도 같은 흐름과 맞물린다.

온라인 소비의 확대는 시장 전체에서도 뚜렷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6.8% 증가한 24조161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72조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늘었고,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11조1448억원으로 6.5% 증가했다. 전체 온라인 거래액 가운데 모바일 비중은 77.6%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경기 둔화 속 합리적 소비 성향 강화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과거 백화점에서 구매하던 중간 가격대 제품을 플랫폼의 가격 비교와 후기 검증을 통해 소비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내국인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플랫폼으로 빠르게 재배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0·40세대의 가파른 유입이 확인되고 있다”며 “기존 타깃에서 확장해 고객이 앱 안에서 소비를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백화점은 외형상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내수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국인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백화점 매출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와 초고가 럭셔리 소비가 견인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 주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백화점들이 명품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며 럭셔리 비중을 강화하는 흐름도 이 같은 구조 변화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백화점이 웹툰·캐릭터 IP 기반 팝업스토어와 ‘경험형 공간’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품과 외국인 수요 중심으로 매출 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은 단순 판매보다 방문 동기를 만드는 콘텐츠형 공간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팝업과 전시는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백화점은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VIP 멤버십과 프라이빗 서비스를 강화하며 초고가 소비층을 붙잡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에서 경험한 뒤 결제는 앱에서 진행하는 쇼루밍 구조가 확산될 경우, 오프라인이 집객만 담당하고 결제와 데이터는 플랫폼이 가져가는 ‘전시장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플랫폼의 진화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패션에 강점을 가진 무신사·지그재그 등은 뷰티, 리빙,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전문 플랫폼’을 넘어 종합 쇼핑 채널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플랫폼이 사실상 ‘온라인 백화점’ 역할을 흡수하며 내수 유통의 중심축이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플랫폼의 오프라인 진출 역시 판매 확대 목적이라기보다 브랜드 신뢰 확보와 고객 데이터 선점, 락인(Lock-in)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프라인 접점을 통해 브랜드의 실체감을 강화한 뒤, 온라인 구매로 전환시키는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유통 시장이 플랫폼 중심의 내국인 소비와 백화점 중심의 럭셔리·관광 소비로 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이 내수 소비와 데이터를 장악하고, 백화점은 외국인·럭셔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단기간에 온라인 전환이 이뤄진 국가로, 미들 에이지 층까지 플랫폼으로 유입되면서 플랫폼이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소비 파이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플랫폼들은 옴니채널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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