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설탕세’로 불리는 설탕 과다사용부담금(설탕세) 도입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가당음료와 당류 과다 식품에 부담금을 부과해 소비를 줄이고, 확보한 재원을 공공의료에 투입하자는 구상이다. 비만과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공중보건 정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물가 부담과 산업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국회 토론회’에서는 정치권과 학계, 정부,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도 도입 필요성과 부작용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번 논의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설탕 부담금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WHO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1명, 청소년 3명 중 1명이 권고치 이상으로 설탕을 섭취하고 있고 ‘당류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서 설탕 부담금을 논의하지 않으면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설탕 부담금이 치료 중심의 의료 지출을 줄이고 예방 중심의 건강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당과 학계는 보고 있다. 설탕 부담금을 둘러싼 논의는 공중보건 효과와 소비자 부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라는 평가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윤영호 단장은 “설탕에는 가격 탄력성이 있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됐다”면서 “설탕을 과도하게 사용한 제품에만 징수하는 것이므로 ‘설탕세’가 아닌 ‘설탕 과다사용부담금’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원 활용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윤 단장은 “(설탕 부담금은) 부담금 성격에 맞게 국민 건강권 강화와 건강 불평등 해소 등 공익에 사용돼야 한다”며 “지역 공공의료 등 국민적 위기 문제를 해결할 때도, 의료비 부담을 느낄 때도 이 설탕 부담금이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칭을 둘러싼 법적 논의도 이어졌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진수 교수는 “‘설탕세’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국세 또는 지방세에 해당하는 조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용 자체가 쟁점이 아니라 ‘과다 사용’이 쟁점이며 법적 성격은 ‘부담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명칭은 ‘당류과다사용부담금’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청소년층의 높은 당 섭취 문제를 언급하며 정책 개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은 “최근 10~20대의 당 섭취가 높아 정책적 개입이 시급한 시점”이라면서 “새로운 부담금이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므로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계와 소비자 단체는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이상욱 본부장은 “산업계는 국민 건강 증진과 소아·청소년 비만 해결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한다”면서 “정책 수단을 동원해 해결하려는 접근은 사회적 반발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설탕 부담금의) 사용 목적이 명확하더라도 국민들은 세금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행정적 부담금이 아닌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조세 정책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부담 전가 가능성도 쟁점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소비자에게는 설탕세를 통한 재원이 어디에 쓰이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느냐다”라며 “설탕 부담금이 세수 확대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고, 제도 시행 이후 가격 변동은 없는지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가당음료 제조·가공·수입업자에게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논의 중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설탕을 과다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부담금 부과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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