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산업을 뒤흔든 법적 분쟁의 1라운드 결론이 나왔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레코즈 대표)를 둘러싼 장기 갈등은 ‘누가 계약을 먼저 깼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됐고, 1심 법원은 민 전 어도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단순한 인사 갈등이 아니라, 수백억 원대 풋옵션과 지배구조의 정당성을 가르는 판결이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지난해 9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하이브와의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제기한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동시에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이 제기한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약 255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송비용도 모두 하이브가 부담하도록 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하이브가 2024년 7월 통보한 ‘주주간계약 해지’가 유효한지, 다른 하나는 그 이후 이뤄진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가 정당한지였다. 법원은 전자에 대해 “계약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했을 때만 해지가 가능한데, 그런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후자에 대해서는 “풋옵션 행사는 정당하다”며 대금 지급을 명령했다.
사건은 지난해 여름부터 급격히 불거졌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사유화하려 했고, 뉴진스와 어도어에 손해를 끼쳤다며 7월 주주간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8월 민 전 대표는 어도어 대표직에서 해임됐고, 11월에는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면서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풋옵션의 구조는 비교적 명확했다. 민 전 대표는 2023년 3월 체결된 주주간계약에 따라 어도어 지분 18% 중 13%를 하이브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었다. 행사 가격은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의 13배 × 행사 지분율(13%)’로 산정되며, 당시 기준으로 약 260억 원 규모로 계산됐다. 실제 선고액은 이와 유사한 255억 원 상당이었다.
하이브 자료사진. / 뉴스1
하이브의 주장은 일관됐다. 계약은 이미 7월에 해지됐으므로 11월의 풋옵션 행사는 무효라는 논리였다. 더 나아가 하이브는 뉴진스 데뷔 전 어도어에 약 21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지만,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깨고 여론전을 펼치며 회사에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해지 통보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맞섰다. 주주간계약 위반 사실이 없었고, 하이브가 제시한 근거도 과장되거나 왜곡됐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하이브가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각색됐으며, 자신이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외부 투자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양측 주장 중 민 전 대표 측 논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는 단순히 금액 문제를 넘어, 하이브의 해지권 행사 자체에 제동을 건 판단으로 읽힌다. 법원이 “계약 해지 요건이 엄격하다”고 본 이상,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도 주주간계약 해지의 문턱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로 당장 드러난 쟁점도 적지 않다. 첫째, 하이브가 255억 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다. 항소 여부에 따라 집행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둘째, 민 전 대표가 보유했던 어도어 지분 18% 중 풋옵션 대상 13%의 처리 방식이다. 셋째, 뉴진스와 어도어 경영 구조에 미칠 파장이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레코즈 대표). / 뉴스1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기적으로 하이브의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1심이라는 점에서 최종 결론은 아니다. 하이브가 항소할 경우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다퉈질 가능성이 높다. 항소심에서는 계약 문구 해석, 손해 발생 여부, ‘사유화 시도’의 법적 의미가 더 치열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K팝 대형 기획사의 지배구조 관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모회사 간 주주간계약, 풋옵션 설계 방식, 해지 요건 등이 보다 정교해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아티스트와 레이블, 모회사 간 권한 분배를 둘러싼 논의도 다시 불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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