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역 회차 배분 논란에 "다 같이 결정한 문제…소문 부풀려져"
"미디어 통한 사회적 비난, 생각할만한 주제"…뮤지컬 20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연출자로서 말하자면 그녀는 프로페셔널합니다. 중요한 것이 에너지와 성량인데 그녀는 다 갖고 있습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오리지널 공연 연출 알리나 체비크가 공연 회차가 배우 옥주현에게 집중됐다는 논란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초연부터 함께해온 옥주현이 안나 역으로서 장점을 가진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12일 서머셋 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부적인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옥주현의 성량과 에너지가 저희 작품에 합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후반 러시아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던 안나가 브론스키 백작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러시아 뮤지컬로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 2019년 재연했다.
7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공연은 오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다음 달 29일까지 5주간 38회 공연이 열리는데, 이 중 23회를 옥주현이 소화하면서 최근 배분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안나 역의 이지혜는 8회, 김소향은 7회 무대에 오른다. 제작사는 이에 대해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체비크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개인이 결정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배우가 '회차 이 정도로 할 거야'라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며 "회사도 있고 러시아 원작자도 있다. 배우들과도 사전에 다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문이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작품을 연출했던 체비크는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해 국내 제작진, 배우들과 협업하고 있다.
그는 안나 역의 세 배우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며 브론스키와 빚을 새로운 조화를 기대했다. 브론스키 역도 윤형렬·문유강·정승원 세 배우가 소화한다.
체비크는 "어떤 커플이냐에 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며 "무엇이 다른지 저희 공연에 오셔서 봐주셨으면 한다"고 권했다. 그는 "지쳐 보이는데도 끝까지 열심히 연습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국내 배우들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체비크는 처음 작품 연출 맡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른 남자와 불륜을 벌이고 그의 자식까지 낳는 소설 속 안나가 너무 싫었던 탓이다.
체비크는 "안나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너무 화가 났었다"며 "이 여자 주인공을 관객들이 어떻게 사랑하게 만들지 난감했다"고 떠올렸다.
체비크는 다른 관점에서 안나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면서 그녀에게 공감하게 됐다. 그는 "사랑 없이 살아가다가 브론스키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그 사랑과 행복을 위해 행동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안나의 슬픔에 저도 함께했다. 그러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비크는 그러면서 안나를 둘러싼 사회적인 시선이 현재 관객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현재 사회적인 잣대에 비춰 누군가의 인간적인 실수나 잘못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손쉽게 비난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체비크는 "작품에 성경 구절을 인용한 문장이 있는데,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미디어를 통해 사람을 몰아붙이는 점은 오늘날 얘기해볼 만한 뜨거운 주제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19세기 러시아의 이야기지만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체비크는 "꼭 19세기 여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다"며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대립에 집중해서 보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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