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가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과 중복 상장 해소 등 정부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중간 지주회사인 현대홈쇼핑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체결안을 의결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재 보유 중인 현대홈쇼핑 지분 57.36%에 더해 자사주 약 6.6%를 제외한 잔여 주식을 모두 취득할 계획이다. 해당 안건은 오는 4월 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사주 소각도 병행한다. 현대백화점·홈쇼핑·그린푸드·한섬 등 10개 계열사가 보유한 자사주 약 2100억원 규모를 연내 전량 소각한다. 별도로 현대지에프홀딩스(1000억원), 현대백화점(210억원), 현대그린푸드(100억원), 현대퓨처넷(47억원)이 추가로 자사주를 취득해 연내 태울 계획이다.
이마트는 최저 배당 25% 상향 계획에 따라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했으며, 오는 3월 주주총회 승인 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또 발행주식의 2% 이상을 소각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4월 28만주를 소각했고, 올해도 동일 규모의 추가 소각을 추진한다.
식품사들 사이에서도 주주환원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결산배당을 1주당 2600원으로 결정하고, 중간배당을 포함한 연간 배당금을 4800원으로 확대했다. 전년 대비 45% 이상 늘어난 규모로, 6년 연속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이는 실적 증가가 곧바로 배당 확대와 연결된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3876억원으로 전년보다 42.9% 급증했다.
오리온 역시 주당 배당금을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인상했고, 오리온홀딩스도 800원에서 1100원으로 확대했다. 그룹 전체 배당 규모는 2000억원을 넘어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배당성향도 높아지면서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동원산업은 실적 개선과 함께 결산배당을 1주당 600원으로 확정하고 자사주 7137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주당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배당 확대는 주주가 직접 현금을 받는 방식으로 투자 매력을 높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 기업들은 지난해 내수보다 해외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개선됐고, 이익 증가가 배당 확대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런 주주환원 움직임의 배경으로 정부 정책 변화와 자본시장 환경을 꼽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 상장 문제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상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3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입법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재무 전략이 아니라 기업 신뢰를 높이는 메시지”라며 “앞으로 실적 개선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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